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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중학교 아이들이 '운지'라는 말을 쓰더군요
게시물ID : bestofbest_1120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람사랑세상
추천 : 345
조회수 : 20333회
댓글수 : 2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05/28 20:54:09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5/28 11:17:59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을 데리고 시내버스를 타고 어디 갔다오는길에


중1짜리 2명의 학생이 창문밖에 대고 '나는 자연인이다'를 크게 외치더군요


평소에 장난이 심하던 아이들이라 머지?하면서 왠지 얘들 일베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후에 다시 그 2명의 아이들이 '운지'라고 크게 외치더군요


제가 잘못들었나 싶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둘을 따로 불렀습니다.


사람사랑세상: 너희 나랑 따로 얘기좀 하자


둘: 왜여?


사람사랑세상: 일단이리와봐


성당 근처에 공원에서 아이 둘을 앉히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둘: 5분안에 말 다 하실거죠?


사람사랑세상: 너네 아까 버스에서 왜 그런 큰 소리를 냈니?


둘: 그냥 둘이 게임한거에요


사람사랑세상: 무슨게임을 한건데


둘: 게임에서 진사람이 밖에 소리지르는거요


사람사랑세상: 무슨소리를 질렀는데


둘: 그냥 밖에다가 ...


사람사랑세상: 무슨 소리를 낸거냐고


둘: ...


사람사랑세상: '나는 자연인이다' 한거 맞니?


둘: 네


사람사랑세상: 혹시 너희 '운지' 라고 했니?


둘: 네


사람사랑세상: 너희들 그게 뭔지 알고 하는 얘기야?


둘: 떨어지는거 아니에요?


사람사랑세상: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니?


둘: 학교에서 애들이 다써요


사람사랑세상: 너희 그런 말은 절대로 쓰면 안되는말이야. 있는 말도아니고.


둘: 그럼 운지 버섯은 머에요?


사람사랑세상: 그건 버섯이고 , 너희가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이 쓰고 '떨어진다'는 뜻으로 쓰는 운지는 절대로 쓰면 안되는 말이다.


둘: 무슨뜻인데요?


사람사랑세상: 그 말은 사람이 죽은 걸 희화화 시키려고 만든 말이다. 너희들 그거 알고 있었어?


둘: 아니요


사람사랑세상: 너희들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신고 알고있지. 그분이 바위에서 떨어져서 돌아가셨는데 그걸 웃자고 광고에 빗대어 만든 말이 바로 운지다. 너희들은 사람이 죽었는데, 그 죽은 사건을가지고 낄낄대려고 만든 그런 단어를 쓰면 되겠니?


둘: 아니요, 근데 학교에서 애들이 다 쓰던데요


사람사랑세상: 그 말은 심한 욕이나 다름 없고 그보다 심한 걸수도 있는거야. 다른 친구들이 다 쓴다고 너희도 그런 말을 쓰면되겠니?


둘: ...


사람사랑세상: 내가 예를들어. ㅇㅇ이 ㅁㅁ이 야이 xx놈아. 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니? 내가 쿨해보이고 멋있어보이고 친근감을 들어내고 있는걸로 보이니?


둘: 아니요


사람사랑세상: 너희 인격은 너희 마음과 생각에서 나와서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는거야. 너희 인격은 너희 스스로 지켜야지 친구들이 쓴다고 너희들도 그런말을 써서는 안되지. 그친구들도 그런말을 쓰면 당연히 안되는거고.


둘: 근데 그런말은 누가 만든건데요?


사람사랑세상: 너희 혹시 시크릿 전효성 민주화 발언 알고있니?


둘: 몰라요


사람사랑세상: ... 너희 일베라고 아니? 일간베스트



둘중에 하나는 그걸 알더라고요 , 하나는 아예 모르고..

(근데 ㅇㅇ는 그게 일베인지 다른건지 제대로 모르고있는것 같았어요)


ㅇㅇ: 그거 저도 하는데요 


사람사랑세상: 너 일베하면안되. 거기서 사람의 죽음을 그렇게 웃음거리로 만들고, 성폭행, 부모님 욕,......




여러 이야기를 해서 다시는 그런말을 쓰지 않도록 약속 했습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많이 쓰더라도 그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너희가 써야 한다고.. 여러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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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아주 다행이도...


아이들이 사실은 그 뜻을 온전히 알고 쓰고 있지는 않은걸로 보였습니다.


아이들 괘씸하다는 생각보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 아이들이 왜 그런말을 쓰면서 자라나야 하는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의 그릇된 행동들을 보면 '애 xx가 버릇없이', '학교에서 선생이, 집에서 부모가 뭘가르치냐' 라고 합니다.


저는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런 사회를 만들지 않았으면 아이들의 입에는 시험이나 학원이나... 욕이나 '운지'같은 말보다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을 겁니다.


아이들이 우리 어른들의 잘못을 대신 짊어지고 있는 겁니다. 아이들이 너무 아파하고 있습니다..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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