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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사이다
게시물ID : soda_19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뚫너
추천 : 115
조회수 : 4829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5/10/27 02: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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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사이다도 시원하지만...
다양한 여러 종류의 사이다글도 많이 올라왔으면 하는 희망에 오래된 기억을 꺼내어봅니다.
 
애인이 없으므로 음슴체.
(하지만 배우자는 있음. 흠흠~)
 
 
본인은 대기업 계열사인 금융회사에서 근무했었음.
 
하루는 전화를 받았는데, "감사합니다. OO팀 아무개입니다" 받자마자 욕이 융단폭격처럼, 말 그대로 "퍼부어"졌음.
어떤 나이 든 남자 목소리로, 니네 칼로 찔러 죽여버리겠다. 목을 따버리겠다. 등등의 험악한 욕과 악~~악~~~~~하는 소리 지름의 연속이였음.
 
이게 뭐지???????
 
하여간 회사에 불만이 아주 많은 고객같은데, 전화가 돌고 돌다가 대충 국번에 번호 비슷한걸로 마구 눌렀는데, 그게 내 자리 번호였던 모양임.
 
참고로, 본인은 대학 시절, 휴학을 하고 모 통신사 전화상담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음. 아주~ 우수하게~~~~
그래서 그런 전화를 받았어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음.
 
일단 진정하시라고, 내용을 알아야 해결을 해드리든지, 해결가능한 분을 연결해 드리든지 할거 아니겠냐고.
계속 욕이 반복되었고, 그냥 끊어버릴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고객센터 번호 알려주고 그리로 전화하시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냥 그날은 '이렇게 화가 난 사람, 전화 돌려봤자 화만 더 날 것이다. 일단 여기저기 돌리지 않고 제대로 된 곳에 토스만이라도 해드리자'는 생각이 들었음.
 
좀 진정이 되자 "니까짓게 뭘 해결한단 말이야?"면서 비꼬면서 "분명 또 돌릴 거 아니냐"면서, 아마 앞에도 몇번 돌림(?)을 당한 상태 같았다.
 
그래서 소속과 이름, 직급, 직통번호를 쿨하게 알려드리고(메모도 하시라고), 지금 다 알려드렸으니 중간에 내 의지가 아니지만 행여 끊어지면 전화하셔서 저를 찾으시라고 하고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해보시라고 했다.
 
내용을 들어보니 적어도, 정말 최소한으로 관련 부서가 3~4개팀은 되는, 복잡한 민원이였다.
메뉴얼만 달달 외운 말단 고객센터 직원은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관련 부서가 어디인지조차도 알 수 없는 그런 민원.
고객이 화를 낼 이유도 있어 보였다.
3~4개 부서 중에 어디로 연결할까 하다가, 만약 내가 연결한 부서가 아니면 고객은 더 화가 날 게 뻔~했다.
 
"일단 무슨 내용인지 알겠습니다. 이런이런 내용 맞으시지요? 저는 OO부서입니다. 그래서 지금 정확하게 처리 가능한 부서는 제가 확실하게 모르겠습니다. 관련부서가 3~4개가 동시에 엮여있을 듯 한데, 제가 정확하게 어느 부서에서 그작업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확인해서 제가 안내해드릴 수 있는 내용이면 다른 사람 거치지 않고 직접 연락을 드리겠고, 아니면 담당자가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제 업무가 그쪽이 아닌지라 저도 확인을 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러고 끊고 잠수탈거잖아"
 
"제 직통 번호 아까 알려드렸잖아요. 고객님. 그 번호 제 직통 번호입니다. 걸면 제가 바로 받습니다. 뭐 회의 들어가거나 화장실 가서 다른 사람이 당겨받을 수는 있겠지만요. 일단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그쪽 업무가 아니라서 그런건 좀 알아봐야 합니다. 좀 기다려주세요.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시간은 언제 된다 말씀은 못드립니다. 하지만 연락은 꼭 하겠습니다" 하고 약속에 약속을 하고 끊음.
 
이제 짐작되는 부서에 대리급들 몇명에게 사내 메일을 보냄.
민원 내용이 복잡해서 부서마다 전화로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릴 듯 해서, 이런 내용인데 어느 부서가 담당하는지 모르겠어서 지금 A팀, B팀, C팀에 모두 문의드린다. 대답 가능하시면 직접 하셔도 되고, 껄끄러우시면 저에게 알려주면 제가 직접 통화해서 안내하겠으니 나에게 내용을 알려달라는 내용의 메일이였음.
 
메일 받고 바로 알아보겠다고 전화를 준 부서도 있고, 대답 없는 부서도 있었음.
(알고보니 대답 없는 부서는 그냥 내 메일을 고대~~로 "고객센터"로 토스~~만 했음.)
연락을 준 부서에서는 고객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추후에 해당 내용을 개선하겠다고 연락이 왔음.
하지만 통화는 내가 좀 해주면 좋겠다고 하길래 ^^  이해한다며 콜~
 
고객과 통화하고, 일단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고, 담당부서에 충분히 고객님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고, 부서에서도 인정을 했다고. 추후엔 그 부분을 신경써서 개선하겠다는 말도 들었다고 하고, 고객도 시간 지나고 하니 좀 가라앉으셨음.
그렇게 좋게 마무리~~~~
 
잠시 후에 고객센터 부장님이 나에게 전화를 하셨음.
어중간한 사원으로는 그 고객 감당이 어렵겠다 싶어 직접 그 고객에게 전화를 거셨다고 함.
토스 받은 메일 때문에 잔뜩 폭탄 터질 것을 예상하고 전화를 걸었는데, 응???
고객이 "아까 그 분에게 다 이야기 들었다"면서 그냥 아무렇지 않게 상황종료?!@!###@#@!
이어지는 고객의 칭찬 퍼레이드~!
"아까 그분 상 줘라. 그런 직원은 상 받아야 마땅하다. 내가 욕도 퍼붓고 소리도 지르고 난리를 난리를 쳤는데도, 차분하게 필요한 요점을 제대로 파악해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걸 잘 알아듣고 처리 잘 해줬다. 내가 욕한게 부끄럽게 만들었다" 등등...
그래서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 고객이 이렇게 칭찬해줬다는걸 나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다시 전화하셨다고.
고객센터 통화는 무조건 녹취라서 그 분이 칭찬하는 말 직접 들으라고 메일로 보냈으니 들으라고...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러고 그냥 끝~
 
........일 줄 알았는데....
 
 
 
고객만족 우수 사례로 해당 내용이 회사 전체 공지에 올라감.
생생한 칭찬 녹취파일까지 함께.
우수 사원 상도 받음.
 
 
 
그냥 욕 퍼붓는 '진상 고객'이 될 수도 있었던 고객은 정당한 대우를 받게 되었고.
회사는 업무 시스템을 개선하게 되었고.
나는 상 받음. 아싸~!
 
 
 
 
 
 
출처 내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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