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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하던 아이와 우연히 만난 이야기.txt
게시물ID : freeboard_11462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꽃곰
추천 : 7
조회수 : 31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1/06 15:10:50
그냥 혼자만 알고 있으려다가.. 살면서 이렇게 희망찬 감정을 느낀건
처음이에요.

11월 4일 좀 추운 날이었죠. 날이 완전히 다 풀리지 않아서 쌀쌀한 날씨였어요.
저녁으로 제일 좋아하는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사이퍼즈나 할랬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운동삼아 도서관에 가서 율무차 한 잔 뽑아 마시면서 본관이랑 좀 
떨어져 있는 등나무 벤치로 걸어가고 있는데 여리여리한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여자애가 옷 겹쳐입고 담요깔고 앉아서 책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더라구요.

어딘가 눈에 익은 얼굴이라 힐끔힐끔 보니까 이게 웬Girl 2년전부터 제가 후원하던
아이였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게 돈 없다고 무시당하고 먹을거 못 먹는게 제일 더럽고
슬픈일이란걸 몸소 느낀바.. 어려운 아이들을 도우면서 살고싶다. 라는 꿈이요.

자라나는 아이가 자기꿈을 펴보기도 전에 가난에 굴복하는 그런슬픈 일은 ASKY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누군가를 후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실천했어요. 일단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심리를 가지고 있어서 사설단체를 거치지 않고 주민센터 복지부에가서
후원이 필요한 아이들을 알아보았습니다.
2년전 그날 제 앞의 아이를 후원하기로 했지요.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달마다 10만원씩 후원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힘든 아이들도 많았지만
그 아이들은 다른 착한분들이 도울거라 믿었어요. 당시에는 사회 초년생이고 저도 어렵게
살다가 제 밥그릇 챙겨가는 과정이었거든요.

대략 그렇게 2년정도가 지나서 그 아이가 제 앞에 예쁘게 잘 자라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까
부정이란걸 겪어본적은 없지만 뭉클한게 웃음이 나는게 이게 부정일까 싶더군요.

뭐 쨌든 힐끔힐끔 보다 눈이 마주쳤는데 인상이 팍 썩더니 고개를 휙 돌리더군요.
웬 미친놈이 옆 테이블에 앉더니 X같이 생겨가지고 실실 웃으면서 힐끔거린다고 생각하니
제가 생각해도 어제먹은 점심까지 토할게 분명하다는 결론이 나더군요.

변태취급은 피해야한다는 생각에 

"아가씨 이 추운날에 안에서 하지 감기 걸려요"
하고 물으니
"자리가 없어서요..."
하더군요.

할 말이 없어서 저녁은 먹었냐고 물으니.. 그건왜요..? 하길래 저녁 먹었어요? 하고 씩 웃었는데
등빨도 곰같은놈이 X같이 생겨서는 씩 웃으면서 그르렁 대니까 차마 소리는 못지르고
순순히 안먹었다고 대답하길래 짜장면서 탕수육 시켜서 같이 먹었어요. 저녁으로 짜장면 먹고 
후식으로 짜장면! 예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대화는 거의 없었어요.
당황하면서 이런걸 왜 사주냐길래 혼자먹기 심심해서! 다 먹고나서 잘 먹었습니다! 정도

대충 정리하고 짐싸라고 이 앞에 카페가서 차나 한 잔 하자고 나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하면서 카페에서 차 한잔 하면서 역시 대화는 없었습니다.

저한테 왜 이러시냐길래 밥 먹고 입가심은 하고싶은데 남자 혼자오기 심심해서로 일축했거든요.

그렇게 뻘쭘하게 있다가 여자애가 잠깐 화장실 간사이에 낯부끄러운 짓 한 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혼자만의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나대고 싶었거든요.
저도 양반은 못되나 봅니다 ㅋㅋㅋㅋㅋㅋ

쪽지에다 적었어요. 
근데 마땅히 적을말이 없었거든요. 화장실 갔다 언제올지도 모르고ㅎㅎ 후다닥 적고 나왔어요.

힘내라.
-키다리는 아니고 덩어리 아저씨

P.S   2만원 넣어놨으니까 치킨 사먹어라. 부담 갖지말고.




집에가서 어린 동생들이랑 할머니랑 맛있는 치킨 먹었으면 했는데. 잘 먹었으려나 모르겠네요.
마무리가 좀 급전개긴 한데.. 뭐 정말 ..뻘쭘하기도 하고 그래서 별 말도 없고 그냥 그랬어요.

오래전에 센터에서 후원 관련일로 방문했을때 공부방있는 복도에서 마주친적 있었는데
그때보다 얼굴이 많이 밝아져서 기분 좋았습니다. 담당자한테 듣기로는 성적도 좋고, 사고도
안치고 동생들도 잘 크고있다는데.. 참 기분이 좋습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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