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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견 땡비..
게시물ID : humordata_1118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꼬출든환자
추천 : 15
조회수 : 94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04/04/07 16: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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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오베금지
땡비는 한갖 잡종견이지만 서울 용산전자상가 일대 최고의 '명사'였다. 지난 89년부터 이곳에 나타나 한 장소에서 14년째 용산을 지켰다. 신용산 지하차도 근처 땅콩가게 앞이 그의 '근무' 장소였다. 오전 7시면 여기 출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오후 10시까지 자리를 지킨 뒤 제 집으로 되돌아갔다. 비교적 체구가 큰 데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어 그는 용산의 이정표 노릇을 했다. "땡비를 본 뒤 흥정을 하면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 만큼 그는 미더운 존재였다. 경찰관 아저씨도 땡비에게 장난삼아 경례를 할 정도였다. "오래 살았지요. 사람으로 치면 백살은 됐을 거라는데…." 땅콩가게 주인 아줌마는 눈물지었다. 호프집을 경영하는 땡비의 주인 김모씨(56)는 "술 먹고 길거리에 앉아 있으면 가지 않고 옆을 지키던 개였다"며 "가슴이 아파 더 이상 떠올리기 싫다"고 고개를 돌렸다. 인터넷 하이텔에는 땡비를 추모하는 글들이 줄이어 올라왔다. 땡비는 나이가 너무 많아 죽었다. 주인 김씨에 따르면 땡비는 1986년생이다. 17년이나 살았으면 개의 나이로는 장수를 누렸지만 땡비의 몸은 세월의 녹이 슬 대로 슬었다. 지난 10일부터 다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누워 있기만 했다. 주민들은 너나 없이 딱딱하게 굳은 땡비의 다리를 정성껏 주물러줬다. 땡비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던 신용산 지하차도 근처 땅콩가게 주인은 "땡비가 숨을 거두기 열흘 전부터 우유도 먹지 못하고 계속 토해 숟가락으로 우유를 떠서 입에 넣어 먹였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아파서 누워 있는 땡비가 안쓰러워 바라보며 눈물을 지으면 가만히 있던 땡비도 따라서 울었다. 땡비는 결국 동물병원에서 안락사했다. 고통을 줄여주자는 주민들의 합의에 따른 결과였다. 주민들은 십시일반 1만∼5만원씩 25만원을 모아 20일 땡비를 인근 '열린동물병원'에 데려갔다. 땡비를 잘 알고 있는 이곳 이청 원장(47)은 치료비를 반액만 받기로 하고 입원시켰다. 하지만 나흘 뒤인 24일 땡비가 거동을 못할 지경이 되자 사람들은 결정을 했다. 땡비는 화장돼 한줌의 재로 돌아갔다. 25일 아침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병원을 찾은 주민들 앞에서 땡비는 어느 때보다도 많이 울었다. 한 주민은 "눈물을 흘리고 흐느끼며 우는 모습이 사람과 똑같았다"고 말했다. 전자용품 판매점 박모 사장은 "땡비는 죽기 전 비명에 가까운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 차마 듣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땡비의 사망 후 인터넷상에서도 추모열기가 뜨겁다. ID 'nomodem'이라는 네티즌은 "군대에서 휴가나와 용산을 찾는 날 용산견을 만나면 변치 않고 그 곳에 앉아 있는 모습에 왠지 모를 기쁨과 안도감을 느꼈다"고 땡비를 회상했다. D 'DRMoon'은 "용산에 갈 때 얼굴에 자연스레 웃음이 나오도록 만들던 용산의 상징이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지금 땡비가 떠난 땅콩가게 앞은 땡비의 친구였던 고양이 '나비'가 쓸쓸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여기 개 어디 갔느냐?'고 땡비의 소식을 묻는다. 땡비는 많은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고 갔다. 세상 어느 개가 그보다 행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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