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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짜증나지만 여덟 번을 맞춰줘야 해
게시물ID : humorbest_11212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52
조회수 : 8034회
댓글수 : 1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9/16 08:10:56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9/16 02:14:08
*퍼가지 마세여.
*댓글,조언,추천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정말 너무나 힘든 한 달이었다.
편집자가 이번 주말까지 작업을 마무리하라는데..
나에게 딱 한 달만 주어진 셈이다.
지기랄. 누가 그런 식으로 일을 한담.
 
'할 수 있잖아요..'
'이 정도는 쉽잖아요..'
'워낙 재능이 있으셔서..' 라는 둥 입에 발린 소리는 참 잘도 한다.
아니 근데 누가 한 달 안에 책 한 권을 다 쓰냐고.
 
스트레스 때문에 강박증이 다시 도지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달렸는데 약을 먹어서 증세가 멈춘 상태였다.
아니지.. 멈춘 줄 알았다.
이번 주부터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으니까.
내 강박증은 뭐가 됐든 숫자 8로 마무리 짓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
무엇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됐다.
 
한 번은 내가 길을 걷다가 무의식중에 오른쪽을 보게 됐다.
바로 그 순간 또 보고 싶다는 욕구가 느껴졌다. 그리고 또. 또.
횟수를 세 봤더니 여덟 번이었다.
그러고 나서 왼쪽으로 또 여덟 번을 돌아봤다.
눈을 굴리다가 느낀 적도 있다.
갑자기 눈을 굴렸다는 인식을 하게 되자 여덟 번을 또 해야 했다.
화장실 문에 실수로 부딪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덟 번을 연이어 박치기 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서 안 그래도 짜증이 나는데
중간에 한 번 숫자를 세는 걸 까먹어서 아홉 번이나 들이 박았다.
그래서 결국 총 열 여섯 번이나 박치기를 해야 했다. 
여덟 번을 맞춰줘야 하니까. 
얼마나 이게 짜증나는지 느껴지려나.
 
친구들이 눈치 채고 나더러 전문가를 만나보라고 했었다.
약을 먹지 않으면 더 큰일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나보다.
근데 그럴 시간이 어디있어?
책 먼저 끝내야 하는데.
그래서 혼자서 털어버리기로 했다.
병원에 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안 된다.
책이 완성되면 가야지. 우선순위라는 게 있잖아.
 
오늘은 편집자에게 초안을 전해주기로 한 날이었다.
너무 신경이 예민해져있던 탓에 도로를 가로질러 걸어가던 고양이를 미처 보지 못하고 차로 치고 말았다.
정말 기분이 안 좋았지만 그냥 계속 운전을 했다.
오늘은 나한테 너무너무 중요한 날이잖아.
첫 번째 책이고. 굉장히 중요한 기회라고.
그런데 그 느낌이 또 왔다. 멈출 수가 없었다. 떨쳐지지도 않았다.
빠르게 차를 돌려 인도 쪽을 찾아봤다. 저기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마쳐야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됐다. 이제 마지막 하나만.
정말 예쁘고 보송한 하얀색 고양이를 향해 마지막 가속 페달을 밟았다.
 
"안 돼!!!!!!! 커들스!!!!!!!"
 
비명 소리가 들려왔지만 브레이크를 밟기엔 너무 늦은 순간이었다.
백미러를 보니 내가 방금 밀어버린 고양이 옆에 한 아이가 누워있다.
오늘의 숫자 세기는 고양이에서 끝난 줄 알았는데.
 
 
 
 
 
 
 

출처 Counting to 8 is Pretty Annoying
https://redd.it/3kuh3x by CrnchyPntBt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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