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서 보니 이렇게 추천을 많이 받을 줄 몰랐네요. 오유분들이 하는 싫은 소리를 일일히 읽어보았습니다. 내가 한심하다고 여기는 분들이 참 많네요.
그거 조금 머리 좋고 그거 조금 잘생기고 그거 조금 말 잘하는게 밥먹여주고 돈벌어주진 않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내 자신이 답답하고 한심하기도 해요. 나 이렇게 멍청한 여자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내가 쉬는날이면 첫차를 타고 우리집까지 와서 막차를 타고 집에 가죠. 비록 지하철이 다니지만 지하철로는 한시간 반이 훌쩍 넘는거리까지 왔다 가요.
어쩌다 돈생기면 와서 맛있는거 해준다고 재료사와서 갈비찜이며 꽃게탕이며 반찬종류까지 싹 해주고 가요. 남자친구는 요리가 꿈이래요. 요리를 하고 남들이 맛있게 먹는걸 보면 행복하대요.
처음엔 나도 이러지 않았어요. 대학 졸업하고 논지 한달이 두달이 되고, 두달이 일년이, 일년이 이년이, 어느새 사년이.
처음엔 나도 닥달해봤어요. 취업해라, 알바라도 해라, 어디 식당 주방에서라도 일해라, 뭐라도 좀 해봐라. 그랬는데 자기도 생각이 있대요, 뭔가 생각하고 있대요. 그러려니, 그러려니. 알아서 잘 하겠지, 얘 그렇게 무능하진 않을거야. 멍청이는 아니니까. 지 앞가림 하겠지.
어느새 이렇게 됐네요. 남친도 자기 상황 잘 알아요. 쓸모 없는 백수라는 것도, 잉여라는 것도. 아무데서도 자기를 필요해 주지 않는다는 것도. 그래서 더 자신감없고 이제와서 뭐 하기도 힘들대요.
그래서 더 도와주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네요. 휴...
이렇게 많은분들이 뜯어말리시는데, 이게 정상적인 연애가 아니라는게 너무 확실하네요. 그냥 저 뒷페이지로 넘어갈줄만 알았는데 충격적이었어요.
좋은 남자가 아니죠. 내 마음을 한번에 정리할 수도 없겠죠.
해보는 데 까진 해봐야죠. 방금 문자해서 오유보라고 얘기도 해놨어요. 나보다 더 충격받을거 같은데, 뭔가 느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