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본부장입니다.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대통령님 유엔 참석 사절단으로 방미를 마치고 귀국 했습니다. 성남 비행장에 나오신 이해찬 대표님이 두손으로 악수를 해주셨습니다. 꽉 붙잡은 두 손에서 그동안의 깊은 걱정과 한편의 안도가 느껴졌습니다.
전세계 주요국들간 통상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4월 한미FTA 폐기 내지는 재협상을 요구했습니다. 이후 우리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깊었습니다. 얼마후 저는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참여정부때 통상교섭본부를 이끌었었는데, 10년후 문재인 정부에서 또 통상교섭본부장이란 중책을 맡게 된 것입니다.
초심. 저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2006년 원 협상때 마음 그대로 임했습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님은 저에게 ‘장사치 논리로 협상하고, 조건이 불리하면 하지 마라’시며 전권을 맡기셨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마음으로 불리하면 바로 깨겠다는 각오로 임했습니다.
지난 일년여 간 우리 협상팀과 라잇하이저 USTR이 이끄는 협상팀간 아슬아슬한 기싸움과 치열한 협상이 있었고, 마침내 지난 9.24일 두 정상이 서명함으로써 개정 협상이 마무리가 됐습니다.
우리는 농업시장 추가 개방, 자동차 원산지기준 강화 등은 레드라인으로 정하고 끝까지 지켰고, 투자자 국가분쟁해결제도 (ISDS) 소송을 제한하는 조항을 반영하는 등의 성과를 얻었습니다.
자동차 232조 조치는 미국이 EU, 캐나다, 일본 등과 무역협상을 진행중이거나 시작하는 단계여서 조치를 단행할지 여부와 우리의 면제 여부를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만, 이번 한미FTA 개정서명으로 두 나라 사이의 통상 분야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하고 안정적으로 무역, 투자할수 있는 우호적인 여건을 마련했습니다.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타결된 무역협정이 한미FTA 입니다. 비온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양국 간 굳건하고 상호 호혜적인 무역·경제 관계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계기가 된 것으로 믿습니다. 한미FTA를 통해 우리가 개방DNA를 깨우고, 경제를 한단계 도약시킨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번 개정협상은 한국이 더이상 국제무대에서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힘차게 뛰어다니는 돌고래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편 오늘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님과 김정숙 여사님께서 교민들과 인사하는 중에 제가 대통령님 사진을 찍느라 잠시 교민들의 시선을 가렸나 봅니다. 옆에 계신 교민들이 “아저씨 비켜봐”라고 하셔서 얼른 문워킹으로 뒤로 이동했습니다. 60세 되기 하루 전날 야단맞는 아저씨가 된 것은 아주 조금 억울한 면도 있습니다. SNS를 보니 ‘김현종, 여사님께 의문의 일패’라고 하시는데 그래도 이런 일패는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단, 국익과 관련한 통상협상에서는 절대 지지 않고, 십원 한장 손해 보지 않는 '장사치 아저씨'로 살아가겠다 다짐해 봅니다. ^^
※왼쪽 사진은 2018년, 오른쪽 사진은 2007년 서명식때 찍은 것입니다(똑같은 양복과 넥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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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시절 FTA에 대한 입진보의 공격도 묵묵히 받아내셨던 분이라 그런지 이 정도의 1패는 쿨하게 받아들시는 듯 ㅋㅋㅋㅋ
그나저나 본부장님 협상만 잘하시는 줄 알았더니 글도 위트넘치면서 진지하게 잘 쓰시네요. 이런 분에게 검은 머리 미국인이라 놀렸던 놈들 지금 다 어디 숨었냐!!! 걸리기만 해봐라 다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