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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게시물ID : military_596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백호
추천 : 6
조회수 : 135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1/03 10: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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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부제:그러니까 사람좀 찾습니다(?)
 
한달전에 예비군훈련에 갔었습니다.
 
하필이면 올해가 휴학하는해라... 남들 학생예비군갈때, 첫 예비군부터 동원지정으로 떨어졌습니다.
 
처음 가는 예비군에 기껏 작년 12월에 전역, 전역한지 1년도 안된 짬찌 오브 짬찌인지라 뭔가 불안감이 급습, 어떻게 해야할까..
 
하던차에 다행이도 대학 안다니고 미리 다녀왔던 친구에게 비기를 전수받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채, 예비군 훈련장으로 가게 됬습니다.
 
광주야 워냑에 시가지가 너무 무계획적으로 확장이 되서, 수많은 군기지가 주택지(?) 안에 있는 형세라, 나름대로 주변에 뭔가 상점가가 있을걸로 기대
 
아침 8시까지 오라는 망할 예비군 버스에 탑승하고 갔는데...
 
이거원, 일어나니 주변에 보이는건 도저히 제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지 못하는 푸르른 벌판과, 호남평야의 광대함을 보여주는 시작점인 추수전의 논밭만 보이더군요.
 
분명 옆에 문득보이는 주소지에는 광주 광역시라고는 써있는데... 여기가 광주 광역시일리가 없고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직할시에 온거다.. 라는 뇌내 부정을 하게되게 하는 훈련장이었습니다.
 
이거원 가서 군복입은 교관들과 슨베임들~ 하는 병사들을 보니 그제야 실감이 나더군요. 이 지옥에 다시 3일간 있게 되겠구나.. 라고요.
 
그래도 나름 작년 전역자들, 즉 1년차가 많이 왔는지 디지털이 많이 보이길래 안도감을 품고, 앞에서 "핸드폰 내주세요." 하는말에 예전부터 친구들과 하던 섯다를 생각하며 연기한 완벽 포커페이스로 패스를 하니 이거원..
 
마지막에 "이모든건 다 훼이크다!" 라는 느낌으로 저한테 한마디를 하더군요.
 
"인백호 선배님, 3소대 유탄수 이십니다."
 
분명 현역시절, 잠시 선임의 휴가로 한달여간 유탄을 달고 있었지만, 어디 뭐... 그딴걸 알리가 있겠나요, 마침 제 앞에서 "저 행정병인데 왜 90mm에요?" 따지는 사람보다 낫다는걸 알기에 그냥 집고올라갔습니다. 에효... 내 인생이 그럼 그렇지 하면서 말이죠.
 
아, 물론 유탄수는 전원 M16받아서 좀 행복했습니다. 한 1분정도.
 
그렇게 해보지도 않던 보직을 받으며 우울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망할 유탄을 들고 각개전투를 하는중, 잠시 볼일로 총을 비우고 간 사람들 때문에 후위에 서서 천천히 올라갈때쯤, 누군가 저한테 말을 걸더군요
 
"아저씨도 유탄이내요 ㅋ 작년에 제가 그거 들었는데 죽는줄 알았는데 ㅋㅋㅋ"
 
옆에 소대장 직함을 달고 있었지만... 아, 까먹었내요, 당시 편제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있던 중대는 전원이 병장이라는 희대의 말같지도 않은 막장 편제를 보여주며, 중대장부터 일개소총수까지 전원 병장이던 미친 말년 예비군의 패기를 보여주는 중대였습니다. 그러니 소대장이라도 뭐 별거 없이 그냥 말 걸며 "ㅋㅋㅋ 그러게요, M16이면 더 무겁잖아요 ㅋㅋㅋ"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더니 하는말이 이렇게 대답을 하더군요
 
"ㅋㅋㅋ 한 80년대 나온 총인데 왜 안치우는지 참 ㅋㅋㅋ 왜 유탄만 k201안주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이거, 콜트꺼인거 보니 한 40년됬을껄요?"
 
"어? AR-15? 레알 미제내? 이걸 아직도?"
 
아... 직감했습니다. 이인간 .... 밀덕이구나!
 
순간 서로간에 같은 부류라는걸 직감한 우리는 소대장과 일게 유탄수라는 보직따윈 집어치우고 일단 같이 붙어다녔습니다.
 
다음 코스를 가서 저격수 이야기가 나오니 저희와 또 같이 붙어있던 사람들끼리 떠들다가 이런말을 하더군요.
 
"저격숰ㅋㅋ 여자가 저거하다가 잡혔는데 몸에서 군장이 나왔다죠. 진짜 할거면 수류탄 몸에 지니고 해야할듯."
 
거기서 깨달았습니다..
 
아... 이 인간... 위키 페어리구나!
 
계속 그러면서 자기가 다큐멘터리에서 봤다길래 슬쩍 가서 한마디 했죠.
 
"뻥치지 마세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나무에서 봤잖아요."
 
"뭔 나무요?"
 
"그 숲처럼 쓸데없이 드 넓은 덕의 나무. 그곳이요."
 
"엔하?"
 
"게시판?"
 
"나 그냥 위키만."
 
덕들이 만나면 다 알지 않습니까, 모든걸 뛰어넘어 의기투합 하는거. 바로 뭐... 짝!
 
이사람, 나보다 군번이 3년 빠른데 무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갔더군요. 즉... 3년차이 지는 군번인데 동갑이었습니다. 그뒤로는 뭐 말도 놓고 하다보니 이사람.. 기어코 일반적으로는 꺼내기 힘든 고백을 드디어 하더군요....
 
"나 럽폭인데, 너는?"
 
하하하, 뭐 럽폭이라고 해서 화는 내지 말아주세요. 어느정도 서로간에 마음 터놓는 사이면 그런거 쯤은 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럽밍아웃을 하기에 한마디 했습니다.
 
"럽라 안봄. 차라리 AOA를 보고 말지."
 
"감히 3D를.....
 
"아, 노조미는 좋아함."
 
다시또 의기투합 하게 되더만요...
 
그렇게 정작 예비군와서 안보와 나라에 대한 애국심 다지기 같은건 집어치우고 딱 하나, 만고 불변의 진리를 느끼게 됬습니다. 바로...
 
 
덕, 그들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그렇게 나름 즐거운 예비군은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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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단 부제에서도 보듯이 이걸 애게에 올릴까 밀게에 올릴까 고민 많이했습니다. 일부러 100% 맞지는 않지만 그때 했던 말들도 실제로 했었고요.
 
그 친구가 오유를 할거 같진 않지만, 오유내 러브라이버분들이 이걸 퍼날라 수소문 해주시다 보면 어떻게 찾을수 있지 않을수 있을까 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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