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결혼 전부터 딸을 간곡히 원했으나 평생 딸이 없을 것이므로 음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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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40살 먹음과 동시에 오유를 첫 영접함.
눈팅으로 봄여름가을 내내 오유 베오베에서 정치를 배우며 성숙해지던 어느날 아침,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글에 분노의 댓글을 달고자 급 회원가입함.
그러나, 댓글 달 조건이 안된다길래...오유 이력을 만들려면 뭐라도 써야겠다는 의지가 생김.
내게 매일매일 퍼레이드처럼 펼쳐지는 미치고 팔짝 뛰는 일들을 써도...될까?
내가 비록 오유에서 정치를 배웠으나,
내 피부로 매일매일 마주하는 일은 육아니까 육아글을 써야겠음.
나를 팔짝 뛰게 하는 존재는 다름 아닌...내 몸에서 탄생하신 2명의 유전자.
특히 유전자 1은...태어나서 초5가 된 오늘날까지 11년간 나를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든 장본인.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졌길래 신은 내게 이런 웬쑤 같은 아드님을 하사하셨나...
나를 매일매일 번뇌에 빠지게 하심.
유전자 1을 기르며...아...나는 육아를 해서는 안되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육아를 못할 수도 있구나, 이렇게 말을 안 듣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구나,
유전자 1의 롤 모델이 바로 전래동화 청개구리구나,
나는 어디에 묻어 달라고 해야 하나.....매일매일 청개구리 엄마로 빙의함.
유전자 1은 현재 초등 5학년.
영유아를 키우시는 초보 엄마들께서는 초등 5학년이면 다 키워서 손 갈 것이 별로 없을 텐데,
부럽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음.
다른 집 초등 5학년들은 손 갈 것이 별로 없을 지도 모르겠음.
그러나 우리집 5학년 아드님은 발 걸음 걸음마다 지뢰를 만드심.
나도, 때로는...이 지뢰는 북한 소행이라고 우겨 보고 싶음.
유전자 1과 나의 평화를 깨는 것은 북한 심뽀 밖에 없음.
먹고 난 요플레 빈 통이 식탁 위에 뒹구는 건 기본임.
책가방이 신발과 함께 버무려져 있는 것도 이젠 놀라지 않기로 했음.
옷을 방에서 갈아 입었는데, 방 .거실. 현관. 부엌 모든 공간에 옷들이 널려 있는 건 엄마도 밟고 다녀보라는 배려임?
아침에 세수한 후...수건은 왜 매일 발수건과 함께 있는 거임?
왜 멀쩡한 옷들은 안 입고 세탁바구니에 있는 어제 입던 옷을 다시 꺼내 입는 거임?
게다가 흙투성이 축구공은 왜 !! 아이가 하교한 시간에 맞춰서 거실 책 위에 놓여 있는 거임?
분명히 ! 내가 직접 현관 창고에 넣은지 10분도 안된 것 같은데 뒤돌아 보니까 그 흙투성이 축구공이 거실에 또 와 있음.
"축구공 제자리에 놓아 줄래~~?"
다정하게 말하면 대답이 없음.
아이는 사라졌음.
어딜갔나 전화해 보면, 전화벨은 아이 침대에서 울림.
몸만 사라짐. 침대에 웜홀이 있는 게 확실함.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음.
내가 교육 안 시켰을 것 같음?
부모가 안 가르쳤을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주시길 바람.
아이들이 다 그렇지........
주변 초등 엄마들과 얘기 나눠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거의 다 이렇긴 함.
그러나, 우리 아이는 지뢰 만들기 우등생급임.
우등생이 태어난 이 영광을 유전자 1을 잉태하게 한 내 남푠님에게 돌리겠음.
매우 감사함.
그러나, 난 아직도 믿고 싶지 않음.
정녕, 그대는 내 배에서 태어났음?ㅠㅠㅠㅠㅠ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엄마인 내가...오버하고 있음을 감지하셨을 것임.
물건 정리를 못한다고 매일매일 미치고 팔짝 뛸까?
내 유전자 1은, 물건 정리 못하는 것 + 성격 불화가 있음.
아이와 나의, 아이와 친구들의, 아이와 주변 사람들과의 성격 불화로 내 지난 12년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음, 아니. 지옥에 더 많이 갔음.
앞으로 그 성격 '불화'에 대해 쓸 것임.
엄마.아빠.이웃들이 아이를 심리를 읽어주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람.
지금은 너무 졸려서 더 못 쓰겠음.
내가 충분히 자야....내일 유전자 1이 펼치는 세상을 즐길 수 있음.
예고편 1) 유전자 1은, 책 읽기를 미치게 싫어함.
육아서에서 그랬음.
'자녀가 책을 읽길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라.'
유전자 1이 이런 말을 했음.
"엄마가 책 읽고 있으면 무서워요, 나한테도 책 읽으라고 할까봐."
예고편 2) 유전자 2는....현재 5살임.
유전자 1을 그렇게 겪고도 또 아기를 낳았음.
설마 했음. 설마, 내가 또 청개구리를 낳겠나?
성공 했음. 천사를 낳았음.
5살이 되기 전까지는...............
작년까지는 정말 천사였음.
천사는 올해부터 바닥에 드러누워 소리 지르며 울기 시작했음.
늦게 배운 심술이 적성에 맞으신지,
오늘...처음 만난 남자분 3명 앞에서
치명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바닥을 딩굴며 발을 흔들며 악을 쓰고 우심.
으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