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에 〈한겨레〉가 받는 대표적인 오해는 두 개다.
먼저 〈한겨레〉가 안철수를 애호한다는 오해. 글쎄다. 〈한겨레〉 내에도 안철수를 친애하는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압도적 다수는 안철수에게 아무런 매력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안철수라는 정치인을 좋아하기엔 〈한겨레〉는 너무 레디컬하고 진보적이며 색깔이 분명하다. 요컨대 〈한겨레〉는 안철수의 인격과 안철수의 철학과 안철수의 정책 중 어떤 것도 애호하기 힘들다. 내가 보기에 〈한겨레〉를 안철수빠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 보다 어처구니 없는 일도 없다.
다음. 〈한겨레〉가 노무현의 죽음에 책임이 크다는 오해. 글쎄다. 노무현의 서거 직전 〈한겨레〉 역시 검찰의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다 그랬다. 나는 어제 일처럼 그때를 기억한다. 청와대와 청와대의 주구 대검 중수부와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의 비대언론이 일치단결해 실행한 노무현 죽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조하거나 침묵했다. 입 달린 사람들은 누구나 노무현을 저주했고, 어떤 사람들은 친노로 찍혀 화를 입을까 두려운 나머지 닭 울기 전에 세번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처럼 노무현을 모른다 했다.
내 기억에 공적인 영향력이 있는 사람 가운데 벼랑 끝에 몰린 노무현을 전면에서 변호한 사람은 손에 꼽는다. 요컨대 이명박 등이 합심해 나선 노무현 죽이기에 어떤 사람들은 열광했고, 어떤 사람들은 동조했으며, 어떤 사람들은 침묵했고, 어떤 사람들은 외면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당시 〈한겨레〉가 이명박 등이 펼친 프레임에 감연히 맞서 노무현을 변호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건 이제 와 할 수 있는 말이다. 당시 〈한겨레〉에겐 이명박 등의 프레임에 맞서 여론을 뒤집을 역량과 힘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한겨레〉 뿐 아니라 당시의 누구라도 그랬다.
정리하자. 노무현의 죽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건 이명박이고 그에 버금가는 책임이 있는 건 검찰과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의 비대언론이다. 〈한겨레〉도 노무현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 할 순 없지만 그 책임은 비교적 적으며, 〈한겨레〉는 잘못에 비해 너무 많은 윤리적 매질을 당했다. 몇몇 컬럼을 가지고 노무현의 죽음에 〈한겨레〉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그런 행동은 문재인 지지자와 〈한겨레〉 사이에 감정의 골만 깊게하고 오해만 쌓이게 할 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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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줄게있어....옜다!
출처 | '한겨레'를 위한 변명 [2018년 01월 04일] https://www.huffingtonpost.kr/taekyung-lee/story_b_18926152.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