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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비쉬/망상주의/손발주의/꽐라에게★치얼스] 술버릇
게시물ID : mabinogi_1341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르고
추천 : 21
조회수 : 105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5/10/27 12: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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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모든 망상의 시작 → http://todayhumor.com/?mabinogi_134099

※ 그렇다면, 거꾸로 톨비쉬에게 술을 먹여보면 어떨까?

※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면 안 됩니다.

 

 

 

 

 

 

 

 

 

그것은 길고 긴 임무 수행이 끝나고 나서의 일이었다. 톨비쉬와 나, 아벨린, 알터는 이멘 마하의 집결지에서 상부에 보고할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헤어지기로 했다.

 


"아으아~ 간만에 빡세게 달렸다..."


"고생하셨습니다."


 

톨비쉬가 내게 수통을 내밀었지만, 사실 나는 물보다 진하게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렇게 며칠씩 노숙을 하며 사도를 추적하는 건 정말 오랜만에 있는 일이었다. 노숙이야 인이 배기도록 해 봤건만, 고작 요 몇 달 아발론 게이트에서 편하게 침대 생활 했다고 그새 익숙해져 팔도 다리도 뻐근하다.

 


"전 사양하겠어요."

 


아벨린은 뒷풀이 겸 베안 루아에서 한 잔 하지 않겠느냐는 내 제안을 0.5초도 기다리지 않고 즉시 거절했다.

 


"저... 저는 가보고 싶어요!"


"떽, 애기는 술 마시는 거 아냐."


 

알터는 귀가 축 처진 강아지 같은 꼴을 하고선 어디를 뜯어봐도 미성년자인 내 외모에 대해 뭐라고 항변하려고 했지만 곧 입을 다물었다. 하긴 밀레시안의 외형 나이 같은 걸 따져봤자 의미가 있을 리가 없다. 우리 모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 사람을 향했다. 톨비쉬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피하다가, 결국 포기한 듯 말했다.

 


"...가시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

 

 

 

베안 루아는 제법 오랜만이다. 그렇지만 언제나 앉던 익숙한 바의 구석자리에 앉자 루카스는 묻지도 않고 전에 키핑해 둔 발레스 위스키를 가져다 주었다. 조명에 반짝이는 크리스탈 글래스를 내려 한 잔을 따르고 톨비쉬의 잔에도 술을 따르려는데 커다란 손이 다가와 잔을 덮는다.

 


"기사단 규율에 음주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딱딱하긴..."

 


마시지도 않을 거면서 모시겠습니다는 무슨 놈의 모시겠습니다냐고 투덜투덜 불만을 표시했지만 톨비쉬는 요지부동이다. 나는 포기하고 내 잔을 홀짝거리기 시작했다. 일전에 크루크의 집을 털어 가져온 최고급 독주의 향이 비강을 자극하고, 뜨거운 알콜이 목구멍을 타고 흐른다. 나는 조금씩 취해갔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벨린과 알터에 대해서, 내가 훈련시키고 있는 견습 기사단에 대해서, 지난 임무에 대해서, 그리고 다른 몇몇 시덥지 않은 이야기들도. 루아의 노랫소리가 점점 몽환적으로 들려올 때쯤 톨비쉬는 내게 밀레시안도 취하냐고 물었다. 나는 아하하하 하고 웃었다.

 


"우리가 죽지 않으니까, 밀레시안을 감각도 없는 기계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 그렇지만 밀레시안도 사람인걸. 술마시면 취하고 다치면 아프고 잠 못자면 졸립고 끼니 거르면 배고프고... 그냥 그래도 안 죽을 뿐이야. 술 취하면 기분 좋은걸~ 잊고 싶은 일도 잊을 수 있고~ 이렇게 맛있는 술 마시고 취하지도 못한다면 그건 저주 아냐?"

 


그렇군요 하고 대답하고 톨비쉬는 고개를 돌려 피아노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루아를 바라보았다. 나는 문득 장난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한 걸까? 임무를 수행할 땐 이런저런 변칙적인 행동들을 하긴 하지만, 톨비쉬는 기본적으로 바른 생활 사나이다. 그리고 나는 오직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이 세계에 있는 밀레시안이지. 그러니까 이렇게 바르고 곧은 사람을 보면 괜히 괴롭혀주고 싶은 것이다. 깨끗하게 새로 칠한 벽을 보면 괜히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것처럼. 누가 새 신발을 신고 오면 괜히 한번 밟아주고 싶은 것처럼. 나는 고개를 돌리고 있는 톨비쉬를 톡톡 건드렸다. 그리고 그가 나를 돌아보자 그 고슬고슬한 금발 사이에 손을 넣고 내게로 당겨 입을 맞추었다. 꿀꺽. 내 입 안에 머금었던 것이 톨비쉬에게로 넘어가고, 미처 그에게 가지 못한 것이 목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무... 무슨... 딸꾹"


"아하하하하! 하하하하!!"


"무슨 짓입니까, 저는 규율을 어겨서는 안 됩니다!"


"거짓말 하지마. 슈안한테 다 들었다고. 견습 기사 시절에 카즈윈이랑 같이 몰래 술 사와서 까먹다 걸린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이것은 슈안에게 벨테인 인장을 열다섯 개나 바치고 얻은 고급정보였다. 나는 득의양양하게 톨비쉬를 바라보았다. 톨비쉬는 한 손으로 붉어진 얼굴을 가리고 시선은 나를 보았다가 땅을 보았다가 바의 진열장을 보았다가 허둥지둥이다. 이 바른생활 사나이를 내 손으로 타락시켰다는 충족감이 가슴을 채웠다.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어차피 버린 몸 더 마셔버리라고 하려는 참인데 톨비쉬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그대로 바에 엎드려 버렸다.

 


"...톨비쉬?"

 


장난치지 말라며 어깨를 잡고 흔들어 봤지만 톨비쉬는 고개를 들지 않고 뭐라고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어라, 정말로 술 마시면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거였나. 나는 톨비쉬에게로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슈안에게..."


"...뭐라고?"


"...슈안에게... 그때 몰래 술 마신걸 왜 들켰는지도 들으셨습니까?"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저는 술을 잘 못합니다. 그때도 기껏 몰래 가지고 와서는 한두 잔 마시고 바로 취해버렸죠. 별로 독한 술도 아니었는데. 그리고 술버릇도 고약합니다. 그때 전 잔뜩 취해서 카즈윈을 붙잡고 키스를 퍼부었습니다. 견디다 못한 카즈윈이 절 때려눕혀서 소란이 일어나 들킨 겁니다."



빠르게 말하는 톨비쉬의 눈빛이 점점 흐려졌다.


 

"카즈윈이... 한번만 더 술 마시면 정말 죽여버리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톨비쉬는 내게 돌진해왔다. 단단한 손이 내 머리를 받치고 다른 손은 부드럽게 턱을 당겨 입술을 벌린다. 오크 통과 희미한 꽃의 향기가 톨비쉬의 숨과 섞여 내게로 쏟아졌다. 톨비쉬의 (검열삭제) 내 (검열삭제) 말 그대로 헤집었다. 위스키의 향이 내 머릿속을 헤집는 것만 같다. 한참 동안이나 숨가쁘게 내게 키스를 퍼붓던 톨비쉬는 산소 부족으로 내 머리가 터져버릴 때쯤 잠시 떨어져 속삭였다.

 


"밀레시안님이... 자초한 거예요."


 

그리고 미처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톨비쉬는 다시 덮쳐왔다. 이미 아까 마신 술에 취기가 돌아 밀어낼 힘도 없던 나는 그의 입술을 고스란히 받아낼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감은 눈 속에서 나의 세상은 불꽃이 터지듯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출처 첫출근에 회식하고 기모찌한 꽐라에게서 영감을 얻어 그분이 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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