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커녕 동물을 만질 수도 없었던 내 눈에 어느날부터 고양이 사진이 들어오기 시작했지.
한 2년 정도였을까, 홀린 듯 꾸준히 고양이 게시물들을 훑어보았던 시간은.
이상하게도 너를 보러 가던 길은 기억나지 않는다.
건조하고 매운 바람이 불던 초겨울 성북구 어느 다세대주택 앞에서
나는 너를 안고 있었지.
너보다 더 당황했고 참 낯설었다.
발소리가 안 나더라.
놀랐을 땐 등 뒤에서 온몸을 부풀리고 옆으로 뛰더구나.
벽에 기울어진 네 그림자는 너보다 훨씬 크고 검었다.
엄청 깔끔했고 의외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더구나.
화가 날 땐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했고, 항의할 땐 정확하게 문제를 일으켰다.
대개 무심했고 아주 드물게 나를 찾았지.
특히 새벽에 다가와주는 너의 조용한 따뜻함은 그즈음 큰 위로가 되었다.
아, 한번은 가출한 적이 있었구나.
집집이 연결된 주택가에서 달빛을 받으며 좁은 담장 위를 걷던 너를 사진처럼 기억한다.
뜻밖의 자유에도 위축되거나 호들갑 떨지 않고
꼿꼿한 꼬리를 자긍심마냥 높이 세우고 달빛 속으로 흐르듯 걸어가던 네 뒷모습.
너를 놓친 패닉 속에서도 너는 참 자랑스러운 고양이로 보였다.
나는 온동네 길바닥을 기다시피 돌아다니며 미친*이 되었지만.
행여나 돌아왔을까 집으로 왔다가 다시 나갈 준비를 하는데
네가 문 앞에서 나를 불렀지. 잘 놀고 돌아왔다고.
10년이 훌쩍 넘어 정이 생겼고, 의리가 생겼고, 사무침이 생겼다.
아마 너도 그렇겠지. 나이가 들더니 안 찾던 사람품을 찾는구나.
언제나 살짝 아쉬움이 느껴지게 들렀다 간다.
일어나 멀어지는 네 등을 보면서
이게 뭐라고, 참 흔하게 생긴 그냥 고양이건만.
너는 내게 와서 고양이를 가르쳐주었다.
나는 너를 통해 보편의 고양이를 알았고, 너는 마침내 특별한 고양이가 되었지.
네가 고양이라서, 고양이가 너라서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