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여름에서 가을 사이의 어느 시점...
부대는 산자락에 있어서 해가 뜰 아침과 낮에는 매우 덥고
해가 지면 그 동시에 매우 추워지는,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 였다.
전역할때가 슬슬 다가와서, 이제 나도 운동좀 하면서 몸이나 좀 만들어야 겠다 하는 생각에
자잘하게 운동장 뜀걸음이라도 저녁에 하려고 마음먹고 간간이 나가서 뛰었었다.
하루는 뜀걸음을 마치고 어두 컴컴한 오르막을 숨을 고르며 올라오는 중이였는데,
저 딱 창고랑 창고 사이에서 핸드토키 소리가 나는 것 이였다.
또로리록~ ↗↗↗↘
한 7시반쯤 넘은 상황에, 주변에는 나밖에 없는데 갑자기 무슨소리지 싶어 주위를 잠시 돌아 봤지만
주변에는 풀때기랑 창고뿐이 였고, 선명하게 들었는데 핸드토키가 있을 만한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좀 오싹해져서 빠르게 막사를 올라가서
애들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까,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에이 그거 그냥 누가 핸드토키 놔두고 온거 아니에요?
그냥 핸드토키 켜져있어서 무전이 울렸나보네"
라는 식으로 말해서. 나도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겼는데,
뭔가 계속 석연치 않아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애초에 말도 안되는 일이였던 것이였다.
하나는 통신병들이 맨날 뺑끼 치면서 놀아도, 핸드토키만은 철저히 관리했다. 한개당 20만원의 쯤 하는 물건이라,
잃어버리면 본부중대애들이 다 교장이나 막사를 뒤지면서 찾아야하는 물건이였기 때문에, 병사들도 짬찌가 아닌 이상에야
다 소중히 하는 물건이여서 그게 길바닥에 나뒹굴 이유가 전혀없다는 사실이고,
두번째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애초에 애들과 내가 생각한 과정은
1.핸드토키가 어딘가 떨어져있다. 2. 핸드토키가 켜져있다 3. 그상태에서 누군가 무전을 친게 들린게 아니냐
라는 과정인데, 내가 들은 소리는
"핸드토키 무전 버튼을 누르는 소리" 였던 것이다.
이게 핸드토키를 많이 접하시는 분들이라면 알텐데, 핸드토키를 킬때 나는 소리랑,
그 버튼을 누르는 소리랑은 차이가 있다.
핸드토키가 그냥 놓여져 있었다면은 그냥 이해를 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그걸 눌르는 소리라면은 말도 안된다는 것이다.
누가 숨어서 있다가 무전을 날리려고 버튼을 손으로 눌르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그런 소리가 절대로 날 수가 없었는데,
흠..도대체 뭐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