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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은 나에게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게시물ID : gomin_11206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2FiZ
추천 : 1
조회수 : 24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6/13 23:53:07
객관적으로 따지면 나는 정말 대한민국 평균 미만이다.
150을 겨우 넘는 작은 키에, 집도 비가 샐 정도로 가난하다.
살면서 돈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게 너무 많았다. 눈에 띄게 예쁜 것도 아니다.

어릴 때부터 마냥 책읽고 공부하는 게 좋았다. 공부가 좋아서 공부했다.
평준화 일반고를 다닌다. 약간 과장해서 수업시간이면 교실의 반은 자고, 반은 거울보며 화장하는 그런 수준의 일반고다.

좋아서 하는 공부라지만 매일매일 공부만 하는 건 역시 싫을 때도 있고 지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집엔 돈이 없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공부뿐이다. 다른 특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돈드는 특기는 아예 못하기도 하고.
학원, 과외같은 건 애초에 포기했다. 나는 집과 학교를 오가는 버스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이다.

1학년, 처음 치른 시험에서 1등을 했다. 
열심히 노력했다. 쉬는시간에도 수학풀고, 급식먹으러 가는 줄에서도 교과서를 읽었다...
일주일에 한자리 수 단위로 자면서 공부했다. 왜냐면... 나는 10시에 야자가 끝나 집에 가면 청소하고 빨래를 해야 했으니까.
집에 가면 10시 반, 씻고 나와 대충 정리하면 열한시, 빨래 돌려놓고 공부하고, 빨래 다되면 널고 또 공부하고... 힘들어서 죽고싶었다.
자려고 누울 때마다 기도했다. 내일 아침에 제발 눈이 떠지지 않게 해달라고. 

대부분 친구들과 사이가 좋은 편이었지만, 나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아이들이 생겼다. 날 독한 년이라고 욕하기 시작했다.
첫 시험 직전에, 이후 나때문에 계속 반에서 2등만 해야했던 그년은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니가 1등하면 나 진짜 짜증나서 죽어버릴 거 같애" "공부 좀 그만해 공부 좀 안하면 안돼?"
그년이 교실에서 하루종일 나만 째려보고 있을 동안 난 여전히 문제를 풀고 공부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었다. 나 째려볼 시간에 공부하지. 내가 무슨 문제집 푸나 조사할 시간에 그냥 자기 공부하면 될텐데.

목숨걸고 노력한 보답이었는지 내 성적은 떨어지지 않았다. 모의고사도 올 1등급이 나왔다. 
모의고사에서도 날 이길 수 없자 그년은 더 열심히 날 욕하고 다녔다.
난 이해할 수 없었다. 나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학원도 다니고 풀고싶은 문제집도 마음껏 사서 공부하는 그년이 난 오히려 부러웠다.
뭐라고 욕을 하고 다니든 말든 시간이 너무 아까웠으니까... 언제나 날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친구들 속에서 또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다.

학부모 공개수업날. 그년 엄마가 학교에 왔다.
그년 엄마가 그러더라. 왜 와가지고 애 등수를 빼앗고 내신을 빼앗냐고. 어이가 없었다. 내가 나 이기지 말라고 했나. 1등 맡아놓고 들어왔나.
남 견제하고 욕하고 망하기만을 바랄 시간에 공부하면 될거예요^^하고 쏘아붙여줬어야 하는데 아직도 후회된다.

연습장 살 돈을 아끼기 위해 교무실을 돌며 이면지를 모아다 수학을 풀었다.
사정을 아는 선생님들이 연구용 문제집을 주시기도 했다. 문제집을 받으면 기뻤다. 이거 비싸서 못샀던 건데.
2학년이 되면서 집에 돈이 더 없어졌다. 그래서 주말에는 알바를 해야 했다.
친구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너네는 주말에 돈 안벌고 그시간에 공부할 수 있겠지, 잠 잘 수 있겠지... 나도 그랬으면.
결국은 쓰러져서 링거를 맞았다. 그래도 공부했다. 평생 이렇게 거지같이 가난하게 살고싶지 않아. 공부해서 벗어날거야. 벗어나고 말거야.

모르는 번호로 협박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왜 와서 1등급 맞아서 남의 내신을 빼앗냐고. 성적 양보하라고.
...
왜 내 탓만 하는거지. 나는 학교다니면서 나 이상으로 노력하는 아이를 본 적이 없다 솔직히. 
성적을 양보하라고???????????????????????????????????????
나보다 더 열심히 노력할 생각을 하면 안되는 건가? 왜 자꾸 나한테 그러는 거지... 다른 잘하는 아이들도 많은데 왜 나만.
선생님들께 문자를 보여드리고 도움을 청했지만, 그냥 신경쓰지 말고 공부하라고만 하셨다.
한달이 넘게 끊이지 않는 문자들 속에 상처받고 울면서 이를 악물어야 했다.
친구들과 선배들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이 때 무너졌겠지.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 노력을 인정해주고 내 편이 되어주어서 고마웠다.

이제 고3이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오고 있고, 안심해선 안되지만 목표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년인진 모르겠지만 지금도 내 책상에 욕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간다, 익명으로.
참 여유가 넘친다. 날 이기고 싶으면 욕 적어 붙여놓고 갈 시간에 한문제라도 더 풀어야지 않나.

내가 너무 많은 걸 가졌다며 욕해대는 여자애들, 일주일이라도 좋으니까 나랑 캐릭캐릭체인지했으면 좋겠다.
우리집이 서민만 되어도 얼마나 행복할까.
내 내막은 다 알면서,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는 알면서 내가 너무 많이 가졌다고 지껄이는 걸까.
오늘도 117에 신고할까 말까, 신고하면 혹시라도 이리저리 시간 빼앗겨서 공부에 지장 생기지는 않을까 수십번 고민한다. 

올해 대학에 가지 못하면 나는 다시는 대학에 도전할 수가 없다. 
집에서는 대학 갈 돈이 어딨냐며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아무데나 취직해서 돈 벌어오라 난리다.

알지도 못하면서, 노력도 안하면서 남 시기하고 질투만 하는 여자애들이 싫다.
어서 졸업해서 다시는 안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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