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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은 군비 경쟁으로 소련을 붕괴시켰는가?
게시물ID : military2_11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샌드witch
추천 : 10
조회수 : 1547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7/03/01 15:00:47
흔히 구소련의 붕괴 원인을 이야기 할 때 '레이건이 군비 경쟁으로 소련을 붕괴시켰다'는 주장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이를 현재에 대입시켜 '미국이 구소련처럼 중국도 군비 경쟁으로 붕괴시킬 것이다!'는 주장을 아주 쉽게 하곤 하죠.

과연 이것이 근거가 있는 주장일까요?


1. 레이건이 소련이 더 많은 방위비를 지출하게 강제함으로써 소련을 붕괴시켰다?
image.jpg
출처 : CIA(https://www.cia.gov/library/center-for-the-study-of-intelligence/csi-publications/books-and-monographs/watching-the-bear-essays-on-cias-analysis-of-the-soviet-union/article02.html)

위 표는 소련 전반에 대한 분석을 담은 CIA 보고서에서 소련의 총 GNP와 방위비 지출을 분석한 내용입니다.

보시다시피, 소련의 방위비 지출은 레이건 재임기(1981-1989) 동안 GNP 증가 대비 전혀 급격한 상승을 보이지 않앗습니다. 오히려 70년대에 비해 굉장히 낮은 방위비 증가폭을 보였고, GNP 대비 방위비 지출도 그 비율이 엄청나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주죠.

저 표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70년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소련 경제의 성장률 둔화입니다. 당시 군비경쟁에 앞서 구소련 지도자들의 우선 고려 사항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이러한 경제적 성장 둔화를 해결하는 것이었고, 다양한 경제적 개혁이 시도됩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대내외적 요건(슬프게도 80년대를 정점으로 당시 소련 내부의 여러 굵직한 사건 사고가 나타나는 한편 이상기온으로 인한 집단농장 생산성 저하 등의 문제가 몰아쳐서 나타나죠)으로 인해 결국 실패하게 되죠(이 부분은 다룬 저서와 논문만 수백편일테니 넘어갑시다).


2. 레이건의 스타워즈 계획이 구소련 지도층을 압박하는 유효한 수단이었나?

냉전이 종식되고 구소련의 기밀 자료들이 공개되면서, 레이건의 스타워즈 계획이 구소련 지도층을 압박하는 유효한 카드로 사용되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레이건의 스타워즈 발표 이후 미-소 핵무기 감축 협약이 진행되면서 이것이 미국이 소련 지도층을 압박하여 군축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유효한 수단이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만, 

레이건의 SDI에 대한 구소련 내부 대응 문서를 분석한 리포트(http://russianforces.org/podvig/Podvig-Soviet_Response_to_SDI_Web2013.pdf)에 따르면 핵무기 감축은 군과의 마찰을 감수한 고르바초프 개인의 일관된 의지에 따른 것이었고, 군부는 상당히 다른 견해를 지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해당 리포트에 따르면 소련 군부는 스타워즈 계획을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미국의 스타워즈와 같은 미사일 방어 체계의 불과 5% 비용 지출만으로도 이 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으리라 판단했으며, 실제로 80년대에 (큰 부담 없이) 다양한 anti-MD 프로젝트들을 발주시키죠(그리고 그 프로젝트의 일부 결과물들은 지금 러시아가 잘 물려받아서 써먹고 있습니다).

더불어 해당 리포트는 앞서 언급한 사안 - 당시 소련 지도층의 선결 과제는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고, 군사적인 지출의 문제는 비교적 후순위의 문제였음 -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고 있습니다.


3. 미국의 방위비 압박 공작은 유효했나?

CIA의 지원을 받아 전직 SOVA(소련분석국) 분석관 두 명이 공저한 <Soviet Defense Spending: A History of CIA Estimates, 1950-1990> 라는 책은 방위비 압박을 통한 구소련 붕괴에 대해 미시적, 거시적인 관점에서 회의적인 견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당시 대소련 첩보전의 최전선을 담당했던 CIA조차 미시적인 관점에서 '경제에 유효타를 줄 수 있을 만큼 국방예산을 증액하도록 소련 지도부를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또한 거시적인 관점에서 '실제 군비의 변동이 미치는 영향도 전체 GNP에 비하면 아주 보잘것 없는 수준이었다'고 인정하고 있죠.


그래서 결론은...

 - 레이건 재임 시절 소련의 방위비는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았고,
 - 소련 지도부에게는 미국의 SDI에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아니었으며,
 - SDI가 실제 유효한 정치적 압박 수단이었는지도 미지수고,
 - 소련 경제는 70년대부터 이미 구조적인 한계에 부딛힌 상태였다(=개혁 실패하면 어차피 망할 운명이었다).

입니다.

뭐 이쯤되면 레이거노믹스의 실책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가 소련을 무너뜨렸어!!!!'라고 행복회로를 돌린 끝에 나온 얘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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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1 15:12:38추천 4
이런 정성 분석글 좋아요

아울러 1000일 축하드림다
댓글 1개 ▲
2017-03-01 16:51:32추천 1
감사합니다 :)  ㅎㅎ
베스트 게시판으로 복사되었습니다!!!
2017-03-01 23:26:52추천 2
소련 경제에 숨통을 끊어 놓았다고 해야 할지 치명타를 먹였다 해야 할지 아리까리 하지만 확실한 건 체르노빌 터진 게 굉장히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죠.
댓글 0개 ▲
2017-03-01 23:28:30추천 2
질문이 잘못된듯..

레이건은 소련이 아니라 미국을 붕괴시킨 것 같은데요.
댓글 0개 ▲
[본인삭제]히스기야
2017-03-01 23:36:28추천 0
댓글 0개 ▲
2017-03-02 01:00:52추천 0
소련-아프간 전쟁이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주지 않았을까요?
소련판 베트남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이니까요. 미국이 아프간의 무장단체들에 상당한 지원을 하기도 했구요.
댓글 0개 ▲
2017-03-02 08:43:00추천 0
소련 체제의 붕괴는 2차 석유파동이후 걸프전 전까지 장기간 저유가 + 체르노빌 원전 사고 아니던가요...

당시 소련정부의 주 재정 수입원은 기름인데.. 저유가 상황을 예상안하고 예산 남발하다가

체르노빌 원전 사고 뒷수습+저유가로 망한
댓글 0개 ▲
2017-03-03 02:19:05추천 0
소련은 경제 및 정치 자체의 내부적 모순이 가중되고있던 와중에 체르노빌이랑 아프간전쟁이 관뚜껑에 못 박으면서 무너진게 맞는거 같아요
댓글 0개 ▲
2017-03-03 08:35:04추천 0
cia 보고서를 보면 소련의 아프간 전쟁은  절정이었던 85~86시즌도
소련 국방비의 2~2.5% 수준에 불과하고 총전쟁비용도 달러로 환산하면
미국의 68시즌 베트남전쟁비용의 75%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미국의 베트남전쟁 비용도  해마다 GDP의 1%정도 됩니다.

소련이 아프간 전쟁 때문에 망했다는 이야기는 잘못된 이야기이죠.
미국이나 소련도 2차대전의 막대한 전쟁비용을 치루지만 오히려 그 이후 20년동안 대호황이 왔습니다.
2차대전 때 미국은 GDP 50%수준에 육박할 정도의 전쟁비용을 퍼부었습니다.
아무튼 소련이 아프간전비때문에 망했다는 이야기는  일종의 프로퍼갠더목적으로 흘린 이야기에 불과하죠.

소련이 망한것은 체르노빌 영향이 심대한 영향을 미쳤고(뒤처리에 해마다 평균 정부예산의 12%소모),
더 결정적인건 91년 10월에 고르바초프가 85년말에 이어서 또다시 미국과 소련을 포함한 세계비핵화를 주장하자
전략적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한 미국이 옐친을 밀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공화국의 독립을 선포하도록 지원하면서 연방이 붕괴되어 버립니다.
댓글 4개 ▲
2017-03-03 11:57:48추천 0
제가 아프간전쟁이 소련이 붕괴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군비문제 때문이 아닙니다. 미국이 베트남전쟁 때 전투 내용이나 비용만으로 곤란을 겪었던 것은 아닌 것 처럼요. 왜 2003년 이라크전을 다룬 드라마에 제목을 '제네레이션 킬'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잖아요. 저는 베트남전이나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 내부의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켰던 것과 비슷하게 소련-아프간 전쟁의 전쟁 경험세대 등장 등이 결과적으로 소련 사회에 분열과 갈등을 만들고 증폭시켰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원전사고나 경기불황 같은 국가적 위기사태 앞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소련 해체로 이어지게 된거라고 보는거죠. 만약 사회적 갈등 및 불만이 적었더라면 외부의 분탕질이나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위기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 소련 해체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7-03-03 14:16:04추천 0
글쎄요...미국은 베트남전의 60년대을 거치면서 사회적 갈등은  소련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인 케네디가 암살당하고 동생 로보트 케네디도 유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세하다가 암살당할 정도로 갈등이 심했습니다.
사회적 갈등에너지의 비교를 결정요인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본인삭제]흰눈사람
2017-03-03 15:03:35추천 0
2017-03-03 16:35:45추천 0
개인적으로는 당시 소련 정치구조의 모순이 그 정도의 사회갈등도 해결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취약해서 문제가 된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때 미국이 겪었던 사회적 갈등이 더 크긴 했지만, 미국의 정치, 제도는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뿐더러 오히려 경제상황은 좋았는데 소련은 반대였던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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