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오의 이호테우해변 -
아이폰의 파노라마 기능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여느 해변과 다를바 없는 평범한 해변이지만 뭔가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밤사이 전기장판은 꺼지지 않았고 오히려 따뜻한 날씨에 중간에 일어나서 꺼버렸다.
해가 뜨고 난 뒤의 이호테우 해수욕장은 새롭게 다가 왔다.
깨끗한 바다와 햇빛에 빛나는 모래알이 나를 평화롭게 만들었다.
(잠시나마.. 앞으로 나의 인생을 송두리채 쥐고 흔들 예비 신부의 얼굴도 잊을 수 있었다.)
우리의 일정은 짜여져 있지 않다. 그때 그때 생각대로 움직일 뿐.
씻지도 않은 채 지도를 펴고 앉아 의견을 나눈다. 아니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골라본다.
이동거리가 멀면 서로 피곤하다. 우리의 목적은 최대한 편하게!
제주도는 넓지도 좁지도 않다. 지방도를 따라 섭지코지로 이동한다.
사람많은 관광지는 최대한 피하고자 했으나, 제주도는 경치빼곤 볼게 없다는 10일차 제주도 생존선배의 말에 따라
섭지코지로 떠났다. 가는 동안 트럭의 불편한 좌석 탓에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쭉 이어진 도로에는 100m에 하나씩 관광지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내가 제주도에 있음을 실감하는 것도 잠시
우리는 섭지코지에 도착했다.
화산섬 답게 해변은 화산석으로 덮혀 있었다.
경치를 둘러 볼 새도 없이 뒷문을 열고 식사 준비를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구경을 했다.
둘이 앉기에 딱 맞는 공간, 간단하게 컵라면과 햇반으로 해결했다.
요리는 일이 많아서 귀찮다나 뭐래나...
식사를 마친 후 걸터 앉아 바라본 바다.
배가 부르니 그제서야 경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관광지 답게 신혼여행 온 부부들이 엄청 많았다. 하지만 중국인이 더 많았다.
카메라가 있었다면 더 아름답게 찍을 수 있었을텐데..
둘다 핸드폰 카메라로 열심히 찍었다.
친구놈은 내가 떠나는 날에 이야기를 해주더라 차에 카메라 있는데 귀찮아서 안꺼냈다고-.,-
사진속에 보이는 사람들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참고로 여긴 제주도이다.
아름다운 들판을 배경으로 웨딩촬영이 한창이었다. 참고 하고자 한컷 찍어놨다.
망할놈의 카메라..만 있었어도 더 좋은 사진이 될 수 있었을텐데..
석양이 아름답게 펼쳐진 들판 꽤나 이국적인 느낌이었다.
귀여운 열차도 운행중!
친구는 내가 온뒤로 부쩍 신이 난 모양이다.
눈오는 날 강아지 마냥 뛰어 다닌다.
겨우 한곳을 돌아봤을 뿐인데 우리는 벌써 지쳤다.
매주 운동을 하건만 이렇게 저질 체력이라니...
게스트 하우스로 가는 경로이니 성산일출봉에 들렸다 가기로 했다.
일출봉을 일몰에 가다니 -,.-
아까 섭지코지에서 봤던 중국인들은 여기도 있다.
우리와 코스가 같다니...;;
꼭대기는 무리다. 중간까지만 가기로 현실과 타협.
친구야 비켜봐 아름다운 노을이 가려지잖아..
역시 핸드폰으로 야간촬영은 힘들군
실제 눈으로 본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사진에 담지 못한게 지금도 아쉽다.
이곳은 제주도다. 해가 지면 딱히 할일이 없다......
우선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로 향한다.
1. 전기와 물 동냥이 가능하고
2. 소등시간과 퇴실시간이 여유로운 곳
이것이 우리의 예약 조건이었다.
다행히 첫 전화에 조건에 맞는 곳을 예약 할 수가 있었다.
가는 길이 지루하다.
그냥 어두운 여느 동네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게스트 하우스
이름 그대로 였다.
시골집을 수리하여 운영중인 곳이다.
할머니댁에 온듯 편안한 느낌이다.
짐을 풀어 놓을 새도 없이 전기 충전부터 시작 해야한다.
밤새도록 충전해도 완충은 힘들다.
조금이라도 더 충전해야 가기 전 날 펑펑 쓸 수 있다.
귀여운 고양이
저 밥그릇 가득 있던 밥을 금방 먹어 치웠다. 대식가 야옹이다.
티비로만 보던 게스트하우스
처음보는 사람들과 둘러 앉아 치느님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꽃피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제주도를 여행하고, 그네들의 삶과 나의 삶을 나누며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시간.
(나를 돌아보기도 전에 예비신부에게 불호통을 들었다. 예물계약금을 보내지도 않고 제주도로 도망와버려서...)
불꺼진 마당에 나와 담배를 태우며 곰곰히 생각에 잠긴다.
면세점에 들러 뭘 사가야 화가 좀 풀리려나....
그렇게 이틀째 제주도 이야기가 끝난다.
- 2일차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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