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산을 갈때마다 꼭 들르는, 가장 좋아하는 곳이 있다.
'해동 용궁사'
무언가 마음이 답답할 때, 그곳을 찾으면 철썩이는 파도에 내 마음 잡음도 사라져 가는 느낌이 들어 자주 찾는 곳이다.
여자는 용궁사에 가본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원하니 한번 가주겠다고도...
택시를 타고 달맞이 고개를 지나, 해안도로를 달려 용궁사에 도착했다.
여자의 손을 꼭 잡고, 내가 늘 앉아있는 그 곳으로 향했다.
"여기 좋지?"
"응 전에 한번 와본 것 같아. 좋네"
여자와 함께 그 곳에 앉아있으니, 구름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계속 실실거리며 웃자 여자는 말했다.
"나 진짜 착하지. 너가 가자는데도 가고"
"응 그래 착하다"
여자는 늘 그렇게 확인 받고 싶어했다.
자신이 예쁜지, 정말 착한 여자친구인지, 얼마나 예쁜지 등
하지만 물음 전에 행동은 꽝이었다.
음식이 나오면 늘 정신없이 먼저 먹던 여자가 언젠가 한 번은 내입에 먼저 넣어주고는
"캬...이것봐라. 내가 이렇게 널 생각한다"
(자기 양말 사면서) 오백원 짜리 양말을 두개 사놓고서는
"니 생각 나서 샀어. 난 이렇게 항상 니 생각 뿐이란다"
매번 이런식.
용궁사는 부산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고, 절이기도 해서 여자와 함께 소원을 빌었다.
"뭐 빌꺼야?"
"비밀이야"
"쳇 나도"
-
우리는 숙소를 옮기기로 했다.
숙소는 기차역에서 내려 30분정도 걸어가야 하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고,
걷기를 좋아했던 여자는 또 걷자고 했다.
우리는 가방을 하나씩 들고 시내를 걸었다.
"아...나 근데...배가..."
"응? 배아파? 저기 카페 화장실 갈까?"
"응 잠시만...다녀올게..."
여자는 소싸움을 하는 소처럼 화장실 팻말만 보고 가열차게 달려갔다.
몇 분 기다렸을까. 시무룩한 표정으로 여자가 나온다.
"실패?"
"응...사람이 너무 많아"
"아니면 저쪽 화장실을 가보는건 어때?"
"아니야...그냥 숙소가서..."
여자는 마치 경보선수 같았다.
자신의 꿈은 40살 때 배우를 하겠다느니, 내가 고등학교때 이 거리 (음식점들)를 휘어잡았다느니
당찬 표정으로 말하던 여자는 온데간데 없고, 식은땀을 흘리며 금메달을 바라보는 경보선수가 옆에 있을 뿐이었다.
나는 노련한 페이스메이커처럼 여자를 돕기 시작했다.
"드디어 저쪽에 숙소가 보인다. 예상 도착시간 현재속도 유지시 10분"
"..."
"속도가 점점 빨라져 8분으로 수정"
"..."
"오 곧 도착할텐데 앞에 사거리 횡단보도가 있네요"
"..."
"3분뒤면 도착 예정"
"나 뛸게"
가방을 냅따 던지고서는 숙소를 향해 여자는 뛰기 시작했다.
100미터 달리기가 20초 나온다던 여자의 말은 뻥인 듯 했다.
로비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여자는 다시 40살 여배우가 꿈인 여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 들어가서 짐 놓고, 냉채족발 먹으러 가자!!"
-
십분을 서있었다.
왼쪽 가게를 갈지, 오른쪽 가게를 갈지 그 무엇보다 신중했다.
"왼쪽은 줄이 길어, 하지만 오른쪽 가게에는 원조라고 써있지"
"사람이 많은 쪽이 맛있는거 아니야?"
"그치만 오른쪽 가게에 사람들 접시에 족발이 가득해. 그건 테이블이 회전된지 얼마 안됐단 소리야."
"우리가 타이밍이 좋게 왔을 수도 있겠네"
"정말 고민이다. 어딜가서 먹어야 하지"
"눈 딱 감고 원조에 가고. 다음에 올때는 왼쪽 가게에 가자"
"콜"
우리는 정말 맛있게 족발을 먹었고, 다음에 왼쪽 가게에 가자는 약속은 아직 지키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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