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괴이한 경험을 더 많이들 한다잖아요. 저도 주변에서 일본에 온 이후로 보인다는 애들 몇 명 본 적 있거든요.
그런 말 들으면 흥미롭긴 하지만, 나한테는 안보이니까. 그냥 웃고 넘기고 그랬어요. 제가 무서운 걸 좋아하는데 또 무서워하기는 엄청 무서워하는 타입이라 ㅠㅠ 차라리안믿는게 마음이 편하잖아요.
평소에 귀신이라던가 영적인 경험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니까 에이 ㅋㅋㅋ 귀신같은 건 없지 하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방금 가위에 눌렸습니다. 우리 집에서요.
어제부터 뭔가 쎄한 느낌이 있긴 했어요. 어제 책상 의자에 앉아있는데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면서 온몸이 싸늘해지는 거에요. 일본 집은 원래 춥거든요. 한국처럼 난방이 없어서 추우면 벽에 달린 에어컨으로 히터틀고 그래요. 근데 보통 전기세 때문에 한겨울 아니면 잘 안트니까, 늘 집 안이 싸늘해요.
아무튼 원래도 추웠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그냥 추운 게 아닌거에요. 냉동고 안에 들어간 느낌?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진짜 온몸에 털이 다 서는 것처럼 으슬으슬 떨리고 파스를 붙인 것처럼 살이 싸한 느낌? 그런 느낌이 드는 거에요. 특히 등쪽이랑 목쪽이요.
게다가 목이 막 계속 답답한데 이게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어제부터 침삼키기 힘들고 목이 답답해서 토할 것 같았어요. 체한 건 줄 알고 그냥 집에 굴러다니는 소화제 먹었는데 아직까지도 그래요.
그때까진 별 자각 없었어요. 제가 스트레스에 몸이 잘 반응하는 체질이라 툭하면 배탈나고 소화불량이고 그러거든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죠.
근데 방금 깜빡 잠에 들었는데 한참 잘 자다가 가위에 눌린 거에요. 생에 처음 눌린 가위였어요. 아무리 몸을 움직이려고 해도 안움직이고 소리를 지르려고 해도 안질러지고… 누가 가위에 눌리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거나 주기도문을 외워보라고 그랬던 것 같은데 (기독교 신자입니다) 그런 생각 조금도 들지 않을 정도로 당황했어요.
밖에서 테레비 보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속으로 계속 엄마를 불렀어요. 물론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죠. 눈은 계속 꾹 감고 있었어요. 눈 뜨면 뭔가 보일거 같아서… 꾹 감고 그냥 이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 목소리가 들리더라고요.
"ㅇㅇ야. 무슨 일이야? 괜찮아? 눈 떠봐."
처음엔 정말 엄마가 걱정되서 제 방에 들어온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상한거에요. 엄마라면 제 상태가 이상하면 날 흔들어 깨우거나 뭔가 조치를 했을텐데 계속 눈뜨는 걸 강요하는 거에요.
게다가 무엇보다 이상한 건 계속 일본어로 말했어요. 가족끼리 일본어 실력 키운답시고 가끔 일본어로 대화할 때가 있긴 했거든요. 하지만 굳이 이 상황에서 일본어를 쓸 필요가 없잖아요? 그래서 계속 눈을 감고 있었어요.
일본어 쓸 때의 엄마의 목소리랑 발음 구린 (엄마 미안…) 어눌한 일본어 말투 그대로 계속 일어나. 괜찮아? 눈떠. 하다가 어느 순간……
"開けろ開けろ開けろ開けろ開けろ開けろ開けろ(눈떠눈떠눈떠눈떠눈떠)"
이러면서 귀에 대고 속삭이듯이 중얼중얼중얼거리는 거에요.
그래도 평생의 트라우마가 될 것 같아서 속으로 덜덜덜떨면서 눈은 계속 감고 있었어요. 그랬더니 어느 순간 가위가 풀리더라고요.
식은땀을 비오듯이 흘리면서 굳어져 있다가 거의 기어가듯이 방에서 나와서 거실에 왔어요. 티비는 틀어져 있는데 집에 아무도 없네요. 카톡 보내보니까 제가 자는 사이에 외출하신 모양이에요.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지금도 목은 계속 답답합니다. 으슬으슬해서 수면잠옷 입긴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