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상급단체로 하는 노조를 기업노조화하는 방안을 사측 핵심 인사에게 조언한 사실이 확인됐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근로감독관이 본분을 망각하고 사측과 유착해 부적절한 조언을 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 감사담당관실은 이 근로감독관을 감사한 뒤 징계위원회에 경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9일 노동부에서 제출받은 감사 결과를 보면, 노동부 감사담당관실은 독일계 조명기구 제조업체인 오스람코리아를 담당하는 안산지청 박모 근로감독관에 대해 4개월간 감사를 진행하고 지난달 30일 경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박 감독관은 지난 6월17일 저녁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 치킨집에서 오스람코리아 박모 인사총무부장을 만났다. 앞서 이훈원 안산지청장을 포함한 지청 공무원들과 오스람코리아 측 인사들이 함께한 저녁식사가 마무리된 뒤 따로 치킨집에 2차로 온 것이었다. 치킨집에 있던 금속노조 관계자가 이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면서 이 만남이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지난해 10월 회사의 희망퇴직 진행 뒤 만들어진 금속노조 오스람코리아분회는 당시 안산지청의 중재에도 회사와 진행하는 단체협약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박 감독관은 당시 박 부장에게 “동서공업은 (노조가) 금속노조로 있다가 완전히 바뀌어서 기업노조로 됐다”며 동서공업 관련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동서공업 노조는 2009년 정리해고 사태 이후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탈퇴해 기업노조로 전환됐다. 복수노조제도를 악용해 기존 노조를 무력화시키려 했던 유성기업과 다른 경로를 걸었던 셈이다. 노동부는 “유성기업과 동서공업을 언급한 사실, 동서공업의 자료를 주겠다고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현재 노조를 와해시키거나 2노조를 설립하도록 지도하는 불법 컨설팅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노총 노조가 위기를 겪었던 유성기업·동서공업 사례를 든 것은 적절치 못하며, 동서공업의 노사문화우수기업 신청 관련 자료 제공의사를 표명한 것도 공문서 유출을 시사한 것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오스람코리아분회는 노동부 감사가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장하나 의원은 “근로감독관과 사측의 부적절한 유착관계가 확인된 사안인데 이를 경징계 수준으로 정리하려는 것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조병기 노동부 감사관은 “일부 사안은 박 감독관이 인정했지만 나머지는 당사자들 의견이 엇갈려서 경징계 요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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