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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의 첫 투표 그리고 캐나다의 정치
게시물ID : emigration_6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캐나다소시민
추천 : 18
조회수 : 1545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5/10/24 10: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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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라고 하면 벌써부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시고, 혀를 끌끌 차면서, '야... 종교하고 정치 이야기는 하는 거 아냐...' 라고 하실 분이 많겠지만...

저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시사/정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디 갈 때면, 항상 라디오로 뉴스채널 틀어놓고, 들었던 뉴스 또 듣고, 또 듣고... 

오죽하면 아내, 그 당시 여자친구가 제발 다른 것 좀 듣자고 사정할 정도였죠...


그러던 제가 이제 여기 캐나다 와서, 이제 우리나라와 좀 멀어지니... 그나마 좀 덜 관심을 기울이게 되더군요.

물론 아직도 여러 팟캐스트도 듣고, 포탈로 뉴스도 보기는 하지만, 예전처럼의 그런 집중도는 없어지고... 그저 울나라 대통령 여기 사람에게 이야기하기 챙피한 정도...? 로 관심도가 낮아졌습니다.


그런 제가, 아무리 시민권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한국정치에도 관심이 멀어졌는데, 캐나다 정치인 뽑는데 투표를 하겠습니까? 

그것도 투표날이라고 휴일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일 다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투표장으로 가야 하는데... 라고 생각했었는데... 

옆에 앉아서 눈을 반짝반짝거리고 있는 딸내미를 보니, 그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이 놈이 인제 커서 투표권도 얻고 그러면, 선거도 해야 할텐데... 아빠는 제대로 투표도 안 했는데, 나도 안 해야지... 그런 마음이 들까 봐...

나야... 캐나다에서는 이방인이지만, 딸내미/아들내미는 주인이 되어야 할 텐데... 주인이 제대로 권리를 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캐나다 와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일주일 전부터 혹시 내가 확실하게 투표권이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도 하고, 인터넷으로 확인도 하고...

원래는 무슨 Voter Information 패키지가 와야 한다고 되어 있던데... 저는 무슨 일인지 받지 못했습니다.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보니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해서, 그걸 믿고 운전면허증만 투표날 가져가기로 하고...


아무나 찍을 수는 없기에, 투표 이틀전부터 급공부를 시작해서, 각 당의 주요공약들을 살펴보고, 특히나 이민정책이 어떤 지 비교해보고... 

솔직히 후보 개개인의 면면을 알 수가 없으니, 정당으로 투표하려고 그렇게 마음먹였죠.


그리고 드디어 투표날... 회사에서 돌아오자마자 문 앞에 노트북이랑 도시락 던져놓고, (딸내미, 아들내미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딸내미/아들내미 데리고 투표장으로 갑니다. 

투표장 장소인 학교 안으로 들어가면 안내하시는 분이 투표장인 학교 체육관으로 안내해줍니다.

체육관에 들어가면 안내데스크가 앞에 있고, 대충 7~8개의 테이블이 투표장을 빙 둘러서 있고, 가운데는 텅 비어 있습니다.

안내데스크에 운전면허증을 내면, 투표자 확인하고, 한쪽 테이블로 안내를 합니다. 아마 구역별로 투표하는 테이블이 다른 것 같습니다.

앞에 서너명 투표 끝내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한번 운전면허증을 보여주면, 제 이름과 주소를 프린트된 종이 더미에서 찾아서 자로 줄을 긋고, 투표용지를 줍니다.

그리고 테이블 뒤에 있는 칸막이로 쳐져 있는 투표장소에 가서 연필로 원하는 후보자 난에 X표를 하고, 다시 투표안내하는 분에게 투표용지를 주면, 투표용지 일부분을 잘라서 지퍼백에 넣고(아마 고유번호가 있는 기록용인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투표함에 넣으면 끝...


흠...


모든 게 다 사람 손이 거쳐야 합니다. 자동화된 게 하나도 없어요...

투표자 확인도, 연필로 하는 투표도 (우리나라는 아직도 도장 쓰죠?)... 참관인 같아 보이는 사람도 없고... 뭔가 허술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너무 믿는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이렇게 저의 캐나다 첫 투표는 15여분만에 끝났습니다.

딸내미야... 봤지? 아빠 투표했다... 너도 커서 꼭 투표는 해야한다.


제 투표 역사를 보자면 제가 찍어서 된 사람은 딱 두 분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꽝입니다...

뭐... 워낙 기질상 삐딱선 기질이라서...

어쨌든 이번 투표 결과는 뜻 밖에 Liberal 이 과반수를 넘는 득표로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투표 얼마전까지만 해도 3정당의 지지율이 거의 30:30:30 이 될 정도로 박빙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Liberal의 압승으로 결론났습니다. (여기도 여론조사 드럽게 안 맞는 건 비슷하네요.)

10년여의 Conservative 정권의 실정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선택도 중요한 요인이겠지만, 정치신인인 Liberal의 당총수의 건강한 이미지도 한 몫 했다는 분석도 많이 나오고 있네요.

71년생이라던데... 휴우... 나랑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는데, 누구는 캐나다를 책임지고 있고, 누구는 저녁밥상을 책임지고 있고...


이왕 이야기 꺼낸 김에, 캐나다 정당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크게 2 + 2로 나뉠 수있습니다.

큰 2는 Conservative와 Liberal, 즉 보수와 진보당이라고 할 수 있죠.

Conservative를 우리나라로 치면 덜 수구꼴통인 새누리당이고, Liberal은 좀 더 단합잘되고, 약간 우클릭쪽인 새정치민주연합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당이서 거의 치고받고, 정권을 잡았다, 뺏겼다 몇십년간 그러고 있습니다.


작은 2 또는 중간 1 + 작은 1은 NDP 와 Bloc Quebecois ... 아... 불어는 어려워요... 하여간 그렇습니다.

NDP는 우리나라로 치면 더 대중화된 정의당, Bloc Quebecois는 그야말로 퀘벡만의, 퀘벡만에 의한, 퀘벡만을 위한 지역정당입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예전의 우리나라 자민련 같은 스타일...

둘이서 역시 제 3당을 위해서 치고받고 하는데, 이제 거의 NDP로 제 3당이 굳어지는 추세입니다. (역시나 지역정당은 한계가 있습니다.)


Liberal 이 정권을 잡음으로써, 많은 진보적인 정책이 많이 실현될 걸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야 보수냐 진보냐의 구분점이 빨갱이냐 아니냐 이겠지만, 여기서는 아무래도 성장과 분배로 구분이 가능할 것 같네요.

우선 이민문이 넓어지겠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간산업이 많이 실행될 거며, 소수자들의 권익도 올라갈 것 같고, 돈 많은 사람들에게 더 세금 많이 걷고, 별로 안 버는 사람들에게는 세글 덜 걷고... 등등등... 

머 저같이 소시민에게야 좋은 정책이겠지만, 앞으로 우찌될 지, 과연 예산확보는 원활할 지, 아니면 빚으로 다음 정권에 넘겨줄 지... 그건 지켜봐야겠죠.


지금까지 캐나다 선거를 보면서 느낀 좋은 점은... 지역색이 별로 없다는 점, 그리고 못하는 정권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심판을 해 준다는 점... 입니다.

물론 캐나다도 내륙지역이나, 시골 쪽으로 가면 확고한 Conservative 성향이 많고, 퀘벡이라는 지역색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시체도 당선된다는 그런 지역색은 없습니다.


그리고 바람이 거세요...

2008년에는 Bloc Quebecois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퀘벡 지역을 거의 석권하면서 제 3당으로 올라서더니, 불과 3년이 지난 2011년에는 이번에 불세출의 영웅 Jack Layton의 활약으로 NDP가 3당도 아니고, 제 2당으로 올라서는 기적을 연출합니다.

이 때의 Jack Layton은 거의 우리나라 노풍과 맞먹는 수준의 열풍이었죠. 카리스마 있고, 대중흡입력도 있고... 퀘벡 어떤 지역에서는 인물도 보지 않고, 무조건 Jack Layton만 믿고 NDP를 찍어서 영 정치재목이 아닌 놈들도 많이 뽑혀서 문제가 되긴 했지만... 그만큼 Jack Layton의 바람은 거셌습니다.

더 대단한 건 이 Jack Layton이 선거가 있는 년초에 암을 선고받았는데, 항암치료를 하면서 그렇게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는 점이죠.

그리고 그렇게 제 1야당을 만든 후, 3개월 후에 거짓말처럼 암으로 사망합니다. 혹시라도 자신의 병과 같은 암환자에게 희망이 없어질 수도 있다면서, 끝내 병명은 비밀로 하고... 

그리고 이번의 저스틴 트루드의 바람까지... 


일단 정치지형으로 보면 한국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유권자들의 선택도 현명해 보이고... 

이번에 선거결과에 대해서도 다 이제는 물러날 때가 됐다,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 그런 분위기네요.

그리고 새로운 총수도 캐나다 최초의 대물림 총리라고 하던데... 우찌 우리나라 대물림 분위기랑은 어찌나 다른 지... 이휴...


<2008년 캐나다 선거 결과>

1024px-Canada_2008_Federal_Election.svg.png


<2011년 캐나다 선거 결과>Canada_2011_Federal_Election.svg.png

 

<2015년 캐나다 선거 결과>
Canada_2015_Federal_Election.svg.png

 

이번에 선거결과에 대해서도 다 이제는 물러날 때가 됐다,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 그런 분위기네요.


제가 글 서두에 이방인으로서 캐나다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투표를 안 했다고 했는데... 결국은 이런 캐나다에서조차 선거 불참이 다시 저에게 돌아온다고 하네요.

투표 유권자 조사에서 어디 출신 이민자인지도 바로바로 다 나오기 때문에, 아무래도 투표율이 저조하다면 정치가들이 굳이 그 출신 이민자들에 대해서 신경쓸 필요도 없고 하니, 그를 위한 정책도 필요없을테고... 그러면 점점 낙후되어 가고...

특히나 한인 시민권자분들의 투표율이 매우 저조해서, 캐나다 정부에서는 굳이 한국 이민자들까지 신경써 줄 필요가 없다고 하네요.

한국도 마찬가지죠... 투표율이 낮거나, 지역성향성 투표가 만연한 곳은 제수씨 엉덩이를 만지든, 돈을 받아 처먹든... 굳이 유권자 신경쓸 필요 없죠...

머 흔히... 투표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누릴려면 투표라도 해야죠. 그리고 개표도 잘 해야죠... 


어쨌든 망국적 지역주의와 꽉 막히고, 권위주의에 가득차고,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진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우리나라 정치를 보자면, 지역과 이념을 떠나서 확실하게 심판할 건 심판하고, 역사의 새로운 발전을 향해 전진하려는 성향을 보이는 캐나다의 투표/정치를 보면, 자꾸 역사의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되어서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이상, 첫 투표를 빙자해서 남들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쓸데없이 주절주절 꺼내놓은 오늘의 포스팅...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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