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인용) 한국의 전세입자는 단순히 배려대상 계층, 서민으로 한정짓기 힘들다. 전세가가 매매가에 가까워진 지금, 다들 먹고 살만한 보통 사람들이다. 또한 그들은 또 다른 의미의 투자자들에 가깝다. 정확히는 집값 하방에 베팅한, 주식으로 치면 풋옵션을 매수했든지 선물을 매도한 쪽이다. 예컨대 강북의 매매가 4억원, 전세금 3억원(전세가율75%)의 아파트를 상정해보자. 해당 아파트에 전세사는 사람은 3억원을 조달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면 조금 입지or평형or브랜드가 떨어지는 매매가 3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해서 자가거주하면 된다. ‘전세금 2억짜리는 어쩌라고!’ 라는 반응이 있던데, 강북에는 아직도 2억짜리 아파트들이 널려있고, 1억짜리 다세대도 널려 있다. 집값이 올랐다고는 해도 일부가 집중적으로 많이 올랐지,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다고 보기는 힘들다. 일부 지역의 전체 비중은 엄청나기에, 평균으로는 왜곡된 분석이 나오기 쉽다. 이들이 이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 같아서. 선대인, 우석훈과 같은 이들이 널리 펼치는 논리인데, 어찌 보면 이들이야말로 투기자에 가깝다. 집을 거주하는 곳이 아닌 시세변동하는 투자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취등록세, 복비, 보유세 부담하며 집을 구입하고 싶지 않으면서, 구매력 이상의 집에 살고 싶기 때문이다. 참고로 반포에는 전세입자가 집주인보다 여유있는 곳도 많다. 15억짜리 반포래미안의 전세금이 11억이다. 이 경우 집주인은 집에서 4억원만의 순자산인데, 세입자는 11억원의 전세금을 조달했다는 거다. 보통 한국 사회의 ‘전세는 서민’이라는 이상한 통념을 이용해 증여세 등을 회피하려고 부유층이 신혼자녀에게 강남의 고가전세를 얻어주는 경우가 많다. 2억원주고 집을 매입한 사람과 3억원주고 전세를 사는 사람중 전자는 부자이고 후자는 빈자인가? 강남에서 8억원 전세를 사는 사람은 과연 서민인가? 물론 여기에서도 전세자금 대출, 혹은 저가 전세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세’가 서민의 것이라는 착각에서는 벗어나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