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정말 좋아했고 닥치는대로 읽어왔습니다. 소설, 인문학서, 과학 및 기술서적, 예술, 실용서, 만화와 잡지까지 가리지 않고.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아니 생각'만' 늘어났습니다. 균형이 무너지고 세상이 요구하는 인간상에서 멀어져가고 있었습니다.
내 생각을 표현할 때마다 까탈스럽다고, 유난떤다고, 어울리지 않는다고. 뭐가 그리 복잡하냐고. 직접적으로는 너무 생각이 많다더군요.
단지 궁금하고 알고 싶고 좋아서 책을 읽었는데, 당장의 '생산'과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독서는 숨겨야 할 치부가 되었습니다. 그럴 시간에 일이나 더 잘 해야 하는거죠. 유행에 충실히 따르고.
어디가서 책을 꺼내기도 눈치보이게 되었어요. 왕따 당하기 십상이라. 유쾌하고 밝고 긍정적이고 빠릿빠릿하고 농담 잘 하고, 유행에 민감하고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사람만 사랑받죠. 인정받고. 사람들에게 너무 지쳤을 때 혼자 조용히 집에 숨어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당장의 결과를 낳을 책(전공기술서적이나 자격증 관련 서적, 여행등 정보 서적이나 자기계발서)이 아니면 읽고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만들고 상대하기 싫은 사람이 되더라구요. 어릴 때부터 시위 등 앞에 나서다 불이익을 많이 당해서 이제는 나서지 않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에서도 당장의 성과와 관련된 책 외의 책을 읽는 사람을 보기 어렵습니다. 최악의 경우 지적허영에 빠진 김치 취급받죠. 진지하게 한 마디 쓰면 선비라고 배척당합니다. 이 나이에 중2병이냐고. 그러다 그게 돈이 되면 그제야 이야 이게 이제보니 괜찮은 거였네. 라고 합니다.
이젠 그만두고 싶어요. 네 제 잘못이겠지요. 세상이 변했으면 독서법도, 책을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방식도 바꿔야하는데 21세기에 20세적 사고를 하니 부적응하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