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톡톡]○…귀여니가 네티즌의 시심(詩心)에 불을 질렀다. 아니,시심을 우습게 보게 만든 것일까.
하여튼 인터넷 소설가 귀여니가 시집 ‘아프리카’를 냈다는 소식에,일찍부터 그의 작가적 역량과 창작력을 우습게 봤던 네티즌들도 시 창작에 뛰어들었다. “이게 시라면 나도 쓰겠다”며 아름다운(?) 댓글을 통해 가공할 창작력을 드러낸 것이다.
창작열 불지른 귀여니의 시 세계
쿠키뉴스가 귀여니의 시집 발간 소식을 전한 뉴스에,불과 12시간만에 5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은 대부분 네티즌들이 귀여니에게 바친 시다.
네티즌들의 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귀여니의 시를 접해봐야한다.
△명심해./하루만에 당신에게 반했다는 그 사람은/다음날 또 다른 사랑에 빠질수 있다는 걸.(제목 ‘명심해’)
△영원이란,/누구에게도 허락될수 없는/이 세상의 가장 큰 거짓말.(제목 ‘가장 큰 거짓말’)
△신발 끈 더 꽉 묶어./우리가 함께 할 코스는/백미터 단거리가 아니라/마라톤이야 이 멍청아.(제목 ‘코스’)
귀여니의 시 세계는 짧은 하이쿠(일본식 짧은 시조)에 아포리즘(경구)같은 내용을 담은 스타일이다. 언뜻보면,“나도 이정도는 쓸수 있겠다”는 느낌을 준다. 네티즌들은 이를 댓글을 통해 이를 증명해 보였다.
네티즌 댓글 5000개 넘어
귀여니(혹은 인터넷)는 과연 대단했다. 네티즌은 기사 속에 인용된 몇편의 시를 읽는 것 만으로도 영감을 얻은 듯 그야말로 미친 듯이 시를 쏟아냈다. 물론 형식은 귀여니의 하이쿠 스타일을 따랐지만,그 내용에 있어서는 순정만화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듯한 귀여니의 한계를 훌쩍 넘어 유머와 패러디가 짬뽕된,퓨전 아포리즘의 세계를 째까닥 열어 재꼈다.
마치 신문기사와 대중가요를 마구 인용해 충격을 주었던 황지우 시인의 해체시가 인터넷을 통해 21세기에 다시 등장한 듯 하다. 이들은 광고 카피든 개그맨의 유행어든,아니면 그냥 입에서 나오고 키보드에서 찍히는 대로 쓴 글이든,일단 △를 넣어 준 뒤 20자 영화평 정도의 길이에 사이사이 줄 바꾸기를 뜻하는 ‘/’를 사이사이 넣어주고 적당한 제목만 달아주면 시가 된다는 점을,알아차린 것이다.
사실 귀여니를 이어받아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제시한 첫 댓글은 평범했다. 29일 오후 5시5분 30초,ID pilips1820,IP번호 221.167.xxx.222의 시는 ‘어금니 더 꽉물어/니가 맞아야할곳은 머리통이 아니라/아구지이야 이 멍.청.야(제목:코스)’였다.
댓글 시쓰기가 일단 시작되자,에러난 프린터가 종이를 찍찍 뽑아내듯이 작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는/시덥잖게 뇌까려도/귀여니가 시라고 하면 다 시냐? (제목'시바')
△술은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안했다! (뺑사마님의 '운주운전'중에서)
△이 책으로 /교보에서 /팬싸인회 /한다던데/ (제목:과연∼∼)
△명심해/양치질은/하루에/세번씩 (양치질)
△달렸다 / 엎어졌다 / 아싸 페널트킥. (제목: 나는야 박지성)
△똥을싸니 / 광박이요 / 흔들더니 / 따불이네 (제목:화투)
여기까지 댓글시를 읽은 여러분의 심정은 어떤가. 네티즌은 시로 표현했다.
△우하하/웃겨/죽겠네/ (제목 : 공감 그리고 허무)
네티즌 시세계 분석
위에 예를 든 시만 봐도 알수 있지만,댓글에 달린 시는 몇가지 유형으로 분화되고 있다. 첫째는 귀여니를 향한 뜨거운 마음을 표현한 시들. 패러디를 통해 뛰어난 유머감각을 드러낸 창작자들도 적지 않았다.
△괜찮네/인생뭐있나(제목:인생)
△귀여니에게 / 시를 쓸수있는 / 원천기술이 있는지 / 검증하여 / 무엇하랴? (제목:pd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