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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중 있었던 사이다썰 (좀 길어요)
게시물ID : soda_11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구귤
추천 : 16
조회수 : 12354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5/09/01 18: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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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초년생이던 옛날, 처음으로 친구랑 일본여행 갔을 때가 생각나서 써봐요. 남친 없으므로 음슴체.

* 남한테 티끌만큼의 불편도 끼치지 않으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는
사이다가 아니고 불편한 글이 될 것임. 
나도 내가 도덕적으로 100% 올바랐다고 생각하지 않음. 근데 속은 시원했기 때문에 사이다.


1.
대학생이던 나랑 내 친구는 빠듯한 예산 쪼개고 쪼개느라 숙소를 정말 싼 곳으로 잡았음.
1박에 삼만원 약간 넘는? 그런 진짜 싼 호텔을 찾고는 좋다고 2박 예약.
왜 그렇게 가격이 싼지를 생각했어야 하는데 ㅎㅎ

도착한 호텔은 진짜 끔직했음. 호텔도 아님 여관 수준.
담배냄새 쩔!어!있는 다다미 세쪽짜리 방. 침대 없음, 얼룩덜룩한 침구. 화장실은 복도의 공중 화장실을 써야 했음. 사람이라도 죽은 듯한 분위기와 부족한 조명.
빚지고 야반도주한 아저씨들이 재기 혹은 자살을 꿈꿀 듯한 으 여튼 그런 꿉꿉하고 짜증나고 눅눅한 분위기였음.

'숙소는 잠만 자면 돼~'라고만 생각했지만, 그래도 아끼고 아껴서 해외여행 온 여대생들로서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음.
기분이 끝도 없이 가라앉고, 후회됨.
문제는, 싼 가격 하나만 바라보고 이 호텔에 온 게 우리뿐이 아니었음.

우리 층에 묵고있는 백인 20대 애들, 4~5명쯤 되는 애들이 낮부터 복도에서 엄청 떠들기 시작함.
얘들이 존나 일뽕에 단단히 취한 애들이었음.
"나루토! 닌쟈! 싸무라~이!" 이러는 소리가 뻥안치고 1분마다 한 번씩 들림. 진짜 뻥 안치고 '나루토~~~~'이러면서 복도를 활보함.
어디 관광지에서 사온 거 같은 가짜칼로 복도에서 칼싸움도 함. 심지어 유카타도 입었는데 띠도 안 묶고...안에 속옷....시1발....

작성자는 심각한 덕후임.
'나루토~~~~ 코노야롯~~~' 이러면서 일뽕에 취해 몸을 못 가누는 그 애들의 마음이야 뭐 껄껄 문제될 게 없음 껄껄
근데 그 녀석들은 심각하게 시끄러웠음. 

나루토가 미1친 분명 내가 읽을 때까지만 해도 닌자만화였는데, 물건너온 저 나루토덕후들은
존나 시끄럽게 복도를 우다다다 뛰어다니면서 이ㅑㅇ아아ㅏ~~~!!!! 하면서 쿵쾅쿵쾅거리고 있었음 
이건 원작을 너무나도 존중하지 못하는 자세라고 생각해서 복도로 나갔음.
시끄럽고 존나 방음도 안 되니까 좀 조용히 해줄 수 있냐고 정중하게 물어봄. 영어로. 
갑자기 튀어나온 나를 본 호카게꿈나무들은 올ㅋ 오케이ㅋ 하면서 받아주더니,

내가 들어가자마자 더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함. 
진짜 더 시끄러웠음. 내 친구랑 난 빡치기 시작함. 안그래도 숙소도 엿같은데...
근데 다시 한 번 나가려는데 쿵!! 하고 우리 방 문이 부딪히더니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남. 
그 때 감이 옴. 
아 얘들이 조용히 해줄 생각이 없구나. 오히려 날 존만이로 보는구나.

고민끝에 문을 다시 걸어잠그고, 노래를 진짜 크게 틀었음.
작성자는 그때 락뽕 팝뽕 미국노래뽕에 단단히 취해있는 상태였음.

첫 노래는 레이디 가가의 포커페이스. 
아이폰 최대 볼륨으로 틀어놓고, 문은 잠그고, 친구랑 일어나서 춤을 춤. 뽀뽀뽀 뽀꺼페이스... 지금 생각하면 미친듯...
여튼 여긴 분위기만 끔찍한 게 아니라 방음도 하나도 안 되는 곳이었음. 
노래 틀자마자 복도의 닌자꿈나무들 싸우는 소리가 뚝 그침. 그리고 뭔가 말소리가 들렸는데 개무시함.

이럴 게 아니라 아예 플레이 리스트를 짰음.

다음 노래는 Greenday의 American idiots(미국 병신들). 최대 음량으로 틀어놓고 폭소함.
미국산 꼴통이 되고 싶진 않아~~라고 외치는 빌리 목소리가 들리니까 복도의 웅성거림이 엄청 커지기 시작함.

문을 쿵쿵거리는 소리도 들림. 개무시함.
소리가 너무 큰 거 아니냐고 항의하는 영어가 들림. 개무시. 
쾅 치면서 '콰이엇!!'이러는 소리도 들림. 개무시. 방문 튼튼 개이득!

화난 닌자꿈나무들이 우리 문 앞에 웅성웅성 모여있을 때,
그 다음으로 나온 노래가 Eminem의 I'm not afraid였음. 난 무섭지 않아~ 당당해~ 넌 날 못 막아~ 이런 가사였다고 기억함.
복도의 닌자꿈나무들 본격적으로 예열 마침. 문을 스타카토로 두드리면서 소리지르기 시작함.

그래서 다음노래로 넘어감. MIKA - Blame it on the girls(여자애들을 비난해). 
'인생이 거지같지?ㅇㅇ깔려면 다 까! 여자애들도 남자애들도 다 까!! 으휴 찌질 왜 그렇게 살아!!!' 이런 메세지는 뿜뿜 전달됨.
이정도 되니까 문 밖에서도 막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함.

이 이후에 나인인치네일스(많이 시끄럽고 노골적임) 노래로 넘어갔던 것 같기도 한데 잘 기억은 안 남. 

다른 손님들이 보였거나 밤시간이었으면 우리도 그러진 않았겠지만,
그 때가 오후 3시쯤이라서 호텔에 본격적으로 손님들이 들어오기 전이었고, 체크인하고 짐 내려놓으려 왔다가 닌자꿈나무들을 만난 거라 (복도의 다른 손님은 마주치지 못했음)
잠시 이성의 끈을 놓았었음. 

그렇게 춤추면서 텐션업되고 기분도 좋아져서 내 친구랑 눈누난나 놀러다녀옴. 복도의 닌자꿈나무들은 노래가 짜증나서 그랬는지 어느새 없어져있었음.
그리고 밤늦게 들어왔는데, 호텔 주인한테 이거보다 더 좋은 방은 없냐고 물어보니까 다른 층에 여성전용방이 있다고 함. 올ㅋ
우린 그 방으로 잽싸게 옮겼고, 그 백인들은 다시는 볼 수 없었음.


2. 이렇게, 숙소에는 돈을 들여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다른 도시로 이동함.
근데 여기는 여름의 교토였음. 일본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다 오는.... 숙소에 묵은 사람들이 서양인 7:동양인3 정도였음.

저녁에 숙소 아래층에 작은 칵테일 바가 있다길래 감.
분위기 유쾌하고 좋음. 친구랑 나는 테이블에 앉음. 그냥 시시부리한 얘기 하면서 여행 기분을 만끽하는데
옆테이블에서, 또 백인 남자애들 두 명이 볼륨 대따 큰 소리로 왁자지껄 떠듬. 
ㅇㅇ 술집이니까 ㅇㅇ 이러면서 한 번 보고 무시함.

근데 나랑 눈 마주친 남자애가 갑자기 픽 웃으면서 지 친구보고,
'ㅋㅋ이 여자애들 일본인 같음? 내 눈엔 아닐듯ㅋㅋㅋ'
이러면서 낄낄댐.

뭐 이새1끼가? ㅡㅡ
옆테이블 얘길 할 거면 그냥 할 것이지...... 검지손가락으로 손가락질까지 해가면서....
근데 그 친구도 'ㅋㅋㅋ한국인이나 중국인이겠지ㅋㅋㅋ생긴거 보면 말야~~ㅋㅋㅋ' 이러면서 한술 더 뜸.

작성자는 여기서 빡이 침. 인성바른 성인군자라면 안 그랬겠지만... 
몽고인족 유전형질을 그대로 이어받아 조선시대 미인 얼굴로 태어난 작성자에겐 저 말이 스트레스였음.

게다가 대놓고 손가락질 + 낄낄거리면서 + 쩡쩡거리는 우렁찬 목소리로 얘들 생긴 게 어쩌구 저쩌구??
1. 자기랑 똑같은 서양인 앞에서라면 눈 앞에서 쉽게 못했을 무례한 태도.
2. 게다가 아시안 국가에 와놓고 아시아 여자 외모가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도 짜증남. 
3. 일본여자 외모는 어떻고 한국여자 외모는 어떻길래? 
뭐 왜 뭐?? 내가 이렇게 생긴 거지, 한국 여자들 진짜 예쁘거든? 아 좀 눈물 좀 닦고...

이런 애매~한 인종차별, 게다가 대놓고 낄낄거리는 태도가 핵 짜증났음. 

그때 작성자는 마침 미국 교환학생 가려고 영어 맹연습하던 때라서,
'만약 미국에 가서 이런 애들을 만나면 내가 뭐라고 대답하지? 뭐라고 조져야 잘 조질까...' 하고 머릿속으로 쏘아붙일 말들을 준비함.

근데 얘들은 내가 다 알아들었다는 걸 알 리가 있나 ^^ 
그냥 지들끼리 낄낄거리고 끝냈으면 우리도 빨리 술 비우고 나갔을 텐데,

엄청 무시하는 듯한 '영어 개못하는 동양인이 처음 영어하는 것 같은' 발음으로 말을 검.

'헤이^^ 너희! 어느 나라 사람? ^^' 이렇게.

보통같았으면 '프롬 코리아^^'이랬을 텐데, 이 때는 솔직히 짜증났음!!
그래서 아까 머릿속으로 열심히 준비한 말을 3초만에 우다다 쏘아붙임.

'뭘 묻고 난리야? 니네 이미 니네들끼리 답 다 내리고 결정 다 내린 주제에 뭘 물어?'

이 말 들은 인종품평단 표정 =  (  '0')   ('0'  ) 
내가 영어를 할 줄은 1도 생각못했나봄. 그래서

'야, 아까부터 니네가 외모가 어쩌구 국적이 어쩌구 그랬잖아. 다 들었거든? 셧업하고 술이나 마시지글애??'

하고 끝까지 쏘아붙여줌. 준비해둔 말이라서 그런지, 발음이며 라임이 내가 생각해도 완벽했음.

인종품평단 동공지진. '우리가 그랫나...?' 하면서 서로 쳐다봄. 저새끼들이 정신을 못차렸네 싶어서 
핏줄속에 흐르는 몽고 전투민족의 눈빛으로 쏘아봄. 얘들 대꾸 한 마디 안 하고 묵묵히 잔만 비움. '미친;; 별 희한한 빗치 다 만나네;;' <- 이런 표정이었음.

그러다가 우리 반대편 옆쪽에 잘생긴 남자가 앉았음. 아니면 이쁜 언니. 근데 그쪽 테이블에서 술 엎질러서 바닥 엉망됨. 막 사과하심.
너무 공손하잖음!! 이딴 인종품평단이랑 대화하고 난 직후라서 더 반갑고!!
그래서 내 친구랑 나는 일본드라마에 나오는 수동적인 여자애들처럼 

'아라아라~ 큰일이네요! 제대로 치우지 않으면! 앗 제가 도와드릴 테니까^^괜찮아요 이쯤이야!'하면서 찰진 일본어로 대답하며 생글생글 웃음. 덕후한테는 일본어 식은죽먹기데스네~~
이거 보고 있던 백인들은 더욱 동공지진함. 인간이 바뀐 줄 알았을거임.
우린 안 떠는 애교까지 떨고 호호 웃으면서 내 가게인 것마냥 성심성의껏 치워주고, 인종품평단 쪽은 째려봐준 뒤 가게를 나옴. 


작성자는 이 때의 여행으로 깨달은 게 많았음. 이 때의 멘탈을 고스란히 보존해서 미국으로 가져감. 
기본적으로 상냥하되, 얌전하게 참고만 있지 말고, 조질 놈은 조지자는 멘탈로.....미국으로 가서 꿩강하게 잘 살다 옴.

적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막 새학기를 맞이한 대학생 여러분에게 인생의 팁을 추천드리고 싶음. 꼰대질이면 죄송...

* 여행을 갈 때. 평균적인 숙소들의 가격보다 엄청 낮은 곳이 있다면 그 곳은 가지 말아야 할 곳임.
작성자는 저 때 이후로도 정신 못 차리고 미국에서 두 번 더 시도하다가...후....하지 마라면 하지 마세여....

살다 보면 인생은 돈 아끼든 안 아끼든 어차피 생고생을 하기 마련임. 
여행도 똑같음. 사서 고생하지 말았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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