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억으로는 이곳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김어준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를 김어준 신봉자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네요.
심리학에서는 발달되지 않은 도덕성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으로 '나와 같은 편은 선한 사람', '나와 다른 편은 나쁜 사람'으로 여긴다는 기억이 나네요.
마치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부모가 모두 옳고 완전히 착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과 동일한 것입니다.
여기 대부분의 극문들은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제가 사악한 사람일 것이고, 극문들이 혐오하는 김어준 추종자라고 단정짓는 마음도 이런 심리현상과 매우 흡사하다고 봅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일단 전 김어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김어준의 장점으로 '과거의 사건'에 대한 자신만의 통찰력과 분석력으로 대중들에게 날카로운 해석을 해주고, 또 그 결과로서 많은 국민들이 우리 정치에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많은 성과를 이루었죠.
그러나 제가 보는 김어준의 단점으로 미래의 일이나, 역사적인 시대상황을 인식하는 능력은 평범하다고 봅니다. 저는 정치에서 '역사적 식견'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절대적으로 보는데, 김어준은 이 부분이 약하다고 보는 것이죠.
예를 들면, 김어준이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적합하다고 여긴 장면이 노전대통령 장례식 때, 소란에 대한 사과로 이명박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보며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있다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신사적인 모습으로 과연 대통령의 자질이 있다고 그렇게 쉽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요?
대통령... 한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등 그 모든 것을 살펴야 하는 자리에 단지 '품위있게 인사하는 모습'으로 대통령 자질이 있다고 평가했다는 김어준은 지나치게 감성적인 판단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그저 신사적인 인격을 가졌다고 평가하면 최대치의 평가인데, 왜 그런 모습에 대통령 자질을 언급했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전 정치인들이 하는 말 중에, '난 원래 정치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 대통령 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말을 제일 싫어합니다. 정치를 하고 싶지 않았으면 그만큼 그 사람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한 나라의 모든 영역 -- 작게는 아파트 가격 문제나 대입문제에서부터 크게는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 에 대해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앉게 되면 나침반도 볼 줄 모르는 사람을 선장으로 앉힌 꼴이 되는 것이죠.
품위있는 모습이 있다고 아파트 가격이 안정되는 것이 아니며, 대입제도가 공정해 지는 것도 아니며, 부의 배분이 공정하게 되는 것도 아니며, 통일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실력'에 관한 문제이며, 그러한 실력은 모든 사회제도와 인간의 선과 악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통해 사회 현실과 맞부딪히며 스스로 쌓은 자신만의 색깔이 만들어져야 비로소 한 국가를 끌고 갈 수 있는 작은 나침반이 생기는 것이죠.
이러한 능력은 불과 몇 달, 수 년 공부했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김어준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었고 그에 부합하는 사람이 누구였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이 그저 감성적인 판단으로 문재인을 정치인으로 끌어들이게 한 도박을 자신의 설득력을 통해 국민들에게 감행시킨 것이 저는 그의 매우 큰 잘못이라고 봅니다.
그 결과로서 지금 시대가 아니면 영원히 청산하지 못할 우리 역사 안에 기생하는 반민족 집단의 죄악상에 대한 집요하고 끊임없는 청산을 지금처럼 시간에, 바람에, 시냇물에 그저 맡기기만 하는 도박을 하게 만든 잘못이 그에게 있디고 저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