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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 이일삼일 일기
게시물ID : diet_820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허숭숭
추천 : 1
조회수 : 39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1/03 16:45:53
어제 다게에 글을 써놓고 몇 분이 지나 보고싶은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닭갈비 재료 사들고 가니까 손질은 내가 할게,  양념장 만들어주라.'
응이라는 대답도 하기전에 전화가 끊기고 몇 분뒤에 우리집 치타폰이 울렸다.

반가운 마음에 문이 열리자 벌컥 안기여 보고싶었다 말하고, 사들고온 재료들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내가 만든 양념장이 어떤지 먹어보라 건내 준다. 맛있어라는 대답이 돌아오고선 그제서야 난 안심한다. 

뒤이어 경쾌한 칼질 소리가 나고 뜨겁게 달궈진 팬에 기름향이 올라온다.
난 옆에서 손이 손질된 닭을 새빨간색의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양배추, 감자, 당근, 파, 빨간 양념, 정갈하게 손질된 닭. 

배고프다 연신 노래를 부르던 둘은 배가 부르게 점심을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영화를 보다 어느 다른 커플들과 다를 것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곧 있으면, 이 행복도 끝이 나겠지. 
레스토랑 휴가도 끝이 날터이고, 난 다시 일을 받아 작업하다 논문을 쓰며 시간을 보내겠지. 
주일 밖에 못 볼것을 알기에, 이렇게 하루하루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저녁엔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었다. 
복원 미술을 하는 친구, 프러덕 디자인을 공부하는 친구, 피아노를 치는 친구, 바이올린을 켜는 친구, 성악을 하는 친구.
오랜만에 다섯을 모두 다 만나기로 했다. 
오랜만에 쓸 다른 다른 언어라 걱정했지만, 서로 알게 된지 3년이 훨씬 지났다. 
여자들끼리라 그런지, 오랜만에 얼굴 볼 생각보단 내 옆에 누군가가 궁금해서 만나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점심을 한가득 먹어두고선, 저녁도 한가득 먹었다. 
내 덕에 알게된 훠궈에 맛을 들린 친구들이 날이 추워졌다며 차이나 타운으로 가 중국식 샤브샤브를 실컷 먹었다.
물론 청일점인 남자친구가 도마위에 올라가 열심히 매질을 당했다만, 재미있었다.

하루 종일 너무 많이 먹었다. 근래들어 고기  많는 횟수가 좀 늘었다. 줄여야겠다. 

차이나 타운에서부터 집까지 걸어가자 얘기를 하고, 
추운 바람을 피해 손을 꼭 잡고 코트 속에 넣고 길을 따라 한참 걸었다. 

익숙한 길들, 길에 가득 찬 겨울 냄새, 날이 습한지라 길마다 올라오는 겨울 안개.

올 여름은 많이 추웠으니 올 겨울도 많이 추울거야. 
아 집에 와인 사다둔거 있잖아, 영화 보면서 마실까?
내친구들 어때 재미있었어? 오늘 너무 많이 먹었나봐 
내일은 운동 더 해야겠다. 레몬 젤라또가 먹고싶어, 
내일은 뭐 해 먹을까? 
치킨 스톡만들어 놓은 치킨 살발라서 닭죽 해먹자, 왜 싫어?
아니 나 그 영화 아직 안봤어. 아 좋다. 

한참을 걷다보니 집에 오게되었다. 
한 집에 있자니 아직도 어색하다만 너무 좋다. 
샤워를 하고, 와인을 따라두고 영화를 보자며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곧 이어 시간이 좀 지나 서로 컴퓨터 앞에서 꾸벅 꾸벅 졸다 잠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옆에 있는 누군가가 아직도 어색하다만 기분이 참 좋다. 
꼭 끌어 안긴 팔을 제 몸과 가까이 올려두고, 이불을 빠져나간다. 

여섯시 오십분, 운동하고 커피마시면 여덟시 반쯤 되겠거니 생각해
항상 운동하던 내 방을 뒤로 하고, 잠이든 그를 피해 부엌으로 요가 매트를 펼친다. 
항상 입는 파란색 브라를 입고, 보라색 운동화를 고쳐신는다. 

어제 하루종일 먹은 음식들 때문에, 배가 살짝 나온거같은 기분이다. 

어제만큼 운동을 하고, 모카에 커피를 올리고 글을 쓰고 있다. 

오늘은 어떤 하루가 일어날까, 신경쓰이는 일들이 다 해결되었으면, 
그분 뜻따라 내 삶이 이어져 나갔으면, 오늘 하루도 더 사랑하는 날이 되었으면, 
오늘은 노란색인 하루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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