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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 이야기 9
게시물ID : humorstory_4417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hristmas
추천 : 18
조회수 : 1146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10/30 17:32:30


"나는 너를 평생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행복? 웃겨 진짜. 오지랖은..." 

"...뭐?"

"행복이 뭔데? 내 행복이 누군가에게 좌지우지 되는거야?"




할말을 잃었다. 

지금껏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게 곧 나의 행복이었다. 

더군다나 '행복' 이라는 단어를 듣고 저렇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난 행복이라는 감정이 뭔지 잘 모르겠어. 맛있는거 먹고, 좋은게 좋은건데 그게 딱히 '행복'이라는 단어로 떠오르지는 않아"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블랙홀이었다. 

행복에 관한 열변을 토했다. 



"그게 그냥 행복 아니야? 같이 있고 싶고, 기분이 좋고 그게 행복 아닐까?"

"휴 난 잘 모르겠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나는 여자에게 '넌 행복해야 한다' 라는 강요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감정이 상했다기 보다는, 감을 잡을수가 없었다. 마음이 아팠다.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인지, 아니 잘못된 건 있는건지. 

내가 이상한건지 여자가 이상한건지. 



그렇게 "행복"이라는 단어는 금기어가 되어 버렸다. 






이렇고 저런 나날을 지내고 있었다. 

밥을 먹는 순간, 커피를 마시는 순간, 여자의 손을 잡고 길을 걷는 순간, 다투는 순간까지도 매 순간 순간이 행복이었다.
 
나는 목구멍을 비집고 새나오는 "행복해" 라는 말을 겨우겨우 누르고 있었다.



여자는 야근하는 나를 잠시 보겠다며 
약간의 간식거리를 사들고 회사 앞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는 남색 후리스와 자주색 털모자를 푹 눌러쓴 영락없는 도둑놈 몰골이었다.


"대체 뭘 훔치러 온거야? 내 마음인가? 껄껄껄"

"뭐래. 이거 먹어"

"오! (나는 빵을 즐겨먹는 편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빵이네?"

"응 빵집에 들렀다가 (여자는 빵에 환장한다) 너 생각나서 샀어" 

"맛이 좋네"

"그리고 이거"

"이게 뭐야?" 

"몰라 들어가서 읽어"



여자와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여자는 집으로, 나는 회사로 돌아갔다. 



회사에 돌아온 뒤, 빵 봉지속에 여자가 준 종이를 확인했다.


함께 있던 커피집 명함 뒤에 삐뚤빼뚤 쓴 글씨.








"너 행복해? 나는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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