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도 안했다.
생각이 없었다.
잊어버리고 싶었다.
벗어나고 싶었다.
벗어나려고 하면 더 깊이 빠지는 느낌이다.
탈출구도 모르겠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생각을 안 한다.
잠깐 몰두할 수 있는 것에 몰두한다. 그것에 대한 애정은 없다.
애착심도 생겨나지 않고 무언가를 깊이 고민해 보는 것도 하찮다.
예전 빛났던 모습은 잊어버렸다.
아직도 누군가를 만나면 혼자 앓고 있는 모습이 들킬까 조바심이 난다.
목표를 잊어버렸더니 내가 할 일을 잊어버리게 되더라. 내가 할 일을 잊어버리니 나를 잊었다. 나를 잊으니 내 존재도 잊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내 스스로 무의미 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무의미 했던 시간들이 내 인생이 한 부분이 되어 있었다.
무의미한 시간들이 내 삶이 돼버렸다. 나는 무의미하다.
아직도 주변 사람들은 내가 활기차고 재미있고 열심히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듯이 나를 추켜세우고 나를 바라보고 나를 응원하고 나를 신뢰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몸만 멈춘 것이 아니라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눈 안 쪽 깊이 있는 머리도 멈췄다.
감정이
없다.
출처 |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눈 안 쪽 깊이 있는 대뇌의 명령을 전달받은 손가락이 키보드의 도움을 받아 적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