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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찌 달고 뱃지 다는 걸 왜 사람들은 착한사람 코스프레라고 할까요
게시물ID : sewol_475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로히니
추천 : 11
조회수 : 605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5/11/09 19:29:07
 
 해외에 4년째 거주중인 어린 유부징어에요.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때가, 한창 제 생일과 남편 생일 축하 준비 하느라 분주 했을 때 였어요.

4월 16일 이었어요.

 날씨도 말고 여느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였는데, 한국 뉴스를 그날 저녁에 보다가 정말 뒷통수를 쎄게 맞은 듯 한 충격에 멍하니 화면만 보다가 엉엉엉 운게 기억이 나요.

그 배가 저 수학여행 갔을 때 탔던 거거든요.

그 어린 애들이 그 안에서 하하호호 웃으면서 먹고 떠들고 설레서 들떠있었을 걸 생각하니까 진짜.... 뭐랄까 그냥 맘이 너무 아렸어요.

아픈게 아니고 진짜 아렸어요. 

그 이후에 한국에 사는 친구한테 부탁해서 팔찌랑 뱃지 잔뜩 구입해서 주윗 분들 나눠주고 남편한테도 하나 하나 설명해 줬더니 말없이 일하러 갈때마다 팔ㅉ를 차고 가더라구요.

그렇게 차고 다닌게 이제 일년 좀 넘어가네요.

저는 이것들이 이제 일상이 되버렸어요. 모든 몸단장 끝낸 후에 팔찌랑 뱃지 보고 한 번 기도하고, 제 몸에 ㅑ차는 거요. 항상 오른손 손목하고 오른쪽 가슴에 착용해요. 

주변 사람들은 그런 저를 보고 지랄한대요. 착한 척 하느라 아주 고생이래요. 그도 그럴게 저 그렇게 이런 저런거 챙기는 타입이 아니었거든요. 근데 얘네들이 점점 잊혀져 가잖아요. 아무것도 확정된 것도, 실행되는 것도 없잖아요. 여전히 열명이 바닷속에 있고, 유가족 분들은 마음 추스릴 새 없이 하루를 지옥 같이 사는데 이런 것도 못 해주면 어떡해요..

저는 돈도 없고 멀리 있어서 이런 것밖에 못해줘요. 이런 저를 욕하면서 한번씩이라도 그 비극을 되새겨주면 전 그걸로 됐어요. 내 동생 같은 애들이 하루 아침에 그런 꼴을 당했는데 이런 거라도 저는 하고 싶어요.

저는 당신들에게 이런걸 차고 죽기 전까지 기리라고 말 안해요. 먼저 세월호를 아느냐 지금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아느냐 안 물어봐요. 그걸 시작하는 순간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아니까요.

그러니 저도 존중해주세요.
노란 리본 노란 팔찌 노란 뱃지를 존중해주세요.
할 수 없다면 그냥 침묵해 주세요.


미안해요.. 오늘 너무 속이 상했는데 말할 곳이 없었어요. 여기 오백명 남짓한 한국인 사회에서도 이런데 그곳은 어떨까 싶기도 했어요. 그냥 푸념했어요. 죄송해요. 아이들 기리기도 바쁜데...


그나저나 오늘 생일 맞은 친구 생일 축하해요.
언니는 그저 말뿐이라 오늘도 미안해요...
잘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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