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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야근은 뻘글이지요-5
게시물ID : freeboard_11164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다흘린달빛
추천 : 0
조회수 : 11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21 00: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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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안녕하세요. 뉴월드 텔레콤 소속 상담원 김준원이라고 합니다. OOO고객님 맞으시죠? 다름이 아니라…“

안녕하세요. 뉴월드 텔레콤 소속 상담원 김준원이라고 합니다. OOO고객님 휴대폰입니까? 안녕하십니까 고객님이번달…“

안녕하세요. 뉴월드 텔레콤 소속 상담원 김준원이라고 합니다…“

나에게 업무로 허락된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바람을 쏘여줄 시간이다. 나는 소중하니까. 4시간 가까이 앉아서 목과 귀로만 이야기 해대야 하는 고달픈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지금은 휴식시간인 것 같다. 잠깐의 단 꿈 같은 휴식을 취하고 다시금 내 자리를 찾아 몸을 비적 거린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에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한정적으로 주어지는 듯 하다. 협소하던 업무공간을 벗어나는 또 다른 시간. 퇴근이다. 어둠이 짖게 깔린 골목길 너머로 보이는 내방에 불이 켜져 있다.

누구지…? 아무도 올 사람이 없는데…’

삐걱거리는 문에 열쇠를 꽂아 문고리를 조심스레 돌려 문을 열어본다. 아무도 없다.

출근할 때 불을 안 끄고 나갔구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아침에 머리손질, 몸단장에 치우쳐서 밝게 비추고 있던 방에 불이 켜져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출근을 한다. 널 부러진 이불을 휘휘 뒤적거려 리모컨을 찾아낸다. 리모컨을 쥐고 바라본 까맣게 꺼져있는 TV에 비친 얼굴이 핼쑥하다. 틀려고 집었던 리모컨을 이불 위로 던져놓고, 하루 종일 몸을 덮고 있던 옷 거풀을 벗어 던진다.

씻어야 겠다내일도아마 내일도…’

 

눈을 뜨고,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귓가에 울려 퍼지는 물이 쏟아지는듯한 소리를 들으며 잠이 깬다. 어두침침한 방안에 폭포수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TV를 틀어 놓은 채 잠이 들어 버린 듯 하다. 어슴푸레 보이는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리모컨을 찾아 TV를 끄고, 다시 찾은 이불 속에서 남은 온기를 찾아 몸을 비집고 들어간다. 시계는 새벽 4. 꿀맛 같은 단잠의 순간에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 마치 세상을 전부 가진듯한 미소를 띄고 있을듯하다. 그 단잠의 순간을 방해라도 하듯이 휴대폰이 울린다.

이 시간에 전화 올 사람이 없는데…’

뒷목을 누군가 잡고 들어 올린 듯, 이불을 박차고 제자리에서 우두커니 서있다. 뜬눈이 따갑다. 갑자기 일어나서 그런지 머리가 핑 돈다. 시계를 다시 확인한다. 8 30.

그럴리가…’

쓰린 눈을 비벼 다시 확인하기도 전에, 머리로 먼저 떠올리고 말았다.

지각이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듯이 화장실로 뛰어가, 머리부터 온몸을 씻어 내린다.

아씨아씨춥다…”

미쳐 틀지 못한 보일러 때문에 온수샤워는 꿈도 못 꾼채,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바깥에 나오자 차가운 기운이 겉옷 사이로 스며든다. 다행히도 급하게 챙겨 입은 카디건에서 냉기는 머무르고 말았다. 가을의 마지막을 입에서 연신 내뿜는 입김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장갑을 안 챙겨 왔네손 시려…’

호주머니에 꽂은 손에 찾아온 냉기를 털어내려고, 연신 바지주머니 속에서 손을 부비적거려 보지만, 따뜻한 손을 만들기란 여간 쉽지 않다. 버스정류장에서 추위를 피해 보려 햇볕이 드는 곳으로 찾아 가려 했지만,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담배를 꺼내 물자 햇볕을 찾아 모인 사람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햇볕이 친 그늘막한 구석으로 가서, 추위를 달래보고자 담뱃불을 붙인다. 버스가 온다. 미처 다 태우지도 못한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 버스에 오른다. 심심치 않을 만큼 사람들이 탄 버스지만, 앉아봄 직한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흔들거리던 버스 손잡이 하나를 잡으며, 창문가로 시선을 옮기던 중 한 여인이 눈가를 스친다. 어지럽게 비치는 햇빛이 눈에 들어와 눈이 부시다. 연신 죄송하다며 사람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그 죄송함은 나에게도 다가왔다. 그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나에게 부딪혔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조아린 머리가 들리며 마주친 눈은 나를 향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신 눈앞에 손을 저어 보지만, 눈은 손을 따라 오지 않았다.

눈이불편하신 가봐요?”

차마 안보이냐는 말을 건네기에는 실례가 될듯해서 돌려서 말을 건넸다.

눈이 보이지 않아서요죄송합니다정말 죄송합니다…”

아직도 내 눈을 못 마주치고, 나를 향하지 않는 눈빛을 보니 정말로 그런 듯 하다. 내리는 계단을 찾아 급히 지팡이를 펴서 짚는 폼이 능숙하지 않다.

기사님. 저 여기서 내리려고 하는데 문은 좀 천천히 닫아 주세요.”

뒤에 총각 좀 봐줘요.”

버스 기사의 목소리가 나를 가르키는 것인지 되묻는다.

저요?”

그래 총각. 아가씨 다 내릴 때 까지 좀 봐줘요.”

얼떨결에 무지한 봉사를 하게 된다. 한걸음 한걸음 지팡이를 벗삼아 내리는 모습이 불안하기만 할 뿐이다.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사님 감사합니다.”

둘 곳을 잃어 버린 눈빛은 여전히 나에게 초점을 못 맞추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은 잃지 않았다.

 

출근을 한 뒤에도 초점 없는 듯한 길 잃은 눈빛이 잊혀 지지 않는다.

김 대리!”

머릿속이 정리되자 눈앞에 돌아온다. 그제서야 상사가 호통 친 것을 알았고, 그 상사가 나에게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침에 지각도 하고 말이야, 정신을 어디에 두고 온 거야? 집에 뭐 숨겨 논거 있어?”

아닙니다. 잠시 다른 생각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신 차리라고. 김 대리 이번 달 실적 조금 위험해.”

. 알겠습니다.”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간간히 맡아 오던 퀴퀴한 바람 냄새라도 맡으러 자리를 옮긴다. 커피 향이 진하게 올라오며 퀴퀴하던 공기에 섞인다. 칼칼하던 목에 따스한 온기가 스며든다. 광고카피가 무색할 만큼 여유로운 시간이 흘러간다. 다시 내 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내 시간이 다할 때 까지.

어둠이 내릴 즘, 무거워진 몸을 버스에 싣는다. 생각보다 퇴근이 늦었다. 다른 생각이 가득해서였던지, 마무리 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일이 밀려 버려 늦은 퇴근을 하고 말았다.

지각에야근에오늘은 그냥 공치는 날이네…’

무거운 생각이 실리면서 더욱 무거워진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보며, 바깥 유리창으로 눈을 옮긴다. 웃고 있는 연인들, 고구마를 연통에 굽고 잇는 상인,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찾아 다니고 있는 모습들에서 사람들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사람들 속에 있는 나는 외롭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덜컹

속도 방지턱을 넘으며 버스가 덜컹거린다. 엉덩이가 아릴 정도의 아픔이 전해진다. 버스 기사의 운전이 생각보다 험하다. 정류장을 만난 버스 기사는 급한 버스를 세운다. 다른 생각과 창 밖으로 향해 있던 눈 때문에, 몸이 앞으로 쏠린다. 미처 보지 못한 앞자리 승객의 등에 머리를 찧고 만다. 아픈 것은 둘째치고, 사과를 먼저 해야 할 듯하다.

죄송합니다.”

아니요. 죄송합니다.”

잘못하지도 않는 앞자리 승객이 대꾸로 다시 사과를 한다. 그 여자다. 오늘 하루를 망치게 만든 그 여자. 자기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사과를 하는 것이 버릇처럼 된듯하다.

저기…”

앞자리에 앉아 있던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 온다.

?”

오늘 아침 버스 내릴 때 도와 주신 분이죠? 목소리 기억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뜻하지 않는 사과와 감사에 기쁜듯하지만, 부끄러운 감정이 올라오며 얼굴이 살짝 달아 오른다.

아니요. 제가 죄송합니다. 앞을 보지 못해서 부딪쳤네요. “

그녀가 처음으로 내 쪽으로 얼굴을 향하며 울상이 된 표정으로 나를 불러왔다.

저랑 같이 앞이 안보이세요?”

아니요. 다른 곳을 보고 있어서 앞으로 보지 못했습니다.”

내가 잘못한 건 없지만 무언가 모르게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럼 다행이네요. 저는 또…”

수그러드는 목소리에 부끄러움이 묻어 있다.

아침에는 어디 간다고 버스에 타셨던 거에요?”

보육원에 가려고 버스 탔어요. 지금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고요.”

볼일은 다 보신 거에요? 그럼 제가 집까지 바래다 드릴께요. 부딪힌 것도 사과 드릴 겸.”

감사합니다. 저 두 정거장 뒤에 내려야 되요.”

그럼 같이 그 때 같이 내리죠.”

서로가 다른 곳을 보다가 만났고, 이제는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아마 내가 처음으로 말을 건넨 것은 이것 때문인듯하다.

출처 모든게 야근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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