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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부산이 저렇게 된건
게시물ID : sisa_6204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백화선생
추천 : 5
조회수 : 877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5/10/30 15:17:14
전 부산에서 10년, 대구에서 또 10년, 대전에서 8년 살고 나머지를 서울에서 살아왔습니다.
경부선 타고 쭉 올라왔네요.

어쩌다보니 경북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서, 그네들의 생각에 대해 조금은 알 기회를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살해에의) 공포입니다.
대구와 부산 모두 정부에 의한 대규모 학살을 겪었습니다. (10.1, 6월항쟁 등)
4.3 이후 제주도에서 정치 자체에 대한 공포가 심어지듯, 이 사건은 당시를 살아온 주민들에게 거대한 공포를 심어줍니다.
그냥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공포 말이죠.

두번째 이유는 (전쟁으로 인한 기아에의) 공포입니다.
대구와 부산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미칠듯한 고난을 겪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갓 해방 시기라, 기반이고 뭐고 없었죠.
농업이야 말로 서민층의 알파요 오메가였습니다. 
그러던 기반이 모두 개발살났죠. 거기다 전쟁으로 인한 난민들이 아래로 아래로 몰려들었습니다.
이들 역시 기아와 전쟁에 대한 공포가 뼛속 깊이 각인되게 됩니다.
이 시기 사람들의 머리에 새겨진 것은 '어찌 되건 먹고 살 수 있으면 된다'였습니다. 
형이상학적인 것들은 '어디 그런 소리를 하냐' 로 치부되었죠.

그리고 산업화 과정에서의 대구는 호남과 달리, 자체적인 식량 수급이 굉장히 힘든 도시였습니다.
물론, 이후 호남은 이로 인해 다른 차별을 받게 되지만, 하루 하루가 굉장히 고통에 치일 수도 있었습니다.

세번째 이유는 (낙후로 인한 기아에의) 공포입니다.

지금 대구를 볼까요. 역대급 사기극에 걸려 시의 근간이 개발살난 밀라노 프로젝트가 끼친 경제적 파탄을 빼고 보더라도
구미에 있는 삼성 반도체 공단과 (故)하이닉스를 제하면 정상적으로 무언가 부를 창출할 수단이 없습니다.
서비스도시로 전락했죠. 지리책에서 사과로 유명하다 어쩌고 하시는 분들, 것도 다 옛날 이야깁니다.
대구는 예전부터, 그리고 좆망한 지금도 섬유 하나에 목숨을 걸었었어요. (물론, 그게 누구 하나만의 잘못은 아니지만서도..)

그 외에 단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경부선으로 인한 부산 경유 물류 코스에요.
지역감정이 극도로 심해진 시기와 일치합니다. 바로 박정희때죠.
경제기반이 취약한 상황 + 대구 사람을 뽑으면 잘 살 수 있다는 꼬드김 (그 시기라 해봐야 민도나 교육수준이 얼마나 높었겠어요..) + 조직적 여론조작까지 겹치면서 대구의 선택은 자유당계에서 민자계까지 이어집니다. 

이게 딱 한번 무너진 때가 있었습니다. 부산 출신 노무현때였죠.

네번째 이유는 세번째에서도 언급한 조직적인 개입과 여론조작입니다.

이건 민주계 정부때 조용하더니 다시 되살아났습니다. MB정권과 박근혜정부의 차이라면 MB정부는 언론 압박, 인터넷 전사들 육성 및 네이버 죽이기에 나섰던거고, 박근혜 정부는 거기다 더해 옛날에 하던 고무신 라면 뿌리기를 또 하고 있네요. (선거때부터 각종 선거법 위반 사례들이 적발되었습니다. 이번 이대때도 라면이었죠?)

이는, TK 사람이 아니면 자기들을 불우했던 과거로 되돌릴 것이다라는 본능적인 공포를 끄집어냅니다. 한편, TK 출신은 아무리 실정을 하더라도 자기들 배는 불려 줬다는 허상을 주게 되고, 이는 자신들이 저버린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대한 하나의 보상심리로 작용해서, 나는 옳았다는 자기방어 기제를 공고히 하게 됩니다. 


결국 모든걸 관통하는 키워드는 공포에요.
세대교체로 인해 그 공포심을 벗어나고 있기에, 대구에서도 민자계 후보가 점점 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전략공천과 민자계의 넓은 인맥 풀로 인해 민주계가 힘든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20-30대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득표율이 변하고, 기초 지자체장이 변하고 있어요.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구고 서울이고 광주고 다 같은 사람입니다. 적이 아니에요.
어디가 노답이고 어디가 예스답이다를 알기 이전에, 그들을 이해하고 변화하려논 노력을 같이 경주하는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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