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아름다운 케이크가 있을까’▲ 두 팔 없는 아빠에게 딸이 건넨 선물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케이크입니다. ‘I ♡ YOU’. 빨간 초가 인상적인 이 케이크는 내로라하는 파티쉐가 만든 것보다 더 먹음직스럽고 아름답습니다. 그리 화려하지 않지만 남다른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 케이크를 만든 주인공은 경기도 시흥에 사는 중학교 3학년 이미진양(15)입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이양이 케이크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3천 원 남짓. 무남독녀인 이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8월 23일 날 손수 만든 케이크를 ‘두 팔 없는’ 아버지에게 생일 선물로 건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버지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할까 봐 전전긍긍하기도 했던 이양은 ‘아빠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깨달은 이후부터 아버지의 생일날 ‘특별한’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아버지가 장애인임을 당당하게 밝힌 것도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부터의 일입니다.
▲아주 특별한 아버지와 딸…▲ 10년 전 갑작스런 감전사고로 인해 두 팔을 잃은 이양의 아버지 이동희씨(48)는 딸이 만든 케이크에 촛불이 켜질 때마다 눈물을 감추려고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딸의 마음이 폐부 깊숙한 곳까지 전달돼 눈자위가 촉촉이 젖어들기 때문입니다. 이양이 다섯 살 되던 해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던 이씨는 생명을 ‘유지’하는 대가로 두 팔을 ‘반납’했습니다. 6만 6천 볼트의 고압에 감전돼 양팔을 절단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고 이후 사랑하는 딸을 두 팔로 꼭 안아줄 수 없어 마음이 아팠다”는 이씨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입니다.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된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고통을 극복하기까지 딸과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이 가장 큰 힘이 됐다”는 이씨는 부모에게 어리광부릴 나이에 마음은 이미 ‘어른’이 돼 버린 딸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안쓰럽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아빠 대신 우산을 들고…(왼쪽), 바닷가에서 아빠와 함께(오른쪽)▲ “‘걷는 것’ 외에 밥 먹고, 세수하고, 화장실 가는 일까지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갓난아이’와 같은 아빠가 돼 버렸지만 그런 아빠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는 이양은 비 오는 날이면 습관처럼 아버지 대신 우산을 듭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쯧, 쯧. 어린 딸에게 우산을 들게 하다니…”하고 혀를 찰 때마다 이양은 아픈 마음을 감추고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며 애써 미소를 짓습니다. 그런 딸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씨의 마음 또한 아프기는 마찬가지입니다.
▲2004년에 만든 케이크▲ 지난 2001년 4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한 컴퓨터그래픽운용 기능사 자격시험에 이씨가 합격했을 때 이양은 뛸 듯이 기뻤습니다. 의수를 이용해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를 ‘겨우’ 움직이는 아버지가 1년여 동안 갖은 노력 끝에 맺은 결실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하마터면 희미한 기억 속에 남아있을 뻔했던 아빠였기에 해마다 다가오는 ‘생일’이지만 남다르게 느껴진다”는 이양은 내년 8월 23일에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케이크를 만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