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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초보분들에게 드리는 조언
게시물ID : programmer_111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중용자
추천 : 18
조회수 : 1540회
댓글수 : 102개
등록시간 : 2015/06/12 14:09:33
제 경우 1985년 애플 II PLUS로 프로그래밍에 입문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그 때 당시는 프로그래밍 책도 매우 소수에 인터넷도 PC통신도 없었고 컴퓨터를 보유한 사람자체가 적었습니다.
APPLE II, MSX, SPC-1000 등의 PC들이 수십 가구에 한대 수준으로 보급되어 있던 상황이였습니다.
누구에게 뭘 물어보고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던 것이죠.
그런 상황에서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보니 모든 걸 독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참고서적은 프로그래밍 서적 몇 권에 컴퓨터잡지가 유일했고 프로그래밍을 조언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때 제가 베이직을 완벽하게 익히는데 걸린시간은 6개월 정도 였습니다.
베이직 간단한 500개 예제가 있는 책을 모두 입력하고 실행해 보고 잡지에 나와 있는 코드들도 전부 입력해 실행해 본 후 블럭 격파 같은 게임들을 직접 만들어 보며 6개월 정도 지나니 베이직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할 수 있겠더군요.
블럭 격파는 하도 반복해서 짜다 보니 나중에는 워드 치듯이 30분 정도면 블럭 격파가 완성되었습니다.
블럭 격파 코드 자체가 머리속에 통채로 암기 됐던거죠.

애플 II의 CPU는 1MHz로 매우 느린 속도라 베이직으로는 도저히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 수가 없었죠.
그래서 어셈블리에 입문하게 됩니다.
어셈블리야 말로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 익혔는데 베이직의 경우 잡지의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어셈블리는 매뉴얼 하나 놓고 익혔습니다.
6502 CPU는 8비트라 256 이상의 수는 따로 처리해야 하고 소수점도 지원하지 않는데다 곱셈, 나눗셈도 지원하지 않습니다.
곱셈, 나눗셈 부터 만들어야 하니 어떤 상황인지 감이 올거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모든 걸 다 직접 만들어야 되는 겁니다.
특별히 OS라 부를 만한 게 없는 APPLE II 이기에 롬에 저장되어 있는 것도 베이직 인터프리터를 실행하기 위한 코드가 대부분이며 그 코드들 또한 12KB에 베이직 인터프리터를 집어 넣기 위해 성능이 아닌 용량을 줄이기 위한 최적화가 되어 있어 재사용할 수 있는 코드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제 경우 ROM의 함수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모두 다 만들었습니다.
폰트를 디자인 하기 위한 폰트 에디터, 그래픽을 그리기 위한 그래픽 툴, 스프라이트를 그리기 위한 비트 패턴 에디터, 사운드 출력 함수, MSX의 스프라이트를 흉내낸 그래픽 엔진 등 정말 하나 하나 다 만들었네요.
아마 1980년대 8비트 어셈블리로 프로그래밍한 사람들은 다들 저와 같은 과정을 거쳤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이후 IBM 호환기종에서 C 프로그래밍을 하게 됩니다.
어셈블리 프로그래밍을 하다 C를 사용하니 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C 매뉴얼 한권으로 C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C++, 비주얼 랭귀지 등 다양한 언어들을 접하고 사용하게 됐는데 특별히 어려움을 느껴 본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수학 또한 프로그래밍과 비슷한 방식으로 익혔습니다.
학원은 몇 달 다니다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 때려치고 혼자 문제를 풀었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혼나지 않기 위해 선생님이 가르치는 부분의 문제를 푸는 식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나중에 일할 때 수학이 필요할 경우 서점에 가서 해당 분야에 맞는 수학책 사서 익히면서 프로그래밍 했습니다.
독학이 몸에 밴 덕분에 새로운 걸 익히고 사용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적어진 덕분이였죠.


5살짜리 아이에게 곱셈은 어렵지만 중학생에게는 매우 쉽습니다.
중학생에게 고등학교 미적분은 어렵지만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고등학교 미적분은 쉽습니다.
제 경우 어셈블리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한 덕분에 그 외의 언어들을 매우 쉽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래밍과 수학을 독학해 왔기에 새로운 걸 익히는데 익숙하기도 했구요.


프로그래머에게 학습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프로그래밍 분야는 매우 광대하고 새로운 기술도 끊임없이 나옵니다.
초반에는 누군가에게 배우면서 익힐 수 있을지 몰라도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본인이 알아서 익혀야 합니다.
남이 만든 라이브러리를 조립해서 프로그래밍을 하는 게 아닌 라이브러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야 프로그래머로써 확실한 경쟁력이 생깁니다.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것은 효율성의 문제일뿐 없을 경우 직접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되야 된다는 겁니다.


검색이나 질문을 통해 쉽게 익힌 지식과 본인이 수십번 실패하고 고민하고 책과 매뉴얼을 뒤지며 익힌 지식은 이해의 깊이가 비교 불가입니다.
제 경우 30년전 프로그래밍했던 애플 II 어셈블리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몇 년전 애플 II 어셈블리로 테트리스 같은 간단한 게임을 제작해 봤는데 너무 쉽게 만들어져 놀란 적이 있습니다.
오래되서 기억이 제대로 안날줄 알았는데 너무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요.


자전거 타는 법을 익힌 사람은 평생 자전거를 탈 줄 압니다.
지식 또한 자전거와 같아서 제대로 이해된 지식은 수십년이 지나도 금방 익숙해지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래밍을 가장 확실하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은 프로그래밍이 아예 몸에 배어버리게 만들면 됩니다.
예제들 수백, 수천개 입력하면서 실행해 보고 이해 안가는 부분 책 찾아보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인터넷 검색해 보는 식으로 몸에 배어버리게 만들면 프로그래밍 못하고 싶어도 못할 수가 없습니다.
밥 아저씨 그림 그리듯이 그냥 그렇게 프로그래밍이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되는 겁니다.


학습을 스스로 하는게 아닌 누군가에게 배우는게 너무나 익숙해진 세대를 보면서 조언을 하겠다고 쓴 글이 오리무중이 된 느낌입니다.
스스로 익힐 수 있는 학습능력만 갖추면 인터넷을 통해 뭐든지 익힐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 만큼 학습능력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누군가에 기대 쉽게 익히려 하기 전에 스스로 익히려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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