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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lazenca
게시물ID : star_3250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프곰
추천 : 11
조회수 : 663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10/25 02:11:38

작년 이맘때쯤 신해철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기전까지 난 그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특이한 실험음악을 하는 오래된 가수 뭐 그쯤 생각했던거 같다.
그 의 비보소식을 듣고 여러 라디오에서 그를 추모하는 멘트와 그 의 수많은 노래들이 흘러나와 듣고있다보니 문뜩 깨달았다. 내가 그 의 노래를 다 알고있다는것을.
한곡 한곡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난 어찌알고 따라부르고 흥얼거리게 된건지 스스로도 놀라웠다. 아! 나도 알게모르게 신해철의 영향을 받고 살았던가? 라는 생각을 하고 나니 문뜩 노무현 대통령 추모콘서트에서 신해철의 독설이 떠올랐다.


이 영상을 보고 너무나 속이 시원했으나 정작 신해철 본인은 점점 몸이 망가져가는거 같아서 안타까워 했었던게 떠올랐다.
그러고 한참을 방송에서 못보다가 어느날 snl에도 출연하고 여기저기서 드믄드믄 나오는 그를 보고 이제는 좀 방송에 나와서 좋은이야기나 많이 들려줬으면 좋겠다 라고만 생각하고 말았었던거 같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너무 어처구니 없게 세상을 떠났다.
그러고 1년이 지났다.

오늘 히든싱어를 봤다. 안그래도 시즌4시작하면 1주기때 할거같더니 역시나.
감동적인 방송이었다. 마지막 2등을한 모창가수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고 즐거웠으며 마음이 아파 눈물도 났다.
뭐 방송이야기야 여기저기 많이 나올테고 내가 하고싶은말은 방송이야기가 아니니깐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신해철이 떠난 한달쯤 뒤던가. 자주듣던 팟케스트 방송에서 넥스트 4집의 타이틀곡인 라젠카가 흘러나왔다.
웅장한 느낌의 이 노래는 <영혼기병 라젠카>라는 mbc에서 제작한 국산 에니메이션이었다.


<에반게리온>의 일부를 표절했다와 <단바인>을 따라한 메카닉 디자인으로 논란이 많았지만, 죽어있던 국산 애니메이션시장에 나름 큰 폭풍을 몰고온 작품이다.
그 당시 중딩이었던 나도 방영을 앞두고 엄청 기대를 했더랬다. 본방을 하기전에 선행 방송으로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같은 방송을 했던걸로 기억이 났다.
그리고 난 이 애니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 나름 국산 애니라고 로봇의 어께무늬가 신라시대때 무늬를 따왔다는둥 고대 병기라는둥의 내용이 나는 너무나 좋았었다.
더군다나 태권브이 세대가 아닌 나로선 국산 로봇만화라는점에 엄청난 애착을 가지고 있었었다. 거기에 만화가가 되고싶다는 생각에 매일 그림그리고 만화책보고 학교 특별활동도 만화창작부 활동도 하던 중2병때였다. 한마디로 애니 덕후였단 말이다.
그 때 이 애니메이션의 ost를 맡았던게 넥스트였다.


지금와서 생각해도 국내 애니메이션에 이만큼 힘이 들어간 ost는 없다고 생각한다. 신해철이 얼마나 서브컬처문화에 관심을 두고있었는지 어릴적에는 몰랐었는데...
팟케스트에서 이 오프닝노래가 흘러나왔는데 어릴적에는 느끼지 못했던 소름과 전율이 일어나더니 너무나도 어처구니없게 눈물이 터저나왔다. 그것도 일을 하던중에.
왜 이 사람에게 난 관심을 두지 않았던가. 왜 팬이 아니었던가. 그 때 이 사람은 나대신 독설을 퍼부어주던 사람이었었지 라는 생각이 문뜩 들기도 했었던거 같다.
뒤늦은 후회와 미안함이 몰려왔다.
<민물장어의 꿈>을 듣고도 그냥 뭉클한 정도의 나였는데 라젠카를 듣고 무너지다니.
 
1년이 지났고 그는 없다. 원조 팬이 아닌 나로선 감상에 젖은 궁상처럼 보일수 있어 어디가서 티는 안낸다만 나도 그가 그립다.
딱히 고스트 스테이션을 몇번 들어본적도 없고 그를 마왕이라고 부르지도 않았지만 그가 그립다.
강자에게 독설하고 약자에게 힘이되어주던 말을 하던 그가 그립다.
그리고 히든싱어 보고나서야 다시 그가 그립다는 생각이 드는 내가 부끄럽다.

미안합니다.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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