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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떠나는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11149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1대등신왕
추천 : 74
조회수 : 6483회
댓글수 : 2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8/31 15:35:29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8/31 10: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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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정확히 말하면 국민학생..) 인디아나 존스라는 영화를 본 나의 꿈은 전 세계를 여행하며 한 손에는 미녀를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채찍을 휘두르며 유물을 찾으러 다니는 고고학자였다. 물론 그 꿈은 고3 때 담임 선생님에 의해 좌절되었다.
그리고 곧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어린 시절의 꿈과 다르게 내가 여행을 해본 지역은 쇼킹하게도 아시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첫 해외여행은 대학 때 친구들과 여름방학 내내 막노동을 따라다니면서 번 돈으로 떠난 태국이었다. 방콕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적도의 뜨거운 
열기보다 먼저 깨달은 건 '왜 사람들이 나보고 태국사람 같다고 하는지 알겠다.'였다. 하지만 나는 능숙하게 현실 도피성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와.. 저기 수레 끌고 가는 아저씨는 우리 아빠 닮았다. 저기 담배 피우는 아저씨는 큰 형 같아! 그런데 나랑 닮은 사람은 별로 없네."

나는 무리수를 쓰며 가족을 희생시켜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지만, 친구들 눈에는 여기는 타일랜드가 아니고 성성랜드야 하는 눈빛이었다.

"어떻게 된 게 어딜 가나 너 같은 사람이 다 있냐.. 푸하하하 저기는 콧수염 난 성성이, 짐을 끄는 성성이, 담배 피우는 성성이. 
와! 저기는 리틀 성성이." 

그리고 첫 태국여행에서 잊지 못할 결정적인 사건은 당시 우리가 숙소로 삼은 호텔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한국인 노부부로 보이는 분들이 
무거운 짐을 들고 차에서 내리시는 모습을 보고 '같은 한국 사람끼리 도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할머니께서 들고 계신 짐을 들어 드렸다. 

당연히 '고마워요, 한국 총각~' 이런 인사를 기다렸는데 내게 돌아온 할머니의 인사는 "땡큐~ 싸와디 깝~' 하시며 주머니에서 천원을 꺼내 내 손에 
쥐여주셨다. 순간 돈을 받아야 되나 그리고 내가 대한민국 육군 병장 출신임을 밝혀야 하나 고민하는데 여기서 내가 만일 유창한 한국말로 "아닙니다. 
할머니, 멀리 타국에서 같은 한국인끼리 서로 도와야죠." 이러면 막장 아침 드라마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을 보신 것처럼 충격을 받으실 거 
같아 "꼬맘씀미다. 뿌인" 하고 정중히 인사했다. 뒤에 따라오시던 할아버지께서는 "저 태국놈 한국말 잘하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나벼." 라며 
나의 한국어 발음을 칭찬해 주셨다.
훈훈한 선행을 지켜보던 친구들은 내가 천원을 벌었다는 사실보다 '역시 저놈은 태국인보다 태국인답다'며 여행 내내 내게 "꼬맘습니따 뿌인"
이렇게 불렀다. 그리고 그 에피소드는 한국에 돌아가서도 졸업할 때 까지 아니 지금까지 녀석들에게 영원히 놀림을 당하고 있다. 

그 뒤 결혼을 앞두고 신혼 여행지를 결정할 때도 와이프에게 "절대 태국은 안 돼" 라고 선언했다. 스노클링과 스킨 스쿠버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고 싶던 와이프와 합의를 본 곳은 바로 필리핀의 보라카이였다. 마닐라의 공항에 처음 내렸을 때 '여기는 설마 나와 닮은 사람이 없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공항에 분주하게 다니는 현지인들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아.. 시발.. 여기마저도.." 였다. 
우리 말고 패키지로 함께 온 신혼부부가 두 커플이 더 있었는데, 현지 한국인 가이드는 인원 점검을 하다 와이프에게 다가 오더니

"***님이시죠? 그런데 남편분은 어디 계세요?" 나는 와이프 뒤에서 가방 들고 가만히 서 있었는데... 나도 남편이 어디 있나 같이 두리번댔다.
아.. 그 남편이 바로 나지.. 결혼한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아직 나는 총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어.. 우리 남편은 제 뒤에 있는데요?" 

"어머.. 죄송해요. 저는 짐 들어주는 현지인인 줄 알고.. 정말 죄송해요. 남편분.."

함께 온 신혼부부들이 웃음을 꾹 참고 있었고, 가이드님은 연신 내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혼여행 둘째 날 저녁 함께 온
부부들이 다같이 맥주를 한잔 하는데, 대구에서 오신 형님이 내 가슴에 못을 박았다.   

"성성씨 부러워요. 우리는 어딜 가나, 뭐 만 하려고 하면 잡상인이나 구걸 등 계속 방해받아서.."

생각해보니 우리 부부가 자유시간에 어딜 가든 우리는 잡상인의 접근이나 어린 아이들의 구걸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뭐.. 더 큰 거지, 아니 보라카이 거지왕처럼 생긴 놈이 있는데 감히 누가 오겠어요. 호홋.." 

와이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나는 속으로 '이건 팀 킬 인데' 라고 생각했지만, 와이프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으니..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행 금지 국가로 태국에 이어 필리핀도 추가 시켰다. 

내일부터 금요일까지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동안 일본 본토에서는 아무런 사건이 없었는데, 이번엔 남쪽 지방인 오키나와라서 문제다.
한국인으로 보여야 될 텐데.
출처 저는 한국 사람 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안마를 해 줄 때

"싸장님... 아쁘면 아.. 씨워내? 씨워내?"

라며 아주 가끔 정통식 태국 안마 귀신이 빙의가 되고는 합니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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