제겐 만 34개월 된 딸이 하나 있습니다.
또래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평범한 아이예요.
키랑 체구는 좀 작지만,
말은 또 곧잘해서 의사소통에도 무리가 없구요..
그리고 5분거리 다른아파트에 살다가,
3달전에 지금 여기, 아파트로 이사를 왔습니다.
서론이 좀 길었네요,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3달전에 이사온고 난 뒤,
북동향이지만 각 방마다 큰 창들이 다 있고,
지대도 높아서 채광이나 통풍은 아주 좋아요.
이사오고나서 식구들이 아프거나 나쁜일이 있거나
그런일도 없었고,
오히려 금전적으로 걸려있던 문제도 해결되서
내심 이사오길 잘 했다는 생각도 했어요.
두달정도 집에서 지내다가
제가 일 때문에 이번에 약 20일 가량
멀리 가 있으면서 딸아이는 친정에 맡겨두었어요.
그런데 친정에 있을때부터....
친정엄마와 제 친이모에게 잘 놀다 뜬금없이
"우리 새집에 남자동생아기가 있어."
하고 이야기를 했었답니다...
어른들은 둘째를 남동생으로 볼려고 저런말 하는가보다
하면서 크게 대수롭지않게 생각하셨다고 하셨어요.
그저께 제가 집으로 돌아와
별 생각없이 "새집에 남자동생이 있어?"
하고 물었는데 당연하다는듯 "응!" 하고 대답하는거예요.
저도 그냥 아이가 상상하는 거겠거니 하고 넘기고,
어제도 어린이집 갔다오는길에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
또 당연하다는듯 "응!" 하고 대답했어요.
조금... 더 물어볼까 하다 관두었어요.
그런데 오늘... 궁금해져서 대화를 나눠보았어요...
어린이집에서 오는 길에
ㅡ 율아, 남자동생이 어디에 있어?
ㄴ 응, 새집에 있어.
3일째 같은 대답..
밖에서 공놀이하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물었어요.
ㅡ 율아, 남자동생이 어디에 있어?
ㄴ 응? 율이방 자동차침대에 있는데?
ㅡ 그래? 동생이 뭐하고 있어?
ㄴ 응.. 울고있어
ㅡ 왜 울고있어?
ㄴ 율이가 없어서..
ㅡ 율이가 없으면 울어?
ㄴ 아니, 보고싶어서.
이쯤에서 살짝 닭살...ㅠ
조금 뒤 다시 대화를 해봤습니다.
ㅡ 율아, 남자동생이 화가났어? 무서워?
ㄴ아니, 화 안났어~
ㅡ그럼 그냥 슬퍼서 우는거야?
이랬더니 말을 돌리더군요..
여기까진 상상속의 동생일까? 뭐지?하고 생각했었는데,
밥 먹고 나중에 다시 대화를 해봤어요.
ㅡ 율아, 여자동생은 있어?
ㄴ 아니 없어. 여자동생은 집에 갔어.
ㅡ 그래? 그럼 남자동생이 어떻게 생겼어?
ㄴ 음..... 동그랗게 생겼어
ㅡ 동그랗게...?그럼 누구닮았어?
ㄴ 음... 엄마 닮았어.
(평소에 자긴 아빠닮았다고 합니다.)
ㅡ 잘생겼어 못생겼어?
ㄴ 잘생겼어. 헤
ㅡ 그래? 키가 커?
ㄴ 아니, 아기라서 작아.
여기까지 대화하고 놀이에 집중하는 딸....
자기 전, 안방 침대에 둘이 누워 수면등만 켜둔채
다시 대화를 이어가보았어요...
ㅡ 율아, 남자동생... 있어?
ㄴ 응, 율이방 자동차침대에 있는데?
ㅡ 아직도 울고있어?
ㄴ 아니? 안울고있어.
ㅡ그럼 뭐하고있어?
그랬더니......
누운상태에서 갑자기 옹알이 하듯이,
아옹~ 냐~ 야~ 오 이러면서
손이랑 발을 앞으로 뻗어서
꼼지락 꼼지락 거리는거였어요...
마치 아기가 누워서 위에 모빌보고 노는것처럼...
ㄴ 이렇게 하고있어.
ㅡ 안울고 놀고있는거야?
여기까지 대화하고 잠온다며 제 품속으로 파고듭니다.
단지... 아이의 상상속의 동생일까요...?
잠이 오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