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짧은 글) 개를 먹는 개
게시물ID : readers_223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MNOP
추천 : 3
조회수 : 33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0/29 17:26:53
옵션
  • 창작글
 '두그릇 주문한거 맞쥬?' 

 나이 지긋한 이모님이 달그락 소리를 내며 그와 내앞에 하나씩 그릇을 내려 놓았다. 아직도 뜨거운지 탕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는 아직 식지도 않았건만 서둘러 한술뜨고는 호들갑이다.
  후 후 어뜨! 어뜨거! 얼른먹어 진짜 맛있어.  
 그의 재촉에 나는 마지못해 한술을 뜨고는 국물을 바라보았다. 그의 성화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오기는 했지만 나는 영 내키지 않는다. 나는 보신탕을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이 먹는거야 그 사람의 자유니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나는 먹고 싶지 않았기에 먹지 않았다.  내가 보신탕을 먹지 않게된 계기는 내 어린 시절의 일 때문이다.
 그 시절 나는 시골에 살고있었다. 이웃의 형과 붙어서 여기저기 쏘다니는게 하루 일과 였다. 무더운 한여름의 어느날 아침 여느때와 같이 형이 우리집으로 찾아와 나를 불렀다.
 정수야~ 나와바라~ 구경 가자!
 나는 대문을 박차고 쪼르르 형에게 달려갔다.
 무슨 구경? 뭐 재밌는거 있나?
 형은 키득 웃으며 들뜬 소리로 말했다.
 정수 니 오늘 뭔날인지 아나? 모르제? 오늘 복날이다. 복날. 복날 아나?
 나는 그때까지 복날이 무슨날인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형에게 물어보았다.
 복날? 복날이 모하는 날인데? 좋은 날이가?
 형은 계속 킬킬대며 말했다.
 좋은 날? 좋은 날 맞다. 우리집 뒷동산에 좋은 거 한디.얼른 구경 가제이.
 나는 좋은걸 한다는 형의 말에 호기심이 생겨 형과 함께 달려 갔다. 오르막길을 한번에 달음질로 올라가는 중 동산 너머에서 불을 피우고있는지 연기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무언가 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자 호기심이 더 커지면서 발도 빨라졌다.
 동산 꼭대기에 막 도착했을 때 연기가 나는 쪽에서 무언가 우리쪽으로 접근했다. 깜짝 놀라 달리기를 멈추고 우뚝서서 무언가를 살펴보니 그 것은 개였다. 몸 여기저기 살이 터져 털에 피가 엉겨붙은 개. 완전히 망가져 절뚝거리는 다리로 달려 보려는지 조급히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개의 모습에 너무 놀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연기가 나던쪽에서 같은 동네 사는 아저씨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야 흰둥아!
 아저씨의 손에 몽둥이가 들려있었다. 몽둥이에는 피가 얼룩져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개가 아저씨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걸 알았다. 아저씨가 흰둥이라고 부른 그 개는 아저씨가 부르는 소리에 자리에 멈춰서고는 우리쪽과 아저씨쪽을 번갈아 보더니 몸을 돌려 절룩이며 이저씨쪽을 향해 움직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복날는 개고기를 먹는 날이었고, 개를 잡을 때는 산채로 두들겨서 때려 잡아야 살이 맛있는 거란다. 아저씨는 흰둥이를 잡으려고 목줄을 메고 한참 두들기던 와중에 목줄이 풀려 흰둥이가 도망가다가 아저씨가 부르는 소리에 되돌아간 것이였다.
 흰둥이는 결국 죽었다.
 아저씨의 손에.
 그 때의 일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나는 개를 먹지 않았다.  한참 상념에 잠겨있던 중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정수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그를 보았다. 그는 나를 보며 안먹고 뭐하냐는 듯 턱짓을 했다. 나는 입을 벌려 보신탕을 한숟갈 먹었다.
 개가 개를 먹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