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8월22일 모스크바를 출발해 러시아 벌목장을 탈출한 탈북자 한철길(52)씨는 북한에서 영화기사였다. 벌목장을 다니며 영화를 틀었고 장사도 했다. 벌목장 밖에서 담배 등을 구해 벌목공에게 팔다가 북한 보위부의 조사를 받게 됐고 1986년 벌목장을 탈출했다. 8년 뒤 한국에 들어왔을 때, 그는 ‘러시아 벌목공’으로 소개되어 기자회견에 나섰다. 당시 러시아 벌목공(출신 탈북자)은 북한의 인권유린을 웅변하는 존재로 통했다고한다.
한국 생활은 올해로 17년이 됐다. 그 세월 동안 한씨는 사무직, 건설현장 막노동, 식당 점원, 다단계 판매원, 옷장사 등을 거쳤다. 북한 실태에 대한 강연을 하며 돈을 벌기도 했다. 요즘 그는 서울 어느 아파트 단지의 전기기사로 일한다.
“돈 없으면 지옥 같은 이 나라에 어떻게든 적응하려고 발버둥을 쳤어요.” 다고 그는 한겨례신문사와의 취재에서 말했다. 한겨례기사에 의하면 <발버둥 끝에 한씨는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은 그냥 (한국을) 떠날 생각뿐입니다.”>라고 한다.