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 제정을 유보했다. 사실상 조례안 제정이 무산된 셈이다.
대구시의회는 이달 초 발의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이 22일 본회의 전 심의인 문화복지위원회에서 유보 결정되었다고 23일 밝혔다. 조례 자체를 오는 29일 열리는 본회의 안건에 올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조례안의 내용은 ①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에 대해 매월 생활보조비 100만원 지원 ②설날, 추석 위문금 각 50만원 지원 ③사망시 조의금 각 100만원 ④조형물,동상 등 기념물 설치 지원 및 관리사업 시행 등이다.
심의에 참여한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5명의 자유한국당 의원과 1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유한국당 의원 상당 수가 반대 의견을 내 조례 유보 결정이 내려졌다.
조례를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강민구 의원은 “당초엔 당적을 가리지 않고 자유한국당 의원 등도 조례 발의에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 아니냐”고 밝혔다.
최근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강제노역 배상 판결에 이어 한일관계를 냉각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심의에 참여한 자유한국당 김태원 시의원은 피해자들에 대한 생활비 지원, 위문금 지원 같은 부분은 당연히 찬성하지만 조형물 건립 등 기념사업 지원이 걸려 유보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그는“상위법(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 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으로 다양한 기념사업이 이미 진행 중이지 않느냐. 순수하게 중복 사업이 포함된 조례안으로 봤다”고 밝혔다.
조례 유보 결정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22일 성명을 통해 “올바른 역사관 정립과 피해자들의 인권 증진을 목표로 한 조례가 유보되어 개탄스럽다”며 “대구시의회 조례안 유보는 위안부 기념사업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런 활동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주장했다.
조례 대상이 되는 대구시 생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이용수 할머니등 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