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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사일오일 일기
게시물ID : diet_822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허숭숭
추천 : 3
조회수 : 47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11/05 17:30:48
아침에 눈을 떠 옆에 누워있는 사람을 한참을 바라보다, 스트레칭을하고 커피를 끓이러 갔다.
뒤이어 분주한 소리가 났다.

아 꿰스뚜라 오늘이네, 
빨리가 미친놈아. 

체류증에 관한 서류를 받으러 경찰서에 가는 날을 시월 오일로 알고있었던 멍청이는
부랴부랴 준비해서 집을 떠났다.

모카포트에서 커피향과 음악소리가 빈집을 채워주고 있었다. 

발코니에 나가, 한켠에 모아둔 쓰레기를 정리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을떄 이상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 움직임들은 바닥 한켠에 가득 했다.

음식물 쓰레기통 뒤에 작은 공간에서 구더기가 한가득 있었다.

쓰레기도 자주버리는데, 왜 있을까. 
왜 난 미쳐 알지 못했을까. 

벌레도 죽이지 못한다.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그들이 숨고 있던 음식물 쓰레기통을 다른 곳으로 옮기자
그들은 볕이 닿지않는 곳으로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기 바빴다. 

한참을 움직이더니, 이내 볕이 닿지 않는 곳에저 그네들끼리 함께 같이 있더라. 

계속 바라보았다. 무엇을 그리 바삐 움직이는지, 
팔다리도 없는 몸으로 어찌 그리 열심히 움직이는지, 

순간 내집을 관리하지 못한 내 자신에 역겨움이 났다.

어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리다 뒤이어 전화벨이 울린다.

'나 경찰서 잘못왔나봐, 지금 택시타고 다른데로 가고있어.'

에비뉴의 이름이 같은 지역이 한둘이 아니다, 내가 확인하고 가라고 일렀거들
기이어 사고를 쳤다.

베란다에 생긴 그 생명체들을 뒤로 하고선, 방으로 돌아와 
영화를 틀어놨다.  저들을 죽여야하나 생각에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스포츠 브라로 옷을 갈아 입고서도 아무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요가 매트위에 올라가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침대에 올라가 잠깐 눕자고 했던것이 잠이 들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아버지라고 부르는 중학교 담임선생님 한분이 계시는데, 그분에게서 화상통화가 왔다.

어, 아부지!! 잘 지내셨어요?, 살이 왜이렇게 빠지셨어
아부지 나 암만봐도 이쁘지요, 나 원래 아부지 며느리 할려고 했잖아
시우오빠 동의없이, 근데 요즘에 연애하느라고 그 약속 못지킬거 같은 생각이 드는거 있지
근데 아부지 !! 

쉴새 없이 재잘재잘거리고 있었다.

니가 다 커서 아버지라고 하는데ㅣ 왜 이렇게 눈물이 날려고 그러냐
하고싶은거, 하려는거 다 하고 돌아와 

기분 좋은 통화가 끝났다.

초인종이 울리더니 그가 돌아왔다.

'꿰스뚜라 갔다와도, 임시체류증같은건 안주나봐, 
아 레스토랑 옮기려고하는데 아무것도 못하겠네' 

'오빠 발코니에 구더기 있어.'

반가운 마음 반, 그가 얼마나 서운하고 섭섭할지에 대한 마음 반
한껏 꼭 끌어안고, 발코니의 새 생명들을 보여주었다.

그것들을 본 그는 부엌에서 소금을 꺼내더니 그들 위에 힘껏 뿌렸다.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
식초를 위에 뿌렸다. 그들의 움직임이 조금 바빠졌다 뿐이지 계속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창문을 닦는 용액을 그들 위에 뿌려보았다.
그들의 움직임이 끊기지 않았다. 
아세톤을 뿌려보았다.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 

발코니는 어느새, 소금덩어리들과 식초냄새 아세톤의 냄새는 금방 사라졌다만, 알수없는 화학냄새로 가득 했다.
한국에서 대학 다닐때 생각이 났다.

'아 아세톤에 아파할리가 없지, 나 바본가봐, 단백질을 녹일 수가 없는데, 
변기 막힐때 쓰는 용액을 뿌려볼까?'

뒤이어 화장실 한켠에 두고있던, 수챗구멍을 뚫어주는 용액을 들고 왔다.

그들 위에 한껏 뿌려본다. 

움직임이 둔해졌다, 몸을 동그랗게 말기 시작하더니 뒤이어 그 용액이 닿지않는 곳을 찾아 계속해 움직여 갔다. 
이내 굳은 소금 산 위로 도망가는 이들도 있었고, 얇게 뿌려진 소금들 위로 줄을 그으며 자기들의 움직임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려주는 이들도 있었다. 

'오늘 점심은 안먹을래, 오빠 배고프면 알아서 해 먹어, 방에 갈래'

방에 들어와 있는 나를 뒤따라 그가 왔다. 
오늘 그 사람도 많이 섭할 텐데, 정신을 차리고 그를 위해
이래저래 변호사 사무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심지어 한인회보에 나와있는 변호사들에게도 걸어보고 
이러 곳에 전화를 걸어 그의 상황을 알리고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그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잠시나마 발코니에 있는 그들의 생각이 둔해 졌을쯤에
다시 발코니로 나갔다.

동그랗게 말려 움직임이 없는이도, 어디로 향하는지 알수 없는 움직임들 사이에서 몸이 굳어버린 이도,
이들 사이에서 살아남아 계속해 움직이는 이들이 몇 나타났다.

내 삶은 나태하다. 
이들은 어찌되었든 살려고 발버둥을 친다. 
몸으로 바닥을 기어 움직이더니, 시간이 지나 날개를 달고 바닥과 멀어지고 싶어서
이렇게 힘겨운 싸움을 한다. 

내가 이들을 죽일 만한 사람일까? 

움직임이 나타난 이들이 모이면, 옆에 둔 용액을 그들 몸에 한껏 뿌렸다. 

그들의 움직임이 변할때마다 재미를 느꼈다. 
그런 내 모습이 역겨웠다. 

시간이 지나 한켠으로 그들을 쓸어내고, 밤이 되기까지 기다렸다. 
물청소를 하게되면 길을 지나가는 이들에게 다 맞게 될터이니, 새벽에 이들을 정리하자 했다.

 
은행 문제가 있어서 전 남자친구에게 이를 도와달라 부탁했다.
집에 잠깐 들릴테니 기다리라는 답변이 온다.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는 레스토랑에가 받아올 서류가 있으니 들리고 돌아온다 하였다.

빈집에 혼자 있다, 시간이 지나 치타폰이 울렸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지만, 아무런 감정이 들지않는 얼굴이 올라왔다.
간단한 근황이야기와 같이 키우던 고양이 이야기를 듣고선, 내 은행 계좌 이야기를 꺼냈다.
생각보다 단순한 일인것을 난 왜 혼자 하려하지 않았을까. 
나의 용건이 끝나고나서, 오랜만에 한식을 해달라는 부탁이 뒤이어 왔다.
그를 위해 음식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계란말이를 해줘야지, 계란을 풀어 채에 곱게 한번 걸러내었다.
이에 치킨 스톡과 간장 약간의 양념을 하고 
기름에 달궈진 팬에 곱게 뿌린다.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내가 좋아하는 이가 나타났다.
그가 떠나기 전에 미리 말을 해둔 상황인지라, 당황한 기색 보다는 아 이친구야?라는 표정이 나타났다.
또한 그의 표정도 한결 가벼워 보였다.

'어떻게 됐어?'
'내일부터 출근할거같아, 쉐프랑 얘기 잘 풀렸어.'

곧이여 부엌에 앉아있던 이를 보더니, 우리가 말하던 언어와는 다른 언어로 그에게 인사를 전한다. 
서로 다른 언어로 계속해 이야기가 나간다. 
영어가 편한 나와, 이탈리안이 편한 그와, 한국어가 편한 그와 나. 

식탁에 그는 덩그러니 남아, 이야기를 꺼내며 계란말이를 먹고 있다. 

상황이 어색한지, 자리를 피한 그를 뒤로하고 저녁 교리수업을 가려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더 잘생겼네,'
'말이라고해, 난 쟤보다 쟤 엄마랑 우리 보보가 더 좋아.'

사제관까지 따라 걷다, 신부님께 전화를 드리고 집으로 올라가도 되냐는 허락을 받고선
신부님에게 주려고 챙겨온 작은 머핀을 전해드리고 짧은 인사를 했다. 

곧이어 같이 수업을 들을 언니도 찾아왔다. 

'신부님 저 둘 연애한데요, 다른 자매,형제님들은 다 아는데 왜 신부님만 눈치가 이렇게 없어요?'
'뭐? 연애?? 둘이 안지 얼마나 됐다고 연애야, 나참'

교리 수업은 연애와 결혼 사랑이야기로 시작하게 되었다. 
항상 재미있는 시간이다. 그를 조금이나마 더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더 닮고 싶고, 더 사랑하고 싶은 분이다. 

시간이 지나고 뜨람을 타고, 볼일을 보러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꼰뜨롤로들이 뜨람에 올라 내가 교통카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일할 것만 같은 기분이였다. 
충전을 하지 못한 교통카드를 뒤로하고, 타바끼에서 티켓 한장을 사들고 뜨람에 올라탄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우리가 가는 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촉은 틀린 적이 없다. 
컨트롤로가 나타나, 내가 티켓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 하였다. 
방금 산 내 티켓은 서류 처리가 되지 않는다. 이상하다 연신 말을 해도
그들은 '마담'이란 단어만 격존칭이지 날 무시하는 어투로, 나도 이게 왜 안되는지 모른다.
서류를 보여달라 돈을 내라 연신 같은 말만 반복한다.

이게 왜 안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방금 샀는데 안될리가 없다 말을 해보지만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돈을 낼터이니 이게 왜 안되는지 설명해달라 말하지만, 계속 같은 말만 한다. 
36유로가 날라갔다. 이틀치 장을 볼수 있는 돈이 공중에서 날아갔다. 
그들이 떠나고, 티켓을 다시 돌려받고 내가 확인해보니 다시 잘 되었다. 

화가 났다. 
달리고 싶었다.

치마를 입고 나와 달리기가 어려웠다. 너무 뛰고 싶었다. 

'아 집까지 뛰어갈래'
라는 말을 끝내고 치마를 한껏 짧게 올려 고쳐입고 연신 달렸다. 
땀이 난다 호흡이 가쁘다. 
뒤이어 날 뒤따라오는 소리가 난다. 

너무 웃겼다. 

길가에 주저 누워 한참을 웃었다. 
'왜 넌 달려오는데, 뒤에서 소리나니까 웃기잖아'
'그럼 뭐 난 너 달리는거 보고있냐, 내가 너보다 더 잘 달릴껄'
'기다려 치마좀 고쳐입고 한번 더 간다 !! '

한참을 또 달리다 나를 어느순간 앞질러버린 그를 보고 한참을 웃어버렸다. 
날라간 돈에 대한 생각이 좀 덜해졌다. 

거친훔을 고르게 정리하다, 내가 다시 달리니 그 또한 달렸다. 
대문앞까지 달려온 우리는 숨을 가쁘게 내쉬며,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3층까지 한숨에 뛰어 올라왔다. 내 집 문앞에서 숨은 끝까지 차 올랐다. 
얼굴도 한껏 상기 되어있다. 어째 그는 힘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숨만 조금 거칠뿐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문을 열고 방으로 곧장 들어가 침대위에 누웠다. 

내가 36유로 잊게 해줄까?라는 야릇한 말이 끝나고서 
우리가 달려온 시간보다 더 숨가쁜 움직임들이 이어저 나갔다. 

한껏 뜨거워진 몸을 끌어안고서 그 시간을 즐기다. 
밥 먹자라는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부엌으로 곧장 달려갔다. 

곡물 파스타로 만든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고선, 발코니의 그 치열했던 그들의 움직임을 정리한다. 

하루가 끝났다. 
내일이면 그는 이집에 더이상 머물지를 못한다. 
이젠 주일 전날에나 그를 볼 수 있을것이다. 그 생각에 그의 품에 안기어 잠에 들었다. 
가지 말지를, 이라는 못된 생각도 잠깐 하고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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