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제가 아주 어릴때부터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둘렀어요.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는게 무슨 식당이였는데 술집이였는지 밥을 먹다가 아빠가 화가나서 소주병으로 엄마 머리를 쳐서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전 덜덜 떨면서 옆 가게로 가서 도움을 요청했던 기억이 나요.
뭐, 이것 말고도 꼽으라면 너무 많네요. 언니랑 같이 심부름 갔다가 잔돈을 잃어버렸다고 아빠가 언니 얼굴을 주먹으로 치는 바람에 언니 이빨이 다 나간 것. 한겨울에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는데 둘다 알몸으로 밖에 내보내고는 문을 잠가버린것. 엄마가 집을 나가는 바람에 (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언니가 알려줬어요) 한달에 한번 유원지 같은 곳에서 엄마를 만났던 기억. 막노동 하는 아빠라 집에 온갖 연장이 다 있어서 심심하면 칼 들고 톱 들고 죽여버리겠다고 했던 것.
중학교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경찰에 신고도 엄청 많이 하고 (경찰분이 오셔도 그냥 진정하시라고만 하지 별다를건 없었어요) 아빠가 술 먹었다 싶으면 언니 저 엄마 이렇게 셋이 뿔뿔이 흩어져서 친구집에서 잠을 자기도 했고 술먹고 언니 목을 잡고 수조에 집어넣으려고 한적도 있고... 전 막내라 그나마 덜 맞았지만 엄마와 언니는 정말 죽을만큼 맞고 또 맞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이렇게 덤덤하게 얘기하지만 그냥 맞고 멍들고 피나고 빌고 울고 이런게 일상다반사였어요. 그래도 언니랑 저 둘다 엇나가지 않고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졸업해서 대학도 가고 취직도 하고 잘 살고 있어요. 물론 아직 둘다 정신적으로 좀 불안정한 부분은 있지만;;;;;
근데 참.. 아빠는 술만 안마시면 진짜 사람이 어쩜 저렇게 좋을까 싶을 정도로 선한 사람이였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평소의 그런 것들이 쌓여서 술먹고 폭발했나 싶지만.
여튼, 죽어도 이혼 안해주다가 제가 21살이던가 22살이던가 아빠가 바람피다 걸리는 바람에 ㅋㅋㅋㅋ 엄마도 이때다 싶었는지 이혼하자고 하니까 바로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고 겨우 길고 긴 악연을 끊었네요.
그 뒤로 간간히 소식을 듣긴 했는데 뭐... 그 여자랑은 결국 헤어지고 조선족이랑 다시 재혼을 했다나 어쨌다나.... 근데 그 술버릇은 여전하다고 하네요. 동네에서 아는 아저씨들이랑 술마시고 깽판부리고 뭐... 그런건 똑같나봐요.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나서 그뒤로 아빠하고는 단 한번도 연락해본적이 없어요. 가끔 꿈에 나오기도 하긴 하는데 워낙 엄마랑 언니가 치를 떨어서 얘기 자체도 꺼내질 않거든요. 근데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렇게 마셔댔으니 몸이 성할리가 없을테고 언젠가 좋지 않은 소식으로 연락이 올지도 모를텐데 그때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싶더라구요.
결혼을 하고 애기도 낳은 언니는 본인이 가정을 꾸리고 보니 더더욱 용서할 수 없다고 설령 그런 연락이 온다 하더라도 그냥 모른척 하겠다고 하네요. 내 유년시절, 청소년 시절을 깡그리 무너트린 사람인데... 당연히 무시하고 모른척 할 생각이지만 마음 한켠이 찝찝한건 그래도 아빠라는 단어 때문이지... 참.. 씁쓸하고 웃기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