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도망 예비군을 쫓다.
게시물ID : bestofbest_1118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eio
추천 : 376
조회수 : 37873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05/27 13:23:27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5/27 10:04:55

군에서 제대한 후 복학을 해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였다. 어느날 과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예비군 훈련 통지서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대학생일때 예비군을 받으면 좋은점이 2박3일 동원이 아니라

학교 근처 부대에서 8시간 훈련만 받으면 그해 예비군은 끝난다는 점이었다.

 

이미 작년에도 훈련을 받아본적이 있기에 훈련당일 아무생각없이 부대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이게 매년 지휘관이 바뀌는건지 아니면 규정이 바뀌는건지 생각보다 제법 빡빡한 일정이었다.

작년에는 가자마자 총만 받고 교육관안에서 8시간동안 시간만 때우다 나왔는데 이번엔 오자마자 총뿐만

아니라 각종장구류까지 모두 지급하고 단계별로 교장을 이동하면서 교육훈련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튀어나왔고 나역시 살짝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다음 교장으로 향하는데 앞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슨일인가 싶어

앞으로 가보니 각개전투 교장에서 교육을 받을때 위장을 하라고 위장크림을 줬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걸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예비군들이 아니었기에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왔고 자신들의 예상보다

극렬한 반응에 교관과 조교들도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다. 결국 하고싶은 사람만 하는걸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당연히 예비군중에 위장을 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가만히 앉아있던 나는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라

앞에놓인 위장크림을 집어들었다. 그리곤 같이 온 친구의 얼굴에 위장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격렬히

반항하던 친구도 결국은 포기하고 나의 손길에 얼굴을 맡겼고 위장이 끝난 후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 친구와

호기심에 구경을 하던 다른 예비군들은 큭큭대며 웃기 시작했다.

 

당시에 한창 추노란 드라마가 유행했는데 나는 친구의 얼굴에 위장크림으로 奴자를 그려놓았다.

그렇게 우리끼리 장난을 치고 있는데 쉬는시간을 알려주러온 기간병 조교가 친구의 얼굴을 보고서는

빵터졌는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친구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숲속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당황했는지 갈팡질팡 못하던 그 조교에게 나는 지금 예비군이 도망갔는데 어서 추포하지

않고 뭐하는거냐며 가슴을 데인거 같으니 빨리 잡아와달라고 말했고 그제서야 그 조교는 친구를 따라 숲으로

뛰어들어갔다. 금새 붙잡힌 친구를 포승줄로 묶어 다음 교장으로 끌고가다 그 모습을 그만 교관에게 들키고 말았다.

 

교정에서 장난치지 말라고 훈계를 하던 교관도 친구의 얼굴을 보고는 웃음이 터졌는지 버벅대기 시작했고 나와 내 친구는

연신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굽신거릴뿐이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낯익은 음악이 들려왔다. 누가 핸드폰으로 틀었는지

예비군들 사이에서 추노 ost가 흘러나왔고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그 모습에 결국은 교관도 예비군들도 다들 자지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훈련이 끝나고 웃느라 위장을 한 사실조차 잊어버린 친구는 얼굴에 위장을 한채 거리를 배회했고 몇시간이 지나

 술집 화장실에 가서야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난 얘기해주지 않았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