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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보낸 7시간 이야기 (사진)
게시물ID : humorbest_11121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1대등신왕
추천 : 62
조회수 : 8046회
댓글수 : 1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8/24 14:14:50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8/24 11: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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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8월 23일은 와이프가 세종시에서 개최하는 친구의 결혼식에 아들을 데리고 함께 가기로 한 나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진 하루였다.
하지만 전날 뽀로로 스티커로 아들과 격하게 놀아준 뒤 전날 스티커 놀이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아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꿈속에서 뽀로로 
비행기를 타고 루피와 함께 구름 구경하고 있는 내 얼굴에 뽀로로 스티커를 부치고, 내 콧구멍에 쑤셔 넣으며 놀고 있었다. 

그리고 와이프가 출발하기로 한 9시가 되었는데도 아드님은 내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엄마, 아빠의 외출 준비하는 동작만 봐도
자기 신발을 꺼내고 기저귀를 흔들며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며 더 흥분하는 놈인데 말이다. 결국, 와이프는 믿음은 전혀 가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췟..그러면서 되게 좋아하더라..) 내게 아들을 맡기고 세종시로 출발했다. 

엄마가 오래간만에 꽃단장하고 (화장한 와이프에게 세종시에 카부키 공연하러 가세요? 라고 했다가 맞았음.) 나간 뒤 10분 후 아들은 애타게 
엄마를 찾았지만, 이미 뽀로로의 포비와 멍멍이 인형보다 아들에게 인기 없는 아버지와 하루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취사병 출신답게 
능숙하게 아들을 위한 특별 건강식 계란찜을 준비했지만 시어머니께서 "에미야 국이 짜다~" 라며 며느리를 타박하듯 전자레인지가 정성껏 
조리한 계란찜을 퉤 뱉으며 다른 특별한 음식을 요구했다.
결국, 나는 와이프가 "절대 삼삼이 짜장면 먹이지마! 후회할 일 발생할 거야." 라고 경고했지만, 아침부터 짜장면 곱빼기를 시켰다.
배달 오신 아저씨에게 내가 퇴근할 때보다 더 반갑게 인사하며 짜장면을 영접하신 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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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짜장의 흔적.. 내가 주는것보다 손으로 직접 집어 먹겠다는 아들이 집은 면발은 아들의 입으로 들어간 것 보다 공중에 날리고 
내 얼굴로 던져진 것이 더 많았다. "와이프의 말을 들을걸..."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상황은 늦었다. 그리고 포비 인형한테는 왜 
먹이는 건데...>

그리고 시간은 11시 아들에게 "삼삼아 아빠랑 서프라이즈 볼래?" 라고 초과학 미스터리 교양물 시청을 제안했지만, 아들은 서프라이즈 따위 
관심이 없는 듯 자신의 신발과 기저귀를 들고 나가자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아들을 데리고 어디로 갈까 고민했다.

인공 계곡과 놀이터가 있는 사가정 공원 _ 더워서 패스
지하철 다섯 정거장이면 가는 어린이 대공원 _ 더워서 패스
시원한 홈플러스 상상노리 _ 주말에 가면 진정한 유아동 지옥을 맛볼 수 있어서 패스

결국 부모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아이도 행복하다는 내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가 있는 고양이 카페를 가기로 했다. 

"삼삼아 우리 야옹이 보러 갈래?" 

고개를 끄덕이며 "멍멍!! 멍멍!!"

야옹 하면서 고양이 소리를 알려주니 멍멍하고 짖다니.. 똑똑한 내 새끼, 하나를 알려주면 둘을 아네..

삼삼이 손을 잡고 고양이 카페로 향했다. 고양이 카페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주로 아이들을 데려온 엄마와 적절한 연인 관계로
보이는 남녀가 고양이를 쓰다듬고, 장난감으로 놀아주거나 셀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다양한 고양이를 본 삼삼이는 흥분하며 "멍멍"을 외쳐대기 시작했다. "야옹"이라고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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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복슬복슬한 페르시안 고양이를 발견한 삼삼이는 전진 무의탁 자세를 취하더니 사냥하는 자세로 낮은 포복을 하더니 
표적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걸어가지.. 왜 기어가는 건데... 그리고 격렬하게 "멍멍!! 멍멍!!" 하면서 냥이 님의 꼬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자한 표정의 페르시안 냥님은 내가 "멍멍"하고 짖어야 하나 순간 당황하셨다. >

아이를 데려온 나를 보고 카페 여사장님은 훈훈한 엄마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씀하셨다.

"보통 아이 엄마들이 많이 데려오는데, 아버님이 아들을 많이 귀여워하시나 보네요. 아기가 고양이를 좋아하나 봐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쟤는 멍멍이 좋아하고 고양이는 제가 좋아하는데요."

"아... 그러시구나.." 카페 사장님은 나의 단호함에 할 말을 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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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찌지를 만지려는 삼삼이. 카페의 고양이들은 찌찌 매니아인 삼삼이가 계속 '찌찌' 하면서 가슴을 만져도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삼삼이를 애교떠는 자신의 새끼인 것 처럼 핥아주기도 하고 쓰다듬을 때도 가만히 있어 줬다. 고맙게도..>

삼삼이가 고양이를 껴안고 뽀뽀해도 가만히 있어 주는 냥님들이 고마워 냥님들의 간식을 산 뒤 냥님들에게 나눠 드렸다. 
그런데 멀리서 내가 냥님들 나눠 간식을 주는 모습을 발견한 삼삼이가 "까까"를 외치고 또다시 낮은 포복 자세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아.. 냥님 네 분과 삼삼이가 간절한 눈빛으로 까까 아니 간식을 요청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 남기질 못했다. 
그리고 냥님에게 주라고 삼삼이에게 간식을 건네줬는데......
평소 간식 나눔에 인색한 삼삼이는 고양이 간식을 내가 말리기도 전에 자기 입으로 넣었다. 그리고 해맑게 웃으며 더 달라고 "까까"를
외치고 있다. 이 새끼..아빠도 좋아하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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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삼삼이랑 가장 잘 놀아준 얼룩 냥님. 먹을 것 나눔에 인색한 삼삼이는 손수 자신의 까까를 얼룩냥님에게 주었으나 도도한 얼룩냥님은
딸기 맛 과자는 입맛에 맞지 않으셨는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도 나보다 우리 아들을 더 많이 봐주고 (정말 놀라운 건 아들이 다다닥
달릴 때 혹시나 넘어지지는 않을까 근심 어린 눈으로 지켜봐주고 따라 다녀줬다. 고양이에 빠져 같이 그루밍하고 있던 아비보다 낫다.)>

예상보다 긴 무려 4시간을 고양이 카페에서 삼삼이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녀석은 나갈 때까지 고양이에게 "멍멍" 하면서 정체성 혼란을
야기 시키고 있었다. 그날 삼삼이를 마치 자기 새끼처럼 봐준 고양이들과 친절하게 아이가 먹을 간식 그리고 커피를 리필해주신 카페 사장님
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그날 삼삼이가 귀엽다고 같이 사진 찍고, 함께 놀아준 3 커플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와.. 아기가 엄마 닮아서 귀여운가 봐요." 라고 말했던 처자. 잊지 않겠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는데, 거짓말 같이 삼삼이는 침대에 알아서 눕더니 스르륵 잠이 들고 말았다. 그 모습을 바라본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같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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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어난 것은 결혼식에 다녀온 와이프가 깨웠을 때였다. 그리고 나는 와이프에게 두 가지 이유로 칭찬 대신 두들겨 맞았다.

1. 아이 점심을 굶겼다. (아차.. 놀다 보니 아이 밥 먹이는 것을 잊었다..)

2. 고양이 털을 잔뜩 묻힌 부자는 침실에서 떡실신하고 있었다. (털이라도 떼고 올걸...)


** 아이 기저귀 교환 문제로 오유에 말이 많네요.
사진만 보셔도 아시겠지만, 저도 18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외출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쇼핑센터나 대형 건물 같은 곳에는 기저귀 교환대나 
수유실이 있어 기저귀 교환이 편한데, 서울 시내만 하더라도 그런 시설이 없는 곳이 더 많습니다. 물론 기저귀 갈 곳이 없을 때 저는 주로 주차장으로 
데려가 차에서 갈아주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주변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거나(노이로제가 걸려서 인터넷에 무개념 아버지라고 올려주시지 
마세요. 농담(?)이 섞인 양해를 구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웃으며 괜찮다고 흔쾌히 허락해주시더라고요. 오히려 아이에게 깍꿍하며 놀아주시는
젊은 분들도 많았음!)
식당 같은 경우 특히 민감해서 사장님이나 종업원의 안내를 받고 기저귀를 교환해주는 편입니다. 물론 제가 봐도 민폐인 부모님들이 있는데 
(얼마 전 식당에 갔는데 아이 기저귀를 당당하게 손님들 사이에서 갈고 심지어 기저귀를 식탁 위에 그대로 놓고 가는 부모를 봤습니다. 물론 제가 
치우려고 했는데 식당 종업원분이 괜찮다면서 치우시더라고요.) 하지만 저런 분들은 극소수이고, 대부분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정상적인 
부모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눈치를 많이 보는 편입니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많은 부모님은 일부 몰지각한 부모님들 덕분에 맘충 소리를 감수하며 아이를 데리고 외출합니다.
저도 사실 맘충 이라는 단어는 싫지만, 내 아이가 소중한 만큼 반대로 아이와 함께 있는 장소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들의 권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너도 한번 아이 낳아봐라." 이러며 무조건적인 강요보다 먼저 양해를 구하거나, 관리자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는 것이 서로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절대 화장실 변기 위에서 아이 기저귀 갈지 마세요. 저희 애처럼 큰 애는 갈 수도 없지만 
6개월 이후 움직임이 왕성한 애들은 잘못하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엄마 몰래 떨어뜨려 본 아버지입니다. ㅠ,ㅠ)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결혼하고 애 낳으면 정말 행복합니다. 할부가 아직 남은 노트북과 카메라가 박살 나고, 새로 산 옷에 짜장면이 묻어도
행복합니다. 아.. 신사임당을 찢어버려도 행복합니다.  
출처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빠
고양이보고 멍멍 짖는 아들

그리고 집안에 고양이 털 날린다고 아빠에게 길로틴 초크를 선사하는 8월 24일에 태어난 삼삼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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