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무려 5살이 어린 그녀는 나의 입사동기다. 비록 키는 작지만 서글서글한 눈매에 뚜렷한 이목구비, 나름 얕볼 수 없는 뒷태로 우리 입사동기 2 Top 중 하나였다.
나 스스로의 모습에 자신감을 잃은 지금으로서는 그녀를 꼬시려는 시도는 상상조차 못하겠지만, 1년 전의 나는 당당히 그것을 실현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도 신박하고 대견하기만 하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입사시험 합격 후, 채용등록일이었다. 그 때 언뜻 든 생각은, 내 기억으로는, "얘 괜찮다. 이런 여자 사귀어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난 안 되겠지.."
이런 패배자와 같은 의식이었다.
그러나 5년 사귄 여친과 깨진 이후, 나는 마음 속으로 부끄럼과 내숭, 나아가 도덕심까지 모두 벗어제낀 뻔뻔한 남자로 발달해 있었다. 그것은 가까이 지내던 모 선배의 트레이닝 덕분이기도 했지만, 크게 흠 나지 않고 적당히 호감을 주는 외모 덕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난 입만 다물고 있으면 인기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으니까.
나이트도 몇 번 다니고, 쉬운 만남을 몇 번 가지면서 나는 여자 앞에서 말조차 잘 꺼내지 못하는 초식동물에서, 말 많은 하이에나로 변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자를 꼬실 때 중요한 것은 나는 얘를 꼬실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더불어, 여자로 하여금 오직 나만이 세상에서 널 가장 사랑하며 네가 나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어필하는 것 같다.
그녀를 꼬시는 과정은 다소 복잡하고 험난했지만, 결국 한 달도 안 되어 나는 성공하고 말았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뒷맛은 씁쓸하지만..
그녀는 지금 같은 층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이젠 나를 편한, 아니 그다지 편하지는 않은 오빠처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