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꿈의 메스 10화
게시물ID : readers_112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떠돌이참견꾼
추천 : 0
조회수 : 26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1/20 18:56:07
지난 9화에 왕실의 문장이 등장했었는데요. 왕실의 문장을 국화인 무궁화와 선비를 상징하는 소나무로 디자인 했었죠. 그런데 알고보니 왕실을 대표하는 꽃이 있더라구요! 오얏꽃 ^^ 

오얏꽃.jpg

그래서 무궁화 -> 오얏꽃으로 수정했습니다. 
알려주신 분 감사해요 ^^ 

앞으로도 꿈메는 잘못 알았던 것은 고치고 더 나은 것을 알게 되면 그것을 적극 반영해서 스토리를 민주적으로 이끌어나갈 생각이랍니다.
의견 있으시면 꼭 말씀해주세요~~



은주는 점점 이현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현의 반응이 여태까지 접촉해왔던 다른 의사들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만났던 모든 의사들은 돈 아니면 연구에 목을 매달았다. 그런데 이 사람은 아직까지도 고민을 하고 있어.. 이 사람이 원하는 건 뭐지?'


"죄송하지만 불가할 것 같습니다."


한참의 고민 끝에 현은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은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로 현에게 되물었다. 이제 포커페이스고 뭐고, 마음의 평정심을 다스릴 여력이 그녀에게 더는 없었다.


"왜죠?"


“오오마야 선생님과 함께 연구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엄청난 축복일 겁니다. 온갖 괄시와 조롱에도 불구하고 밑바닥부터 차근히 올라온 집념과 이미 분화된 세포를 역분화해 원시세포로 되돌릴 수 있다는 창의적 발상을 실현시킨 천재성..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수식어를 갖다붙여도 전혀 손색없을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한 분이시죠. 
하지만 전 의료인의 영리행위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비록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 의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사명감 정도는 가지고 싶네요.
충분히 답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만 돌아가주시죠.”


은주는 이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가 직업관에 있었군요. 그렇다면, 감히 무례한 말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어떤 말씀을 하셔도 제 생각에 변화는 없을 겁니다.”


현은 완고했다. 


“판타지세계에서 그만 좀 나오시죠.”


은주는 작정한 듯 포문을 열었다. 발사된 총알은 뜨겁고 단단해서 현의 연약한 심장을 뚫기에 최적화된 것이었다. 은주는 계속해서 공세를 이어나갔다. 은주는 현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엄연히 법칙이 있습니다. 약육강식에 의한 적자생존의 세계죠.‘자연법칙’이라 불리우는 바로 그것 말입니다.
원시사회에서 돌멩이와 칼을 들고 싸우던 인간이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돈을 들고 싸우고 있는 것, 겨우 그 차이입니다. 현대인이라고 우쭐대고 있겠지만 당신 역시 한낱 인간에 불과합니다. 인간은 한낱 동물에 불과하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믿으십니까? 의학이 성스러운 것이라 믿으시겠군요.
정신차리세요! 세상에 성스러운 것은 없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일본인에게 일왕은 성스러운 존재였죠. 하지만 그것이 진정 성스러운 것이 맞았나요? 아니면 그것이 한낱 환상에 불과했나요?”


은주는 말을 끝마치고 현의 눈을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은주의 눈에 약간의 핏발이 서있었다. 은주는 말을 하고서 조금 후회했다. 협상에 있어서 상대방에게 나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좋을리 없었다. 누구도 자기 자신의 온전한 세계를 깨뜨리는 사람을 좋게 여기지 않는다. 현은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었다. 은주는 길게 심호흡하며 평정심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휴.. 제 말이 심했네요. 잊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은주는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현은 의외로 지긋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그런데 전 은주씨와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저는 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현의 태도에 잠시나마 안심했던 은주는 뒤이어 나오는 현의 대답을 들으며 뒤통수를 망치로 한 대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난생 처음 듣는 논리였다. 은주와 마주하고 있는 현의 눈동자가 끝없이 깊고 한없이 맑았다. 마치 티끌 하나 없을 것 같았다.


“생존이 목적인 사람에게는 분명 자연의 법칙이 그의 룰이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모두 각자의 법칙이 있습니다. 
전 신이 제게 이성을 주신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인간이 하나의 우주로 자주 비유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하구요. 
전 한평생 사람 살리는 것에 매진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의료인에게 영리행위가 허용된다면 사람 살리는 일에 조건이 붙게 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치료를 받아 마땅하고 또 어떤 사람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라는 식으로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 논리.. 
아픈 이를 외면하는 것은 진정한 의료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은주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은주의 머리 속은 현의 대답을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애를 쓰는 중이었다. 그렇게 은주는 현과 이별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은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패잔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웬일인지 그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버지의 불 같은 호령이 떨어질 것이 분명했는데도 전혀 겁나지 않았다. 그저 현의 말을 곱씹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그녀는 이날 일찍 잠들었다. 


하지만 꿈 속에서도 은주는 편할 수 없었다. 꿈에 그가 나왔기 때문이다. 오똑한 콧날, 밝고 매끈한 피부의 현이 은주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은주와 현, 둘의 거리는 10cm도 안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은주는 그것이 환상인지 현실인지 구분해낼 수 없었다. 아니, 구분해낼 여유조차 없었다. 그와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그 어떤 것도 은주를 방해할 수 없는 듯 했다. 그와 마주한다는 것은 그저 은주와 현, 둘만이 세상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인간이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을 때 은주는 그 영원과도 같았던 찰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은주는 일어나면 소주잔에 보드카 세 잔을 매일 아침 마시곤 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방 청소는 늘 그녀가 외출한 뒤 도우미 아줌마가 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저녁 내내 자신의 몸을 포근히 감싸주었던 이불을 정갈히 개었고 심지어 청소기까지 돌렸다. 은주는 아마 오늘 자신의 집에 청소기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것이다. 또 방 청소를 하기 위해 햇빛을 충실히 막아내던 블라인드를 걷어내고 창문을 열었다. 열린 창으로 거세게 들어오는 바람에 몸이 오들오들 떨리고 피부가 거칠게 갈라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온 몸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상쾌함이었다. 


은주는 스스로 자신이 왜 이러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어지러웠던 것들을 정돈하면서 자신도 함께 정돈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어두웠던 방을 밝게 만듦으로써 자신도 함께 밝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그것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녀 자신이 정돈되어 어지러운 것들을 정돈하는 것인지 그녀 자신이 밝아져 어두웠던 방을 밝게 하는 것인지, 그 선후를 구분해내기가 어려웠다. 아무튼 그 느낌이라는 것들이 좋아 오늘 그녀는 관성에 이끌린 듯 자신의 행동을 멈춰 세울 수 없었다. 물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부엌 선반 한 켠에 꽁꽁 숨어있던 원두가루를 겨우 찾아내 작은 커피잔에 그것을 쏟아냈다. 커피잔은 하얀색 배경에 오묘한 빛깔의 꽃무니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것을 보고 그녀는 왜인지 현을 떠올렸다. 커피잔의 밝고 매끄러운 표면 때문이었을까, 자수로 새겨진 꽃무니가 고와서였을까. 
은주는 이것이 길었던 오늘 꿈의 후유증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녀는 차분히 다리를 꼬고는 커피의 향부터 즐겼다. 그녀의 콧속을 가득 채운 커피향은 그윽하고 깊어서 역시 그와 같았다. 


‘아씨.. 또 생각해버렸다.’


은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그녀의 머리 속을 가득 채운 그가 그곳에서 빠져 나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현은 그래봬도 악력은 대단했는지 그러한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와! 나와! 나와!”


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헐.. 내가 미쳤지.. 내가 지금 뭐하는거야.. 이거 설마 망상이야? 나 지금 망상하는 거야? 내 머리 속에 대체 그 사람이 어떻게 있을 수 있다는 거야.. 머리를 흔들면 그가 콧물 빠지듯 나오고 말 것이라는 상상을 어떻게 제 정신에 할 수 있는 거지? 나.. 제정신 아닌가?’


은주는 그 제정신이라는 것을 되찾기 위해 찬 물에 황급히 세수를 했다. 피부건강을 위해 미지근한 물로 찬찬히 얼굴 곳곳을 빠짐없이 문지르며 세수하던 그녀였지만 오늘은 그럴 여력이 없었다. 


“내가 미쳤지..”


은주는 물에 흠뻑 젖은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쳐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왜? 그 남자 때문에?’ 


“에헤이.. 그럴리가 없어. 원나잇을 몇 번 해봤는데 겨우 눈 한 번 마주친 것 가지고.. 게다가 그런 꼬마한테..”


‘그 사람을 보면 그 꼬마가 떠올라서 내가 이러는 것일까?’


그녀는 그와 그 꼬마의 이름도 같으니까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 그런 걸 거야.’


한편으론 본지 이미 몇 년씩이나 지난 그 꼬마를 자꾸만 되뇌는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했다. 이제껏 몸을 섞은 남자들만 해도 이 원룸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이었으니까..


이날 은주는 다시 개성으로 향했다. 의료법인 설립건과 관련해서 긴급회의가 소집된 날이었다. 은주와 최 박사가 사인한 계약서를 신 박사가 바쁘게 검토했는지 생각보다 이른 날에 연락이 온 것이다. 본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제1회의실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중책을 맡은 모든 임원들이 소집되었다. 회장은 보좌진과 함께 가장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약속 시간보다 5분 빠른 때였다.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이가 그를 위해 일어서고는 최대한 허리를 굽혀 그에게 예를 표했다. 허리디스크로 한참 시달려 온 윤 변호사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체했다.


회장은 노쇠했지만 남의 도움을 받는 것에 질색했다. 그는 손상된 무릎관절의 영향으로 거동이 힘들었지만 오직 자신의 지팡이에만 의존했고 항상 당당한 자세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그의 눈빛은 한 겨울 서릿발처럼 매서웠다. 누구도 그와 눈을 오래 마주치기를 바라지 않았다. 


수석비서가 백두산 호랑이의 가죽과 털로 안감이 제작된 회장의 외투를 벗겨 옷걸이에 정갈히 놓았다. 회장은 의자에 앉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애를 썼고 두 손으로 앞에 놓인 테이블을 놓치지 않기 위해 꽉 잡고 있어야 했다. 몇 분 후 무사히 의자에 앉은 회장은 거북이 등껍질로 제작된 돋보기 안경을 끼고는 오늘 긴급회의의 주요 사안들을 정리해 놓은 문건을 차근히 읽었다. 회장이 그것을 읽는 동안 회의실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문건을 모두 읽은 회장이 임원들을 한 명씩 응시하며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콜록콜록.. 신 박사.. 그래서 이 계약서가 우리에게 그다지 불리한 것이 아니다.. 이건가?”


백발의 신지호 박사는 회장의 오래된 주치의였으나 현역에서 은퇴한 후 의료법인 사업건과 관련한 실질적 수장 노릇을 해왔다. 그의 직함은 고문이었다. 미국 최고의 영리병원 중 한 곳인 HCU헬스케어의 원년멤버였기 때문에 이번 일엔 최고로 적합한 인물이었다. 신 박사는 긴장해서 목이 타들어갔는지 성대를 겨우 적실 정도로만 물을 마시더니 자신의 앞에 놓인 테이블마이크의 전원을 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어째서인가?”


회장은 항상 확실한 것을 좋아했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싶어했다. 


“최 박사가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아가씨 말씀대로 천지가 개벽할만한 것입니다. ‘많은 돈이 될 것이다’라는 말로는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막대한 이익이 창출될 것입니다. 전세계의 부가 회장님께 집중될 것입니다.”


“과장하지 말게.”


회장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껄껄 웃어댔다. 경직된 자세로 회장과 신 박사의 대화를 경청하던 임원들도 회장을 따라 함께 웃었다.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물론 ‘인공 해마’ 프로젝트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듯이, 기억이라는 능력은 해마라는 기관 하나만 잘 돌아간다고 해서 완전하게 되는 것이 아닐뿐더러, 치매환자의 증상도 기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인지기능은 지식∙정보의 처리와 관련된 모두를 일컫는 말로 이해력, 사고력 등도 포함합니다. 치매환자는 기억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아니라 인지기능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입니다. 
게다가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는 인지기능은 커녕 인지기능의 일부분에 불과한 기억력과 관련한 비밀도 아직까지 전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계약이 잘 됐다는 것인가?”


“최 박사의 구상은 컴퓨터 칩으로 인간의 두뇌를 대체한다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얘기해서, 사람이 곧 컴퓨터가 된다는 소리입니다.”


신 박사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머리를 긁적이며 무언가 골똘히 고민했다. 회장과 임원들은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 신 박사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


“음.. 이게.. 사람이 컴퓨터가 된다는 건가.. 컴퓨터가 사람이 된다는 건가.. 음..”


신 박사의 혼잣말을 들은 회장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성을 냈다.


“그게 무엇이 중요하다는 거야!”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신 박사는 한참 고민에 빠져있다가 놀라서 회장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고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말을 이어나가기 위해 두근대는 왼쪽 가슴에 손을 대고 눈을 질끈 감으며 자신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은주와 몇몇 임원들은 신 박사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큭큭댔다.


“흠흠! 에.. 그니까.. 아무튼! 무한한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죠. 치매 환자의 치료는 물론이고.. 누구든 이 시술을 받지 않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예를 들어 내 친구가 인공 해마를 이식 받아 기억력이 몇 배로 좋아졌다 하면 나 역시 그것을 이식 받고 싶어지겠죠. 경쟁사회에서 타인보다 능력이 못하다는 것은 곧 자신의 존재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요즘 성행하고 있는 성형외과 수술과 다르지 않은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다라고 생각하시면 편하실 겁니다.”


신 박사는 안정된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인공 해마 프로젝트는 분명 이것의 시작입니다. ‘원천 기술’인 셈이죠. 인공 해마가 개발되고 이식되어 제 기능을 해내면 이것을 활용해서 다른 두뇌기관을 대체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계약서에 명시된 이렇게 어마어마한 혜택을 주고서라도 최 박사를 모셔오는 것이 우리에게 큰 이익인 것입니다.
원천 기술의 확보는 특허법에 의해 독점적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인공 해마의 활용은 우리의 허락을 받지 않고서는 그 누구에게도 절대 불가할 테니까요.

회장님, 때가 왔습니다. 의료법인건과 관련해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법을 어기는 일이라도 상관 없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지금은 전시상황입니다."


신 박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그의 작정한 듯 과감한 발언에 회의장이 시끄럽게 술렁거렸다. 그는 마치 결사항전의 결의로 칼을 빼든 무사 같았다. 임원들은 옆에 있는 사람들과 이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활발히 나누기 시작했다. 격변기의 중심에 선 동물들이 자주 보이는 일종의 본능적 행동이었다. 회장은 일거의 외침으로 좌중의 소란을 잠재우고는 신 박사에게 말을 계속 이어나갈 것을 요구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