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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제리코 자서전의 한 챕터 : Benoit (크리스 벤와의 마지막)
게시물ID : sports_961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백호
추천 : 3
조회수 : 1931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1/05 23:45:42
에디의 장례식 이후 난 벤와를 보지 못했다. 벤와는 엄청난 충격에 빠진 상태였고, 우린 서로 계속해서 연락을 하고 지내자는 약속을 했음에도, 이는 점점 지켜지기 어려운 약속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벤와는 몇 주씩이나 잠수를 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벤와를 네스 호의 괴물이라고 불렀는데, 아주 잠깐 모습을 보이다가도 이내 얼마 안 가 도저히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잠적을 했기 때문이다. 간혹, 내가 벤와의 전화를 못 받을 때가 있었는데, 바로 몇 분 뒤에 내가 다시 전화를 걸면 벤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곤 그 뒤로 난 몇 주간 벤와와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전화 한 통을 하기가 그렇게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벤와는 이메일이나 문자 메세지에는 항상 답변을 해주었다. 결국, 그것이 우리가 계속해서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되었다. 서로 자식내미 사진이나 주고받으면서 말이지. 벤와는 항상 내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관심을 보여왔고, 어떻게 지내는지 묻곤 했다. 벤와는 아이들을 사랑했다. 특히 본인의 아들인 대니얼을 끔찍이도 아꼈고, 메일의 대부분이 대니얼에 관한 이야기였다.

단순히 전화로 수다를 떠는 것 보다, 장문의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수상쩍긴 하지만, 벤와는 그런 사람이었다. 항상 조금은 수상했다. 여름에도 가죽으로 된 검은색 오버코트를 입고 다녔으며, 커피 빨대를 끊임없이 물어뜯곤 했다. 특히, 대화를 나눌 때는 항상 화가 난 듯했다. 예로,

"어떻게 잘 지냈어 ?"

라고 물으면 벤와는 화가 난 듯한 얼굴로 노려보면서

"좋았어. 넌 어땠는데 ?" 라고 답을 하곤 했다.

또한, 벤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유머 코드를 가지고 있었고, 다른 사람이 웃는 것에는 절대 웃지 않았다. 한번은 우리가 차보 게레로와 함께 긴 여행길에 올랐을 때였다. 난 캐나다의 유명한 코미디 라디오 프로그램인 'Brocket 99' 의 카세트를 넣었다. 이 방송은 인디언 보호 구역 라디오 방송국이라는 픽션 방송이었다. 난 재밌게 느껴졌다고 생각했고, 벤와에게도 코드가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나와 함께 배꼽을 잡으며 웃어젖히는 대신, 벤와는 방송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이런 벤와의 리액션은 내 유머 코드를 의심케 할 정도였다.

"이거 재미없나봐 ? 만약 재미없으면 말해. 그냥 끌께."

라고 묻자 벤와는 냉정한 말투로 "아냐, 내버려 둬. 재밌는 것 같은데 뭐. 난 속으로 웃고 있거든." 라고 답했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었지만, 벤와는 여전히 웃고 있질 않았다. 미소를 짓지도 않았고 심지어 가벼운 "풉" 조차도 없었다. 하지만 벤와는 누군가가 구토를 하거나, 혹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면, 한 시간 내내 정신줄을 놓고 웃어젖히곤 했다.

우린 여행길 내내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우리가 호텔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있는 곳에서 몇 발자욱 안되는 곳에서 누군가가 파티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자 벤와는 회관에서 쓰레기가 들어있던 쓰레기통을 줍더니, 눈 속에 파묻혀버리게 했다. 그리곤 갑자기 바지를 내리곤 거기다가 오줌을 누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후 그 쓰레기통을 문에다가 받치게 한 다음, 그 쓰레기통에 충격을 가했다.

벤와의 행동으로 우린 마치 초인종을 누르고 튀는 세 명의 철딱서니 없는 아이들처럼 빠르게 도망갔고, 문을 연 파티 주최자들이 역겨움으로 인해 불평불만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린 방으로 들어와 조용히 있으려고 했지만, 미친 듯이 웃어대는 벤와의 웃음소리 때문에 결국 들켜버렸다.

그들이 벤와에게 따졌을 때 벤와는 어린 아이의 오싹한 목소리로 "당신네들은 파티를 즐길 줄 모르는구먼." 라고 말하더니, 다시 한번 정신줄을 놓고 웃어젖히기 시작했다.


2007년 2월에 난 애쉬를 데리고 Edmonton으로 가기로 했다. 그럼 녀석은 눈 속에서 그의 사촌들과 놀 수 있을 테니까. 내 사촌인 토드는 Sherwood Park 에서 살았는데, 그곳은 벤와가 거주했던 도시 근교이기도 했고, 그의 두 아이는 여전히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1년 넘게 벤와를 보지 못한 것도 있고 해서, 마침 내가 그곳에서 머물 예정인데 혹시나 벤와도 그곳에서 머물 예정인지 물어보기 위해 문자를 날렸다. 그리고 바로 벤와의 답장이 왔는데, 우연인진 모르겠지만 벤와 역시 토요일까진 그곳에서 있을 거라는 것이었다. 애쉬와 나는 금요일 오후에 도착할 예정이었고, 벤와와 나는 내가 도착하는 대로 만나는 걸로 결정했다.

오후 2시에 내가 도착을 했을 때, 난 벤와에게 연락을 했지만, 벤와는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내게 전화를 해달라는 음성 메세지를 남겼지만, 벤와의 응답은 없었다. 이후 오후 5시와 7시에 다시 메세지를 보냈지만, 역시 깜깜무소식.

애쉬가 잠자리에 들 시간에 가까웠는지라 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벤와는 애쉬를 보고 싶어했다. 그렇게 Edmonton Sun 신문지의 장들을 넘기면서 그의 전화를 기다리던 도중, 난 벤와가 그날 밤 라크로스 게임에 특별 출연을 한다는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난 이 경기가 끝나고 나서 내게 전화를 주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벤와의 연락은 없었다. 그래서 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다 문자 메세지가 왔다는 내 휴대폰의 알림 소리와 함께 난 새벽 3시 30분에 깰 수 밖에 없었다.

"이봐 크리스, 이제 막 돌아오는 길이야. 미안해. 보고 싶었어. 조만간 다시 볼 수 있길 기대할게." 라는 벤와의 메세지였다.

아니, 상식적으로 새벽 3시 30분에 출연을 끝마치고 돌아오는 사람이 어디있는가 ?

벤와의 행동은 날 정말 화가 나게 만들었다. 난 그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었다가 마침 운 좋게도 같은 도시에 있었는데, 고작 20분 정도를 내주어서 나와 내 아들을 만날 순 없었단 말인가 ? 좀 너무하지 않는가 ?

난 벤와를 내 형제로 여겨왔다. 하지만 벤와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벤와와의 친분을 유지하려면, 나쁜 일이 있더라도 좋게 넘어가야만 했다.

그러나 벤와가 아무리 이상한 사람이었다고 한들, 난 이 바닥에서 그 어떤 누구보다도 벤와를 더 신뢰했다. 그리고 RAW에서 있었던 존 시나와 숀 마이클스의 대결을 본지 몇 달이 지나서, 난 다시 컴백을 위해 벤와에게 조언을 구할 겸,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벤와는 "이 바닥은 너를 미친 듯이 그리워하고 있고, 팬들과 라커룸 역시 마찬가지야. 무엇보다도 나 역시 네가 정말 그리워. 난 네가 컴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라고 답변을 보내왔다. 이에 난 쉬는 시간이 달콤하긴 했지만, 이제 복귀할 준비가 되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벤와는 번개같이 "네 복귀를 도와주는 것이 기다려지는데 !" 라고 답했다.

며칠 뒤, 벤와는 나에게 다른 문자를 보내왔다. "이봐 크리스, 오랜만이야. 그저 인사나 할 겸 해서.. 시간 날 때 연락해줘." 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난 벤와에게 평소에 전화 통화를 하기 매우 힘드니 이번엔 정확히 몇 시에 연락을 하면 되는지 물어보자 벤와는 "ㅋㅋ 역시 넌 날 잘 안다니까 ! 다니엘이 8시에 잠자리에 들거든 ? 그러니까 그 이후에는 언제든지 연락줘." 라고 답을 했다.

이후 난 1주일 내내 저녁 8시 30분에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벤와는 전화를 받질 않았다. 이후에도 몇 번 전화를 걸다가, 마침내 벤와가 금요일 오후에 내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난 애쉬와 놀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벤와는 "이봐 크리스. 너와 대화나 할까 했었지. 아무런 문제 없는거지 ? 다시 연락 줘." 라는 다소 무감정한 음성 메세지를 남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벤와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정말 궁금해진다.





WWE에서 출시한 지 얼마 안 되었던 브라이언 필먼의 DVD를 시청하고 있었던 한 밤이었다. 벤와 역시 필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DVD 시청을 마치고 난 벤와에게 "이봐, 지금 막 필먼의 DVD를 봤어.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는지 참 슬프기만 하다. 내가 내일 연락할게." 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벤와는 답을 하지 않았다.

토요일에 난 Evansville에서 개최되었던 한 인디쇼에서 사인회가 잡혀 있었다. 도시에 도착하기 무섭게 난 벤와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벤와는 연락을 받질 않았다. 우연히도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캘거리 지역의 레슬러인 Biff Wellington 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크리스는 Biff 를 Stampede Wrestling 시절때부터 잘 알아왔기 때문에, 난 이 뉴스를 벤와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이후 벤와에게 "이봐 소식을 들었는진 모르겠는데, Biff Wellington 이 오늘 사망했대." 라는 문자를 보냈지만, 이번에도 벤와의 답장은 없었다.

일요일에는 Martinsburg에 위치한 한 롤러 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인디쇼에서 또 한 번의 사인회가 잡혀있었다. 사실 난 그곳에 있기가 창피했다. 그리고 80년대에는 최고의 워커였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곳에서 경기를 뛰는 바비 이튼을 보자 내 맘은 더욱더 안좋아졌다. 물론 그런 삶이 문제가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바비 이튼과 나의 차이점은 그에겐 다른 선택권이 없었고, 반대로 난 있었다는거다. 난 WWE로 복귀할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롤러 스케이트장에서 사인쇼나 한다는 것은 내가 있을 무대가 아니었다.

뭐, 그럼에도 바비를 다시 본다는 건 좋은 일이었고, 그렇게 난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 도중에 바비에게 혹시 최근에 벤와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냐고 물어보았지만, 바비 역시 꽤 오랫동안 벤와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바비 이튼이 경기를 하러 링으로 떠났을 때, 난 크리스에게 지금 막 바비를 만났다고 문자나 날릴까 머뭇거렸지만, 문자를 보내진 않았다. 내가 하는 행동을 일일이 보고해야 할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벤와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난 내가 너무 매달리고 있는 것 같아서 벤와가 내게 실망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느꼈었다. 비록 벤와를 오랜 시간동안 보지 못했다고 한들, 여전히 벤와는 내게 영향력을 주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난 행여나 벤와가 내가 그를 져버렸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랬었다.

사인을 끝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인터넷을 통해 오늘 있었던 일들을 눈팅하고 있었는데, 벤와가 휴스턴에서 개최되었던 벤젼스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뉴스에 꽤 놀랬다. 흥행을 결장한다는 것은 벤와답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PPV는 더더욱. 그래서 난 아마 벤와에게 가족 문제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고, 혹시나 문자를 보내면 그를 더 귀찮게 할까 봐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월요일에 집으로 돌아와 난 애쉬와 함께 체육관으로 갔다. 그리고 애쉬는 아이들이 노는 곳에서 놀 수 있도록 내버려둔 다음, 나는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브라이언 거윗츠로부터 연락을 달라는 메세지를 받았다.

"너에게 재밌는 뉴스거리가 하나 있어. 아마 너도 듣고 싶어지는 그런 뉴스일걸 ? 시간 되면 연락해줘."

1시간 뒤에 애쉬를 챙기고, 운동을 끝마친 다음, 난 브라이언에게 연락을 하였다. 그리고 브라이언이 전화를 받았을 때, 그의 목소리 톤은 완전히 바뀐 상태였다. 메세지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그의 쾌활한 모습은 고작 1시간 채 안되어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패닉이라는 감정이었다. 이에 나 역시 불길한 느낌에 압도되어버렸다.

"이봐, 네 음성 메세지를 들었는데 말야. 무슨 일이야 ?"

그러자 브라이언은 가까스로 다음과 같은 말을 던졌다.

"이건 최악이야.. 정말 최악의 뉴스라고... 네게 어떻게 전해야할지 모르겠어..."

난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뭐냐고 물어보았다.

"난 네게 이걸 말하고 싶지 않아... 정말 최악이라고... 그래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그리고 내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인 상황이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우선 가장 먼저 내 머릿속에서 떠올랐던 것은 빈스가 생방송을 통해 나를 완전히 씹어된다는 것이었다. 내 복귀를 위해 서로 교섭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는 무슨 이유로 빈스를 열받게 만들었고, 빈스는 나를 다시 데리고 오는 것을 원치 않아 하는 그런 시나리오 말이다. 어쩌면 방송에 나가서 나를 엄청나게 씹어된 다음, 내가 자기네 회사에선 다시는 모습을 드러낼 수 없을 것이다고 떠들기라도 한 걸까 ?

이런 오만 잡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헤엄을 치고 있을 때, 브라이언은 망치로 내 머리를 가격해버렸다.

"크리스가 죽었어."

크리스가 죽었다고? 어떤 크리스? 크리스 매스터스? 아님 트레이너 크리스씨 ? 아님 각본을 집필하는 작가 크리스?

"어떤 크리스를 말하는건데 ?"

그러자 브라이언의 목소리가 갈라지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크리스 벤와가 죽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세상이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혹시 내가 크리스 벤와라는 사람을 아나? 이름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말이야. 고등학교 동창이었던가 ? 아님, 같이 하키를 즐겼던 사람이었을지도?.. 그렇게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초록불에서 빨간불로 바뀌어 누군가가 내 뒤에서 크락션을 울렸고, 그제서야 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브라이언 ?"

"벤와가 죽었어, 크리스. 미안해."

거울을 통해 내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야 ?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건데 ?"

난 억장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고, 내가 뱉을 수 있는 말은 고작 이거였다.

"아직 그 어떤 누구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진 몰라. 하지만 그는 죽었어. 뿐만 아니라, 모두가 죽었어."

모두가 죽었다니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

"그게 무슨 뜻이야. 모두가 죽었어 ? 모두가 죽었다니 ?"

"낸시와 대니얼도.. 죽었어."

그 단어들은 마치 낭떠러지에 있었던 나를 밀어버리는 것 같았다.

"브라이언, 내가 다시 연락할께."

그리고 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마치 에디의 장례식에서 벤와가 그랬던 것처럼 난 주체할 수 없었다.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진정하기 위해 숨을 들이마셨다. 고작 세 살밖에 되지 않았던 애쉬는 뒷좌석에게 내게 "아빠는 웃기게 운다." 라고 말했다.

아이를 위해서 난 눈을 닦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속으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도대체 벤와와 그의 일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도대체 어떻게 모두가 사망하게 된거지? 일산화탄소에 중독된건가? 아님 식중독? 누가 그들을 모두 살해하기도 한걸까? 그렇게 머릿속에서 온갖 시나리오들이 오가고 있을 무렵, 속으론 더 나쁜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쩜 벤와가 그들을 살해한걸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느낌.

그렇게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마침내 집에 도착했다. 난 그 어떤 누구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아내인 제시카와도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고, 그리고 제시카가 전화를 받아 내가 그 어떤 누구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고 직접 말해주기 전까진 계속해서 우리 집으로 전화를 걸어 오던 존 로리네이티스와도 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원래 이날 밤 RAW는 빈스 맥마흔의 장례식으로 꾸며질 예정이었다. 몇 주 전, 리무진에서 폭발해버렸던 빈스 맥마흔 말이다. 수뇌부 측은 모든 이들에게 검은 상복을 입고 오라고 요구를 했고, 무대는 꽃으로 단장되었으며, 성가대와 목사들이 초청되고, 링 중앙에는 빈스의 관이 놓일 예정이었다. 고로 빈스가 단체 미팅을 통해 벤와가 죽었다는 것을 알려주었을 때, 모든 사람들은 이미 상복을 입고 있었던 셈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단순히 거기에 그치지 않고, 스페셜 게스트가 등장해서 빈스를 칭송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게스트들 중 한 명은 바로 브루스 캠벨 (Bruce Campbell) 이었다. Evil Dead 트릴로지에서 애쉬를 맡기도 했었던 사람인데, 난 내 아들인 애쉬의 이름을 거기서 따왔다. 브라이언이 문자로 말했던 재밌는 뉴스란 바로 이거였다. 브라이언은 내가 브루스의 엄청난 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당연히 일찍이 계획되었던 RAW는 취소되었고, 이는 크리스 벤와의 추모 특집으로 대체되었다. 방송은 (아마 TV상에서 마지막으로 방영될) 그가 WWE 시절때 가졌던 몇몇 훌륭한 경기들과 동료들의 추모 메세지로 꾸며졌다. 벤와를 향한 선수들의 메세지는 모두 진지했으나, 그중에서도 윌리엄 리걸의 의미심장한 코멘트가 날 오싹하게 하였다.

리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벤와는 모두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며, 그의 죽음에는 우리가 단지 눈으로 보고 있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를 것이라고. 어쩌면 리걸 역시 나처럼 의심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난 크라운 로얄을 병째로 들이키며 쇼를 시청했다. 보는둥마는둥.. 그러다 내가 가졌던 최고의 경기 중 하나인 로얄 럼블에서 열린 우리의 사다리 경기가 방영되었고, 경기 도중 짐 로스는 "크리스 제리코는 아마 탬파의 있는 자신의 집에서 친구의 소식을 듣고 실의에 빠졌을 겁니다." 라고 코멘트했다.

그렇게 아무런 말 없이 나는 남은 쇼를 시청했다. 더 이상 내 친한 친구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힘겹게 인정하면서 말이다.

쇼가 끝난 뒤, 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딘 말렌코와 대화를 나누었다. 딘 말렌코는 내게 스맥다운!에서 또 다른 벤와의 추모 특집이 있을 거라고 얘기해주었고, 혹시 텍사스로 와서 이 쇼에 참가하고 싶을 생각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난 이미 에디의 추모쇼도 놓쳤기 때문에, 이 쇼에 참여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벤와 일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에 대한 루머가 떠돌기 시작하기 전까진 말이다.

그래서 난 벤와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찾기 전에는 스맥다운! 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난 분명 더 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인터넷을 통해 몇 시간 동안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곳을 뒤졌다. 프로 레슬링 웹사이트들은 물론이며 뉴스 관련 사이트들, 팬 포럼들도 뒤져보았다. 그리고 10분마다 새로운 소식들이 나왔기 때문에, 정보를 찾는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벤와의 추모 특집 쇼가 방영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았을 무렵, 진실이 밝혀졌다.

벤와는 본인의 아내와 아들을 직접 살해했으며, 이후 스스로 자살을 했다.

공식적으로 보도된 뉴스를 접했을 때, 난 바로 빈스에게 연락했다. 이는 거의 2년만에 우리가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일이었다. 하지만 난 그의 시간을 고작 쓸데없는 잡담이나 하며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 기분이 아니기도 했고.

"빈스, 제리코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가요 ?"

"나도 잘 모르겠네 크리스. 하지만, 벤와는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 모양일세. 그는 우리 모두를 엿먹였어."

벤와는 이 바닥에서 가장 솔직하고, 정직한 그런 사람으로 유명했다. 사람들은 그를 신뢰했고, 그에게 조언을 구했으며, 그의 의견을 존중했다. 나 역시 그 한 명이었다. 근데 어떻게 그가 이런 신성모독 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걸까?

"빈스, 만약 이게 사실이고, 벤와가 자신의 일가족을 살해했다면, 이제 우린 앞으로 이 바닥에서 누굴 다시 믿을 수 있을까요 ?"

그리고 빈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벤와는 그의 아이들을 사랑했다. 벤와는 자신의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눈을 반짝거리며 이야기를 하곤 했으며, 난 벤와가 첫 번째 아내와 이혼을 함으로써 그의 두 아이와 멀어졌을 때 얼마나 큰 충격에 빠졌었는지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벤와는 Edmonton으로 날아가 전처의 두 아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자신의 월 단위 스케쥴까지 조정했던 사람이었을 정도였으니까.

한번은 벤와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넌 절대로 이혼 같은 건 하지 마. 그럼 아이들도 너무 힘들뿐더러, 아이들에겐 해선 안 될 짓이야. 난 진정한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것은 바로 자식들을 위한 사랑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난 그렇게 해주질 못해서 내 자식들에게 정말 미안할 뿐이야."

그리고 벤와가 말했던 그 조건 없는 사랑 때문에 벤와가 저지른 행동을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물론 우린 인간관계에서 종종 상대방에게 화를 낼때가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이러한 싸움들이 가끔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번지게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히 누가 자기 친자식들을 죽일 생각을 할 수 있을까 ?

아직도 이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마다 소름이 끼치곤 한다. 어떻게 벤와가 그럴 수 있었던걸까?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맛이 갔던 거였을까? 단순한 사고였던 걸까, 아님 계획적인 살인이었던 걸까?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난 다시 한번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을 통해 벤와가 저지른 짓을 내 자신에게 스스로 설명해보기 위해 최대한의 이론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벤와는 커피 중독자였기 때문에, 카페인에 대한 부작용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마약을 과다 복용하게 될 시, 망상증이나 정신병 심지어 태도가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찾았다. 음 그럼, 그래서 그랬던건가? 카페인 때문이었던걸까.

그리고 추가로 나오는 보도에 의해 벤와의 8살짜리 아들인 대니얼은 프레자일 X증후군을 투병 중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그리고 난 그 병이 무엇인지 인터넷에서 검색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벤와는 낸시와 아주 크게 한바탕을 한 다음, 대니얼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를 먼저 죽여버린 건 아니었을까? 그럼 아들이 프레자일 X 증후군에 투병 중이었기에 벤와를 압박해서 그랬던걸까?

하지만 얼마 안 가 대니얼은 프레자일 X증후군 에 투병 중이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고, 난 당시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심정이었던지라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난 그날 밤, 대부분의 시간을 애쉬의 방바닥에서 보냈다. 애쉬가 잠든 모습을 보면서, 애쉬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애쉬의 곁에 있고 싶었다. 이후 어둠속에서 다시 인터넷을 통해 최대한 얻을 수 있는 자료들을 검색하며, 벤와와 친했던 사람들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난 그의 여행길 파트너였던 톰코나 차보 게레로와 대화를 나누었고, 리걸과 벤와의 이웃이었던 펜저와도 대화를 나누었다. 우선 이들 중 그 어떤 누구도 벤와가 저지른 일에 대해 설명은커녕 이해조차 할 수 없었지만, 일치되는 부분이 있었다. 결국, 이들과 대화를 나눈 끝에, 두 가지 점들이 밝혀졌고, 그것들은 다음과 같았다.

1) 우선 벤와는 아주 심각한 개인적인 문제가 있었음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그것을 스스로 억누르고 있었다는 점이었고,

2) 아주 드물게, 정말 드물게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표현했다는 점이었다.

난 그 두 가지 점들이 벤와를 링 위에서 훌륭한 선수로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억누르고 있었던 공격성과 불안감을 링 위에서의 상대방과 운동을 통해 표현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벤와는 최고의 경기를 만드는 것과, 근육질 몸매를 만드는 것이 유일한 감정 표현이 되어버린 무감정한 기계가 되어버린 거지.

하지만 무엇이 벤와를 이런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넣었던걸까? 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던걸까? 스테로이드 때문이었을까 ? 아니,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건 단순한 로이드 레이지라고 치부하기엔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단지 화가 나서 누군가의 얼굴에 주먹을 갈기는 것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건 정신적 장애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담 이게 약물이나 혹은 알콜 때문이었던 걸까? 아님 여러 차례의 뇌진탕 때문에?

내 개인적으론, 난 여러 가지 사태가 섞여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 마치, 스테로이드와 진통제, 카페인 중독, 우울증, 편집증, 뇌진탕, 그리고 벤와가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들과 그냥 속으로만 감춰두었던 이런 것들의 칵테일 조합이라고 표현을 해야 되려나. 아무튼, 아마 그런 것 같아.

벤와가 추락하게 된 또 다른 팩트로는 바로 지난 몇 년간 벤와가 아끼던 많은 사람이 세상을 떠남으로써 벤와를 힘들게 했다는 점이다. 2004년 9월 22일, 빅 보스 맨이 사망한 바로 그날, 벤와는 내게 울며 전화를 걸어왔다.

"이제 더는 못 견디겠어 크리스! 이제 더 이상 내 친구들이 죽는 것을 견딜 수 없다고! 원래 이랬던 게 아니었잖아! 내 친구들이 내 곁을 떠나는 것을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빅 보스 맨의 죽음뿐만이 아니라 벤와가 사적으로 친하게 지냈던 오웬 하트를 비롯하여 브라이언 필먼 그리고 데이비 보이 스미스의 사망처럼, 벤와는 짧은 시기에 너무나도 많은 친구를 잃었고, 결국 이것은 벤와를 이 지경으로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상황은 3개월 만에 가장 친하게 지냈던 세명의 친구들을 잃게 되면서 더 악화된다. 2005년 11월에 에디가 죽었고, 2006년 1월에는 벤와의 절친한 친구였던 쟈니 그런지가 죽었으며, 그리고 한달 뒤에는 일본 시절 벤와의 트레이너였던 블랙 캣 빅토르 마르가 죽었다.

이후, 벤와는 더 이상 예전 같지가 않았다.

전반적인 삶으로만 봤을 때, 절친한 사이였던 벤와와 에디는 서로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둘 다 레슬링을 사랑하며 성장했고, 전 세계를 떠돌며 많은 것을 배운 끝에 결국 프로 레슬링 역사상 최고의 선수들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평가되었으며, 동시에 훌륭한 아버지이자, 모든 동료의 존경심을 받는 락커룸 리더가 되었다.

하지만 '죽음' 이라는 면으로 봤을 땐, 절친한 사이였던 벤와와 에디는 이보다 더 다를 순 없었다.

에디는 과거의 마약 중독자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챔피언으로써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영웅인채로 사망했다. 그 어디서든 간에 에디의 이름이 언급될때면, 사람들은 애정 섞인 웃음을 띠며 그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지 회자할 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에디는 자신의 가족들을 사랑했던 존경받는 영웅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며, 또한 에디가 선수 시절 때 가졌던 경기들은 WWE 측으로부터 앞으로도 계속해서 방영될 테고, 에디의 이름은 이 업계에서 절대로 잊혀지지 않은 채, 영원히 회자될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동전의 양면을 봐야겠지.

벤와는 자신의 아내와 7살짜리 어린아이를 죽인 뒤, 비겁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미치광이 살인자인 채로 사망했다. 그 어디서든 간에 벤와의 이름이 언급될 때면, 사람들은 침묵으로 일관한 채, 그의 인생 마지막 날에 저질렀던 끔찍한 사고만 기억할 뿐이다. 그리고 그의 유산은 가족을 죽여버린 미친 괴물로 영원히 남게 되겠지. 그가 선수 시절 때 가졌던 경기들은 WWE 측으로부터 묻혀버렸고, 앞으로도 더는 볼 일은 없을 것이며, '크리스 벤와' 라는 그의 이름은 이 업계에서 금기가 되어버릴 것이다.

다시는 언급돼선 안될 그런 금기 말이다.

벤와의 이중 살인과 자살건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설명을 원했다. 언론은 바로 벤와와 프로 레슬링에 대한 마녀 사냥을 하기 시작했으며, 얼마 안가 이 사태에 정부마저 개입되더니, 자세한 조사와 함께 이 업계를 완전히 닫아버리려고 했다.

그러자 별의별 레슬러들이 이 바닥을 대표하는 사람로써 공중파 TV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이 '베테랑' 느님들은 아는 것은 개뿔도 없으면서 함부로 떠들어대고 있는 것 같았다. 이들 중 대부분은 정말 이 일에 대해서 언급을 하러 나온 것이 아니라, 그냥 개인적인 홍보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듯했다.

마크 메로, 브라이언 크리스토퍼, 울티메이트 워리어, 차이나, 빌리 그램, 자크 루주, 데브라가 지금 당장에 떠오르는데, 아주 게스트가 지나면 지날수록 터무니없는 소리만 떠들어대고 있더라고.

여기에 빌리 오'레일리와 제랄도가 안티 프로 레슬링에 편승하더니, 이 건에 대해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이 둘은 그냥 입이 뚫린대로 헛소리를 내뱉곤 했다. 그러다 보니 이 바닥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는 대중들이 듣는 것들은 스테로이드나 약물 복용,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것들이었고, 이 사기꾼들이 내뱉는 말들은 결국 진실이 되어버렸다.

지켜만 보고 있었던 나였지만 결국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고, 일찍이 몇 차례의 인터뷰를 거절했었지만, 이제는 내 침묵을 깨어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진정한 크리스 벤와가 누구인지 설명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난 벤와에게 빚을 진 것이 있다고 느꼈고, 또한 남아있는 벤와의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벤와의 다른 면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있어 벤와는 미치광이 살인자였지만, 나에게 있어 벤와는 자식들에겐 좋은 아버지이고, 아내에겐 좋은 남편이며, 나에게 있어선 큰 형이자 멘토, 그리고 믿을 수 있는 동료이자 내 친구 중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난 벤와의 이러한 점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다.

난 확신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내게 "넌 그 아이에게 빚을 진 것도 있고 하니, 세상 사람들에게 진짜 벤와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어야 한다." 라고 말씀해주셨다. 이후 난 빈스의 의견을 묻기 위해 그에게 연락했다. 내가 빈스의 밑에서 다시 일을 하게 되던, 안 하게 되던, 난 그의 조언이 필요했다. 나의 보스이자, 또 나의 친구로서 말이다.

"좋은 아이디어인 듯하네 크리스. 넌 벤와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기도 해. 넌 똑똑한데다가, 언변도 좋고, 벤와 뿐만이 아니라 이 업계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두 사람에게서 용기를 받은 나는 딱 세 가지 쇼에만 출연하기로 동의했다. 바로 낸시 그레이시의 프로그램과 그레타 서스테렌의 프로그램 그리고 래리 킹의 프로그램이었다. 설령 어려운 질문을 받는다고 한들, 나에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나를 엿먹이려고 작정하는 호스트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는 참여하고 싶은 맘은 없었다.

동시에 난 다른 레슬러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것을 거절했다. 난 그들과 말싸움을 하러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난 그저 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리러 출연을 하는 것이었다. 난 그곳에서 과거엔 WWE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타도 맥마흔가를 외치거나 프로 레슬리 업계에 악감정이 있는 사람하곤 쓸데없는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결과는 나쁘지 않았고, 난 모든 레슬러가 소리만 지르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면서 벤와의 다른 면을 알려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난 최선을 다해 벤와는 사랑받는 아버지이자, 이 바닥에서 그를 만난 모든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멋진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낸시 그레이시와 래리 킹에게 난 나의 아이들을 그 어떤 의심도 없이 벤와에게 맡길 수 있을 정도로 그를 신뢰했다고 말했다.

미치광이 괴물로 포장된 벤와에게 약간의 인간다운 모습을 새겨넣기 위해, 그리고 벤와에게도 그를 사랑하고 신뢰했던 친구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난 최선을 다했다.

이 비극이 있고 난 뒤, 난 벤와의 아버님과 몇 차례 통화를 하였고, 아버님은 내게 벤와의 다른 아들인 데이비드와 연락을 해보라고 말씀해주셨다. 난 데이비드가 4살이었을때부터 알고 지내왔으며, 녀석은 항상 프로 레슬링에 푹 빠져있었다. 벤와와 나는 데이비드가 경기에 집중한채 선역을 응원하고 악역에게 야유를 보내는 모습을 즐겨보곤 했다. 결국, 녀석에게 전화 한통 화를 해야겠다고 느꼈기에, 며칠이 지난 뒤, 난 마침내 전화를 걸었다. 매우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데이비드가 전화를 받기 전에 나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복동생을 살해하고, 이어 새엄마도 살해한 뒤, 자살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14살짜리 애한테 도대체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라고 생각했다.

마침내 데이비드가 전화를 받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녀석은 아직도 큰 충격에 빠져 있던 상황이었다. 내가 대화의 대부분을 주도하였고, 데이비드는 대답을 하는 데만 그쳤다. 내가 데이비드에게 어떻게 지냈는지, 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어보긴 했지만, 데이비드의 대답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난 자연스럽게 벤와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비록 네 아버지가 인생의 마지막 날에 무슨 일을 저질렀든 간에, 네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단다. 부디 이 비극이 네 인생을 좌지우지하게 내버려두지 말렴. 네게 매우 안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어. 넌 이걸 이겨내야 한다." 라고 말해주었다. 난 최대한 위로를 해주기 위해 노력해보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다. 난 마치 17년 전 내 어머니의 사고에서 나를 위로하려던 경찰처럼 느껴졌다. 문득, 그 경찰도 스스로를 나쁜 놈이라고 느끼고 있었을지 궁금해졌다. 마치,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내 말이 모두 끝났을 때, 데이비드는 내게 한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프로 레슬링 경기를 볼 수 있을까요?"

데이비드의 인생은 프로 레슬링과 자신의 아버지 그 자체였다. 그런데 하룻밤 만에 그 두 가지를 모두 잃었을 것을 생각하니, 내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이것 때문이라도 난 벤와가 한 짓을 절대로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대니얼을 죽인 것도 정말 끔찍한 일이지만, 남은 아이들인 데이비드와 딸 메간에게 평생 씻지 못할 짐을 안겨준 것은 더욱더 끔찍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벤와는 항상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라는 정신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내가 벤와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벤와는 내게 "대답하고 싶지 않으니 곤란한 질문은 하지 말아줘. (Ask me no questions and I'll tell you no lies.)" 라고 답을 했을 사람이다. 벤와는 자신이 결정한 사안에 대해선 그 어떤 누구에게도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기도 했지. 하지만 그렇다고 남은 자신의 두 아이에게도 그런 방법을 택했다는 점에 대해선 참으로 유감일 뿐이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어떤 누구도 여전히 2007년 6월 23일 밤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지 못한다. 만약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 중,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듣길 원한다면, 내 자서전에선 찾을 수 없을 것이니 다른 책을 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확실한 건, 프로 레슬링계에서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자, 내가 닮고 싶었던 그 사람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이 바닥에서 그 어떤 누구보다도 신뢰했던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난 영원히 기억할 거다.

그러나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뒤, 자신의 인생 마지막 날에 저지른 행위로 인해 스스로 쌓아올렸던 업적을 모두 박살 내버린 그 사람은 경멸할 것이다. 영원히.

오로지 신만이 벤와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목사인 Chris Bonham은 내게 "만약 누군가가 악마에게 홀리게 된다면, 신은 그 사람을 심판하거나, 그 사람이 저지른 행위를 설명하지 못하네." 라고 말씀하셨다. 난 그것이 진실이길 바란다. 솔직히 내게 있어선 벤와가 악마에게 홀려서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게 다른 이론보다 더 현실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그것을 믿으려고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벤와같은 사람이 그런 일을 저질렀을 리가 없을 테니까.

인생이란 원래 그런 거지만, 버지니아에서 수갱 붕괴 사건이라는 또 다른 비극이 터지게 되자, 언론 매체는 바로 크리스 벤와라는 존재를 잊어버렸으며, 정부의 개입 역시 사라져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WWE 역시 그들의 기억 속에서 크리스 벤와라는 존재를 영원히 지워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난 WWE의 대처 방법에 비난하고 싶지 않다. 벤와가 저질렀던 끔찍한 사고 때문에 하마터면 WWE라는 회사 자체가 사라질 뻔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절대로 크리스 벤와라는 존재를 내 기억 속에서 지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벤와가 저지른 행동은 아직까지도 내 머리속을 맴돌고 있다.





출처 : WMania.net 의 Bazinga 님께서 올려주신 소중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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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가장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았지만, 마지막 가장 끔찍하고 누구도 동정할수 없는 모습으로 죽었던 크리스벤와의 친구 제리코가 한 챕터를 할애하여 쓴 그의 죽음과 그의 마지막 직전의 모습입니다.

이걸 보면 동정과 어떠한 변명도 할수 없지만, 그가 마지막에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조금은 이해할수 있게되는 이야기이고, 또 결국 이 모든것이 이렇게 최악으로 갈수 밖에 없었나라는 생각을 해주게 되는 이야기 입니다.


현재 벤와의 인생이 영화화 중이라는데 (제목은 크로스페이스) 과연 거기서 벤와의 인생과 마지막은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내요.
출처 1차출처 : 레매닷넷

2차출처 : http://www.soccerline.co.kr/slboard/view.php?uid=1987917130&page=1&code=locker&keyfield=subject&key=%C1%A6%B8%AE%C4%DA&period=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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