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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점심
게시물ID : cook_1662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체게발
추천 : 2
조회수 : 5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04 12:22:29
매주 일요일 신마산의 다섯개 도로가 만나는 댓거리에는 아침장이 열린다. 


이른 아침부터 휴일 아침잠을 박차고 나온 부지런한 아저씨 아줌마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댓거리 아침장에는 부부동반으로 장을 보러나온 이들이 많이 보이는데, 도심의 휴일아침장이 아는 사람은 아는 꽤나 낭만도 있고 재미도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번 아침장은 단감이 제철이라 그런지 단감파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그중 눈에 띄게 단감을 잔뜩 쌓아논 아저씨의 단감소쿠리를 보고 일단 그것부터 사놓는다. 


즉석에서 오뎅반죽을 떼어내 튀겨내는 낯이 익은 오뎅장수를 건너뛰면 맞은편에는 부산의 쫄깃한 구포국수를 팔러 매주 신마산의 아침장을 찾아 좌판을 까는 허연머리의 풍채좋은 노인이 오늘도 소면,중면,메밀면,콩국수면 등의 국수 꾸러미를 부려놓고는 한숨 고르듯 단감을 깍아먹고있다.


오늘은 점심식사로 국수를 삶아 밀린 드라마와 한가롭게 함께 할 생각으로 국수 한꾸러미를 샀다.


아침잠 많은 내가 비몽사몽간에 사온 아침장의 그것들은 점심이 다 되어서야 기억이 나 부랴 부랴 냄비에 물을 올리고 국수꾸러미를 풀어 한줌가락을 펴놓았다.


요전에 배워논 간장비빔국수는 참 쉽고 빠르지만 제법 맛을 낸다.


마늘,참기름,설탕,대파,깨소금 등을 넣어 만든 양념장에 찬물에 건져놓은 국수를 비벼 잘 익은 갓김치를 올려 먹으니 고소한 국수와 어울러져 시원하고 새콤한 감칠맛을 낸다.


후식으로 제철을 맞아 적당히 발그레진 단감두개를 깍아 따뜻한 녹차와 함께 하니 가을의 점심은 이것으로 훌륭하게 완성이 된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그곳이 전망좋은 아파트든 공기좋은 시골이든 큰나무나 있고 흙냄새나는 산골짝오두막이든 오롯이 고요하고 호젓하고 쓸쓸 할수도 있는 가을의 오후에 오늘의 훌륭한 점심을 아련히 기억할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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