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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를 읽고...
게시물ID : sisa_11185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황희두
추천 : 2
조회수 : 65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8/10/24 19: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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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오랜만에 책장에 고이 잠들어있던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를 다시 꺼내 들었다이 책은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과거 희망제작소 소장을 역임했던 이원재 LAB2050 대표와의 대담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크게 3장으로 구분되어있었다.

1- 국가는 무엇인가
2- 변화의 출발점
3- 리더십의 조건

두 지성인이 생각하는 국가의 역할을 시작으로 낡은 체제의 변화를 위한 개인적 견해로 현 사회를 진단한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을 기점으로 한국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크게 공감했던 내용 중 하나는 사회 변화의 명분을 만든 '최순실 게이트'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요점은 오늘날 한강의 기적을 불러온 대한민국의 기존 패러다임이, 절벽을 마주한 고령 사회의 암담한 현실처럼 더 이상 새로운 출구를 찾을 수 없다는 공통된 의견이었다.

내가 오랜만에 이 책을 꺼내 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저명한 석학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지 다시금 들여다보고 싶었다는 점, 청년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참고하고 싶었던 이유,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국가 시스템과 내가 운영 중인 작은 청년 단체와의 공통점이 많다는 점이었다.

불과 100명 내외인 작은 단체지만 나는 우리 단체를 '소사회'라고 소개한다. 평범한(혹은 특출난) 청년들끼리 서로 모여 다양한 문화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누군가는 엄청 열심히 활동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보다 더 열심히 논다. 그 사이에서 나는 인간의 심리, 정치, 개인의 희생과 자본/공산주의 체제 등 수많은 점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덕분에 '인간관계'에 대하여 많은 교훈을 얻는 중이기에 감히 '소사회'라고 표현했다.

아무튼 다시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로 돌아와서.. 두 석학의 대화는 무척 흥미로웠고, 동시에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그들조차 미래를 함부로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과 이들 또한 오랜 세월 동안 변화를 요구해왔지만 무기력하게 흘러가는 사회를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안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열한 일상을 보내는 탓에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

#

1장에서는 주로 '국가의 역할에 대한 개인적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다. 흔히들 '공정한 사회'라는 말을 들으면 "너무 추상적이다, 애초에 공정함은 없다"라는 식으로 쉽게 매도한다. 하지만 이헌재 총리는 이에 대하여 간단한 해답을 제시한다.
 
이헌재 : 공정한 사회라는 것은, 모든 것이 처음부터 제자리에 있는 사회라기보다는 '네가 불만을 말할 때 그것이 무시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분명한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p
 
그의 말씀처럼 기존 사회는 불만을 말해도 기득권이란 거대한 벽에 부딪힌 탓에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2년 전, 대한민국은 작은 촛불이 모여 거대한 기득권층의 아성을 무너뜨렸고 이를 통해 우리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걸 보면, 짧은 기간 동안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는 점은 확실하다. 불만을 뱉어내기만 하더라도 분노가 절반은 줄어드는 인간의 심리도 무시 못한다고 생각한다. 두 석학은 이어 공동체의 기존 관념에 대해서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
 
이원재 : "먼저 그 공동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좋은 삶'이 무엇인지 공동체가 함께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들이 각자 원하는 '좋은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전체주의 시대의 공동체가 아니라 시민들이 더불어 잘 살기 위해 필요한 공동체를 떠올릴 수 있을 테니까요." -25~26p

이 문구는 수십 번 곱씹어 보아도 전혀 아깝지 않을 거 같다. 내가 처음 단체를 만들고 '성장'을 외치다가, 현재 왜 개인의 '행복'을 외치기 시작했는지를 제대로 긁어준 기분을 느꼈다. 우리는 더 이상 다수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 성장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성장의 이면에 수많은 국민들의 절망과 아픔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깨달았으니 말이다. 과거 박정희 향수에 젖어있던 박근혜가 어찌 되었는지 다들 잘 알지 않는가.
 


이어 2장에서는 변화의 출발점으로 '주거, 교육, 소득, 일자리와 산업, 외교·통일'에 대한 각자의 해답을 제시한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교육의 변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이헌재 : 주입식 교육, 대학입시 교육으로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낼 수가 없습니다. 또 교육만큼 국가주의, 60년대 체제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분야도 없습니다. -92p

이원재 : 교육의 기본 전제는 무엇보다 '학생의 인간다운 삶'이어야 해요.() 많은 학생들이 쓸모없는 교육, 사회에 나와서 쓸 수도 없는 교육을 강제로 받은 것입니다
. -93p
 
그들의 말씀처럼 교육 제도의 변화는 무척 중요하다. 60년대 체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본인도 모르게'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수많은 기득권들이 아무리 발악할지라도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
 
마지막 3장에는 '리더십의 조건'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나는 아래 단락에서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이원재 : 국가가 먼저 구체적 해법을 내놓고 사회의 자원을 동원해 끌고 가는 방식은 이미 낡았습니다.() 국가 운영 방식은 과거와 달라야 합니다.() 국민에게 필요한 변화를 의견을 모아 정리하고, 여러 가지 다른 생각을 연결하며 조정해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라야 합니다. 정부는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하고, 리더는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하는 방식이어야 사회 통합을 이루면서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150~151p
 

많은 리더의 조건 중에서도 유독 이 부분을 강조한 이유는 우리 단체의 방향성과 너무나도 일치하기 때문이다. 우리 단체의 역사를 보면 스스로 각자의 영역을 구축해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해답을 요구하는 모습을 자주 접했다. 심지어 다른 누군가가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에게 답을 원했다는 점이 신기했다.
 
사회 또한 마찬가지다. 이제는 한 명의 리더가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사회가 아니다.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새로운 '합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시스템 안에서 다양성을 유지한 채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원재.jpg

마지막으로.. 여전히 살다 보면 다양성을 말살시키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은 체제의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그들의 구호는 한결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짧고도 단순한 문장 안에 갇힌 탓에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이 '획일적인 바보'가 되어가는 거 같았다. 그렇기에 내가 뜬금없이 한참 전에 소멸된 실존주의에 빠진 것은 아닐까.. 이럴 때마다 사르트르의 명문장을 꺼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
 
그렇다. 우리는 더 이상 다양성이 말살된 사회에 억지로 적응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낡은 체제는 박정희의 독재를 끊어낸 총탄과, 박근혜를 감방으로 보낸 촛불들과 함께 소멸되었으니..

출처 https://brunch.co.kr/@youthh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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