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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래] 자꾸만 선을 넘는 출판사들(feat 진중권 트윗의 재 해석
게시물ID : star_3308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모나이트
추천 : 5
조회수 : 73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1/09 13:03:30
 
 
 
아이유의 신곡 ‘제제’(Zeze)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가 온라인 서점의 판매량 및 검색어 순위에 진입한 가운데 아이유 음원 폐기 청원 서명운동이 진행되는 흐름이다. 이런 첨예한 대립 속에서 난 다소 다른 주제를 조심스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출판사의 본분에 대한 이야기다.
사건이 불거졌을 때 난 ‘어? 출판사가 왜 저래?’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출판사는 저자와 “허락받은 이용방법 및 조건 범위 안에서 복제 배포할 권리와 의무를 부담하는 채권 계약”을 맺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출판사는 유통되는 상품에 대해서만 일정 수준의 권리를 가질 뿐 저작물의 내용과 작가의 견해에 대해서는 하등의 지분이 없다.
하여 난 도서출판 동녘이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그런 문제 제기를 한 것을 문제 삼고 싶다. 만약 출판사 임직원이 자신의 개인 계정에서 그와 같은 견해를 피력한 것이라면 난 수긍한다. 의견을 개진하고 작품을 평가하는 건 모두가 공유하는 권리니까. 하지만 출판사의 이름으로 그러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만약 아이유가 출처를 밝히지 않고 특정 문장 등을 ‘훔친’ 것이라면 당연히 출판사가 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겠으나 이번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해석의 영역에 속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유통되는 작품의 해석을 두고, 그것도 다른 아티스트가 자신의 시선을 통해 재해석한 창작물을 두고 왈가왈부할 이유는 출판사에 없다. 혹 작가와의 사전조율이 있었다면 달리 바라볼 여지가 있겠지만 원작자는 31년 전에 세상을 뜬 외국인이다. 그렇다면 침묵하는 게 작가에 대한 예의다.
출판사는 작가의 대리인이 아니다. 한데 마치 자신들이 작가의 대리인인 양 구는 출판사들이 꽤 많고 심지어 소속사 행세를 하기도 한다. 몇 달 전 뜨거웠던 신경숙 표절 논란 때 비판에 대처한 주체가 어디였는지를 생각해보라. 바로 출판사 창비였다. 정작 대답해야 할 작가는 침묵 속으로 회피해버리고 출판사가 소위 ‘흑기사’로 나섰다.
당시 창비 문학출판부가 내놓은 입장에 미시마 유키오보다 신경숙의 묘사가 우위에 있다고 평하는 문장이 있는데, 그건 내가 살면서 본 모든 문장을 통틀어 가장 기만적인 것이다. 어찌 출판사의 이름으로 작가의 묘사를, 그것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작가와 국내 온갖 문학상을 휩쓴 작가의 묘사를 ‘감히’ 비교한단 말인가. 누구나 저와 같은 평가를 할 권리를 갖는다고는 하지만 자신들이 출판한 작가를 옹호하기 위해 출판사의 이름으로 내놓을 내용은 결코 아니었다.
출판사의 역할은 작가의 저작물을 온전하게 유통하는 데에 그쳐야 한다. 그런데 그 내용마저 자신들의 것인 양 굴거나, 자신들이 작가의 소속사라고 착각하는 출판사가 너무 많다. 다른 아티스트의 재해석을 공식 계정에서 문제 삼은 동녘, 작가를 옹호하기 위해 기만적인 공식 입장을 내놓은 창비 모두 본분을 벗어났다.
홍형진 소설가
홍형진 소설가
만약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원작자가 살아 있다면 이 사건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차라리 낄낄 비웃지 않을까? 어쩌면 자신들의 영역 밖에서 정의로운 듯이 ‘올바른’ 해석을 강요하며 판매부수를 야금야금 늘리는 모습이야말로 원작자가 비판하고 비웃고 싶었던 바로 그 어른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또한 나라는 한낱 자연인의 해석일 뿐이다. ‘올바른’ 해석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홍형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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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아이유에게 뭐라고 했던 것도 진중권이 당시 트윗땜에 욕먹었던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 될 듯.
 
 
 
 
 
 
 
 
 
 
 
 
출처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16454.html?_ns=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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