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에게 주는 시급은 당연히 원가 이기 때문에 시급이 올라가면 원가가 상승하고, 수익 구조가 나빠지니 자영업자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 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매우 일차원적인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아무런 변화 없이' 알바 시급을 올려주면 그만큼 자영업자의 수입이 줄고 장사가 어렵게 되는것은 맞다.
더구나 경쟁 가게는 안 올려주는데, 자기 가게에서만 올려주면 그만큼 경쟁력이 약화되고 장사가 어려워지는 것도 맞다.
하.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그런 차원이 아니다.
'법정 최저임금 1만원'은 이 땅에서 장사를 하는 그 누구라도 시급으로 1만원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나만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저임금이 두배나 올라서 원가 구조가 나빠지면 과연 우리나라 자영업자 가게가 다 망할까?
천만에 말씀이다. 알바 시급으로 2천원도 안 줄 때도 자영업 해서 떼돈 벌지 못했다. 왜냐하면 다른 자영업자들도 다 2천원 밖에 주지 않았으니까. 그게 일반적인 원가였으니까.
즉, 다 같이 강제로 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해서 인해 손익 구조가 나빠지면 자영업자로서는 망하기 싫으면 당연히 제품 가격 인상으로 보충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편의점 알바의 시급을 5천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다고 가정해 보자.
1인 운영 편의점의 시간당 매출을 대략 20만원으로 잡으면, 시간당 매출 원가 중 인건비 부분에서 5천원 오르게 되고, 이는 대략 2.5%의 추가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편의점의 영업성과는 당연히 나빠질 것이기 때문에 장사가 힘들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편의점이 망하면 안되므로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는 매출원가 구성을 다시할 수 밖에 없다.
납품 단가를 낮춘다거나, 배송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한다거나, 혹은 프랜차이즈 본사 운영 비용을 절감한다든가...등등. 우리가 아는 삼성전자는 이미 30년째 위기 경영 중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그만 두고, 오로지 알비 시급 인상 부담분을 가격인상으로 맞대응 한다고 치자. 그래봤자 900원짜리 컵라면의 가격을 925원으로 올리면 그만이자.
물론 편의점 본사가 앞 서 말한대로 노력을 기울인다면 어쩌면 상품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혹은 올린다고 해도 그저 900원 짜리 상품을 910원 정도로만 해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어떤 마음씨 좋은, 아니 어쩌면 마음이 약한 편의점 주 혼자서만 이렇게 알바 시급을 1만원으로 올렸다가는 그 편의점만 손익이 나빠져서 가게 문을 닫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러니 법으로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정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편의점이든지 간에 다 올려야 되는 것이고, 특별히 불이익 받는 편의점은 없게 되니 어떤 한 가게만 특별히 경쟁력이 떨어질 이유도 없다.
결국 소비자가 천원짜리 구매를 하면서 적게는 10원, 많게는 25원만 더 지불하면 편의점 알바는 시급을 두배(!!)나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 편의점 주 입장에서도 알바가 없는 시간에 자신이 직접 가게를 본다면, 자신의 인건비 또한 이전의 시간당 5천원으로 계산되던 것을 1만원으로 상승하는 이득을 얻게 되는 것이다.
비록 소비자가 약간의 지출을 더 하도록 요구받게 되겠지만, 경쟁 체제인 각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자구 노력으로 원가를 줄이려 애쓰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많지 않은 가격 상승으로 충분히 사회 방어막의 수준을 높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최저 임금인상은 그야 말로 마른 모래에 물을 뿌리는 것과 같이 소비가 절실한 계층의 소득 확대이기 때문에 내수 확대에 기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나아가서 국민소득 증대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비록 편의점만을 예로 들었지만, 다른 여타 사업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스웨덴의 버스 운전 기사가 우리나라 택배 운전기사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일을 하고도 몇 배의 월급을 받는데는 이런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저 시급은 국가가 법으로 정하고, 또 강제로 인상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결코 천사같은 마음씨를 가진 편의점주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기 혼자만 올려줬다가는 자가 혼자만 망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잘 사는 사회는 최저 시급의 대폭 인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최저 시급 인상에 극렬 반대하는 경제인연합회와같은 보수 기득권층 또한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그들의 주 사업이 수출과 관련한 것이므로 어찌되었던 국내 인건비를 쥐어 짜서 대외 경쟁력을 유지하고 싶고, 또 그것 말고는 경쟁력이 없는 철 지난 사업을 포기 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며, 나아가 이 사회를 잘 사는 계급과 못 사는 계급으로 확실히 나누고 싶어하는 더러운 음모 때문인 것이다.
며칠전 최경환이 경제인 연합회 박용만을 만나서 '임금을 인상해 달라'라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단지 TV 중계한다고 형식적으로 씨부릴 때, 박용만은 '임금은 하방 경직적이라 함부로 올릴 수 없다'는 망언을 하던데, 그러면 도대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 중에 하방유동적인 건 뭐가 있다는 건지 묻고 싶었다.
이 사회의 기득권층은 절대 '다 함께 잘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비단 사회 기저층의 복지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경제적 발전과 한뼘이라도 나은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도 '법정 최저 시급 대폭 인상'은 크게 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